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사주는 회사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뉴스레터에서 좋은 글이 많이 온다. 2007년 1월호에 나온 글 하나를 보니, 150개 이상의 창업 기업들을 조사해 본 결과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 기업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초기의 인재 대우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구성원들을 통제하기 위해 관료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타이트하게 관리한 기업들은 가장 실패 확률이 높았다.

- 반면, 재능이 있는 구성원들을 더욱 높여주는 "스타형" 방식과, 전 구성원들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뭉친 "가족형" 방식은 창업기업의 성공 확률을 가장 높였다.


초기 창업기업에는 똑똑하고 큰 꿈을 가진 구성원들의 밀도가 중견기업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저마다 한가락씩 하는 똑똑한 친구들인 거다. 그러니 그들의 꿈을 사주고 그들이 꿈을 발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게 창업기업의 경영자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저마다의 꿈이 다 같을 수는 없고, 제각기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르키고 있는 벡터의 합이 제로이듯 조직이 앞으로 쭉쭉 뻗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 창업기업에서 가뜩이나 일손도 부족한데 사람들이 제 하고 싶은거, 제 하고싶은 방식대로 하면 망하는 거다. 이러다 보니 경영자가 "맞든 틀리든 일단 내말부터 들어" 라며 소수의견 묵살해 버리기 일쑤고, 관리제도도 도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꿈이라는 녀석을 다시 마음속 깊은곳 상자에 넣고 자물쇠를 채우면서 쓴 담배를 피는 사람도 한두명 나올 수 있다. 이거 안좋은 거다. 그러면서 경영자는 엉뚱하게도 "당신의 꿈을 다른 데가 아니라 여기서 실현해라" 라고 한다.

이런 패러독스를 풀어내는 게 창업기업의 어려운 일이다. 한 방향으로 몰아가야 하지만, 동시에 꿈꿀 수 없는 직장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해법이 뭘까?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서처럼 각기 다른 꿈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놓고 "일단 당신 꿈은 접어봐. 우리 제대로 한탕 하자. 그리고 나서 성공하면 우린 헤어진다. 당신 하고 싶은거 해라." 이게 해답일까? 그렇게 결론짓기엔 어쩐지 꺼림직한 부분이 있다. 오션스 일레븐이야 하룻밤 사이의 일이지만, 직장은 인생의 황금기를 거는 곳이지 않은가. 돈이나 노동이라는 요소 외에 "의미" 라는 부분도 있어야 할텐데. 심지어 회사가 어려워서 일년동안 받은 돈이 400만원이 채 안되었지만 회사가 너무 좋아서,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그 회사를 오랫동안 나오지 못했다는 사람도 보았다.

그렇다고 구글처럼 절충형, 즉 일주일에 4일은 회사일 하고 1일은 당신 하고싶은거 아무거나 해라, 이렇게 멋지게 말할 수 있는 창업기업이 몇이나 될까. 헛... 근데 말해놓고 보니 해답은 명쾌해진다. 어거지로 하든 어쩌든 간에 일단 구글처럼 성공해야 한다. 구글은 초기 멤버들에겐 나가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돈이라는 형태로,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20% 룰이라는 형태로 구성원들의 꿈을 사 주지 않나. 그런 면에서 좋은 회사임에 분명하다. 입사하기 위해 수학문제 풀어야 해서 그렇지.  

회사든, 아니면 아이를 둔 아빠든, 제대로 꿈을 사줄려면 성공해야 한다. 슬프지만 자본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실이다.

덧. 또 다른 글을 보면 핫메일 팔아서 큰돈을 번 인도사람이 새롭게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조국에 돌아와서 새로운 첨단 신도시 하나를 만드는 거라고 한다. 10분 갈 거리가 차가 막혀서 3시간이 걸릴 정도로 인프라가 안 좋은 곳이 인도라서, 도시화에 실패하면 이 나라 망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아예 국가가 아닌 한 개인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개같이 벌고 정승같이 쓰는게 아니라, 정승같이 벌고 상감마마같이 쓰는 사람이다. 나도 언젠간..!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