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이론과 디테일, 그 절묘한 조화

기획자는 바라보는 시선과 고민의 스코프가 너무 좁아드는 것도, 너무 넓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우선 그 문제에 대해서 골몰히 생각해야 한다. 당신이 기획자라면 정말 주어진 문제를 진짜 깊이 생각하는가를 돌아보라. 새벽 두시에 혼자 방안에 앉아서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가? 그러다 잠들어서 아침 여덟시에 잠에서 깬 직후에도 그 문제로 고민하는가? 그런 경험이 없다면 깊이 고민하는 거 아니다.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말빨이나 파워포인트 빨로 조질 생각 하지 말라. 첫째, 당신보다 고수를 만나면 바로 뽀롱난다. 둘째, 생각이 대나무를 깔끔하게 자르는 날선 칼처럼 선명하다면 그깟 PPT 그리는 건 두시간이면 한다. (그걸 두시간 내에 못하면 당신은 제대로 훈련받은 기획자가 아니다.) 셋째, 당신이 쉽게 날린 멘트 하나에 개발자들은 몇달 밤을 죽어라 샐 수도 있다.

그러나 보석의 깎여진 면이 많은 것처럼, 어떤 문제든 간에 보는 사람에 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 문제의 본질이 때때로 달라지는 법. 따라서 기획자는 단선적이고 획일적으로 어떤 문제를 바라보면서 "역시, 이거 답 없어" 를 단정지을 게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서 깊이 여러각도에서 생각해 봄으로써 마치 매직아이의 숨은 그림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문제의 해답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매직아이, 그냥 단순히 바라보면 당연히 "답 없네" 라고 말하게 된다. 기획자는 매사에 "이건 매직아이다. 답은 없는게 아니라 이미 있는데 감추어진 거다" 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또 답이 찾아 진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건 영리함과 똑똑함이 아니라 낙관주의와 믿음이다.

이렇게 한 점을 계속 바라보면 거기서 뭔가를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데, 평소에 업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한 특정한 문제에서 얻어진 배움이 나머지 다양한 이슈들과 연결되면서, "대통합 이론"을 깨달은 것처럼 확 눈이 넓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 부분이 전체와 연결될 때며, 이때가 정말 기쁠때다. "파바박" 소리를 내며 머릿속 전구 수십개가 좌라락 켜진다. 마치 각각의 뇌세포들이 호올스를 하나씩 머금은 것처럼, 이런 "눈 열림"은 한줄기 시원함을 준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통합 이론" 의 결과만을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순간, 당신은 누구나 하는 뻔한 말을 하는 기획자로 보이게 될 위험이 크다. 왜? 진리는 지극히 평범한 말로 표현될 가능성이 크므로. 그래서 대통합 이론을 외치려면 디테일에 두 발을 딛고 외쳐야 듣는 사람이 "벙찌지" 않는다. 말 길게 하지 말고, 그림 한장으로 보여주면 된다. 구체적으로, 그러나 포괄적으로, 그러나 다시 구체적으로 생각하라. 대통합 이론과 디테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내라. 재미있고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