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단상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사람들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네티즌들은 이제 할말 제대로 해보자, 라면서, 분명히 니들 살릴라고 국가가 탈레반에 돈을 건네주었을 것이고, 따라서 너네들이 쓸데없이 국가 돈 낭비하고 온 것을 끝까지 정의의 이름으로 추궁하겠다고 한다. 그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국가 편을 들어왔고 국가 재정의 사용에 신경을 써 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제대로 비난의 화살을 꽂아볼 태세다. 언론에 나온 한두꼭지의 테마들, 이를테면 "소송하겠다" 라든가 "항공료는 교회에서 대겠다" 라는 말들에 극도로 격분하는 듯하다. 사실 여부는 확인해 보아야 하겠으나, 우리는 이천수 인터뷰가 왜곡되듯이 언론에 나온 한두꼭지의 테마 뒤에는 더 많은 컨텍스트가 종종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한두마디 말을 보고 흥분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안다.

논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은 현재 오가는 논쟁속에서 이슈가 발라내어지지 못한 것을 보고 불편함을 느낀다. 한쪽에선 기독교 = 샘물교회 = 아프간 봉사단이라고 보고, 다른 쪽에서는 건전한 비판정신을 가진 네티즌과 소위 "개티즌"을 싸잡아서 말한다. 이는 둘 다 잘못된 거다. 기독교의 교리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전세계 수십억명이 다 자기보다 못난 바보들이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다들 못난 바보들이라서 수천년동안 목숨을 걸어가면서 믿음을 지켜왔고, 우리나라 지도층들 중에도 상당수가 기독교 신자인가? 그러나 '교회'는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잘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비판을 하는 자는 종교 자체가 아닌 "교회"에, 혹은 애당초 비판하려고 했던 대상이 그보다 더 적은 범위의 주체인 "샘물교회" 또는 "봉사단"이었다면 그들에게 비판의 범위를 국한시켜야 한다. 반대로 비판받는 교회 입장에서는 왜 우리나라에 반 교회 정서가 이렇게 심한지를 한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반 교회 정서도, 논리에서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인 "부분의 전체화"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뻔뻔한 범죄를 행한 일부 몰지각한 성직자들이나,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싫어하는 "전철에서 정신나간사람처럼 소리지르는 사람" 을 전체적인 교회, 기독교와 동일시 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교회가 잘못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수 있다. 온누리 교회의 이촌동 주차문제가 그러한 예다. 이렇게 서로가 명확한 바운더리를 설정하고 비판이 오가고 고칠게 있으면 고치고, 이런게 건전한 토론 아닌가.

그러나 어쩌면 네티즌들에게는 "기독교"라는 대상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 대상은 노무현으로, 디워로, 그리고 또 다른 무엇으로 계속 옮겨 다닌다. 네티즌들은, 아니 대한민국 사회는 "한번 걸려봐라 제대로 조져주마" 라는 분노의 멘탈리티를 애써 감추고 살아가는 폭발 직전의 사회다. 그러기에 이종격투기에서 실신장면이 안나오면 아쉬워 하고, 어두운 밤거리에는 번뜩이는 청소년들의 눈동자와 그들을 총으로 쏴버리고 싶어하는 주변 상인들의 심정적 대치상태가 이어지며,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비행기 안에서 전날 KBS 뉴스를 보면 "아, 한국 가는구나, 정신 바짝 차려야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다들 삶이 "짜쳐서" 그렇다. 피곤해 죽겠는데 야근과 회식의 압박에 시달려서 들어가다보면 길거리에 왜이리 사람도 많고 차도 막히고 지하철도 북적대는지... 내일도 일찍 나가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면 애가 울어대고... 애 한명 키우기가 왜이리 돈도 많이 들고 힘든지. 그래서 왠만큼 먹고살 정도만 되면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서 살고 싶지만, 자녀가 8학군도 아니고 학원도 못다니고 할까봐 그러지도 못하고... 뭐 이런 것 아니겠나.

우리나라가 분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의 사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불쾌지수를 자신의 안에서 어느정도는 녹여내고, 어쨌든 우리 나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건설적인 방법으로 고쳐나가자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우리나라는 너무 분노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