Thinkweek

최근 있었던 일 중에서 꽤 보람있었던 일은 바로 10월 초에 가졌던 "사색주간", 즉 "Thinkweek" 였다.

빌 게이츠가 1년에 두번, 100여개가 넘는 IT 리포트를 들고 사색 주간을 떠나서 "빡세게" 자료를 읽고 전략을 수립한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사색 주간 즉 Thinkweek 는 내가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IT 기획자들에게서 가끔 관찰되곤 하는, 약간 변태적 수준의 "자료 페티쉬" 가 있는건 아니다...)

전직(轉職) 사이의 휴가와 추석 연휴를 붙여서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주어지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차에 읽을꺼리들을 싣고 경기도 모처로 떠나게 되었다.

10월초의 날씨였지만 상당히 온화했다.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화 되어가고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덕분에 나의 Thinkweek 프로그램에는 조깅과 산책이 포함될 수 있었다.

들어가는 길


조용한 소로(小路)를 걷는 일은 언제나 영적인 (inspirational) 경험이다

책장을 추리고 추려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열 일곱권의 책을 가지고 떠났다. 나에겐 실로 고마운 존재들이다. 나의 생각은 상당부분 이 책들에 의해서 조각되었을 테니.  


새로 하게 될 일에 대한 자료들과, 소중한 사람들의 정보가 담긴 명함첩도 잊지 않고 챙겨갔다. 물론 명함첩의 경우에는... 그대로 들고 갔다가 들고 왔다. ㅠ

가져간 책과 자료들, 그리고 자주 연락을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록을 쌓아놓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급해졌다. "이거 다 읽으려면 시간이 얼마 걸리겠고..." 라는 연산이 나도 모르게 돌아가는 것 아닌가. 적어도 사색 주간은 넉넉하고 여유있는 마음을 가진 채, 그동안 내가 삶을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이 기간동안 만큼은 삶이 나에게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려는 자세로 임해야 했건만, 모든걸 마치 업무나 과업인 양 접근하려는 특유의 강박관념이 또 도지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이 이 책을 나에게 가장 먼저 집어들게 하셨다. 내려놓음. 어차피 인생은 내 생각과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며,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 인생을 인도해 가시도록 순종하라는 말씀. 이 책을 다 읽고 내려놓으면서, 나는 내 분주한 마음도 내려놓고 남은 Thinkweek 기간동안 평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직 안 가신 분이 있다면 한번쯤 꼭 추천드리고 싶은게 바로 사색 주간이다. 사색주간을 가진 뒤, 나와 앞으로 함께할 조직원들 앞에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 당부했던 것은 삶을 정리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내면이 잘 정돈되어 있고, 내 인생의 큰 비전과 매일의 일상 목표가 올곧이 정렬된 (aligned) 사람에게서는 큰 힘이 나오기 때문에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대문호들이 대부분 춥고 가난한 환경에서 나왔다고 하던가? 호사스런 환경은 어차피 생각하는 일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터이니, 조용하고 소박한 곳을 찾아가야 한다. 하여, 사색 주간에는 돈도 그다지 많이 들진 않는다. 당신만의 사색 주간을 "강추" 한다.

(참고: 모든 사진은 애니콜 B3600 폰카로 촬영 - 2메가픽셀이라 꽤 쓸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