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도 지원해야 하는 이유 - 플랫폼은 "웹 자체"이기 때문

최근에 한 블로거분께서 네오위즈 대문페이지가 파이어폭스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비판한 내 영문 블로그의 (이 글의 연속에서 씌여진 글) 을 질타하는 글을 써 주셨다. 한 명의 블로거로써 건설적인 비판은 무척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매우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되는 문제에 대해서 제기해 주셨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IE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사이트들이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결국 개별 사이트 단위가 아닌, 웹 자체가 플랫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웹에서는 누구도 독자적인 플랫폼 사업을 장기적으로 하기 어렵다. 처음에 각광을 받던 Facebook의 플랫폼 전략도, 시간이 지나면서 단기적인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모바일 웹을 독자 플랫폼으로 삼으려는 이통사들에게서 이노베이션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만일 웹 자체가 궁극적인 플랫폼이라고 규정한다면, 이러한 웹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어떠한 경로에서도 문제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서비스 업체에서 한걸음 더 노력하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라고 본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 회사의 디자이너들과 웹 개발자들은 크로스 브라우징을 지원하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른다. 스킨 하나를 만들더라도 IE, 파폭, 사파리... 에서 다 맞추어 보면서 미세한 부분들을 수정해 나가는 것은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말로 큰 수고다. 때론 이것때문에 일정이 딜레이 되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서비스 사이트, 심지어 어쩌면 공공 서비스 부문에 속하는 금융거래나 정부기관 사이트 접속에 있어서도 IE만 지원되고 있다. 물론, 개별 기업이나 사이트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IE만 지원하는 것이 개별 사기업 또는 개별 단체의 선택이므로 그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다. 게임 회사가 IE만 지원하는 것 역시 개별 기업의 선택이라면 사실 할 말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애플과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자발적 소수자들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자발적 소수자의 길을 택할 때 어느정도의 불편도 감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다. 그냥 컴퓨터마다 다 깔려있는 IE 쓰면 되는건데 굳이 몇 가지가 지원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FF를 선택해 놓고서, 거기에 따른 불편을 토로한다는 것은 일견 앞뒤가 안맞는 행동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피망에 접속해서 게임하러 오는 사람중에 IE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네오위즈에서 FF나 사파리를 맞추는 게 오히려 낭비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나 내게는 이 모든 것이 "웹이라는 전체 플랫폼을 인정할 것이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가치의 차이로 귀결하는 문제이다.

만일 웹이라는 전체 플랫폼을 인식한다면, 마치 모든 제조업 공장이 자사만 생각하고 그 공장들을 수용하고 있는 기본적 플랫폼인 자연과 환경에 대해서 무시했을 때 재앙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듯이, 인터넷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개별 사기업 또는 단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담겨있는 보다 큰 그릇과 생태계, 즉 웹이라는 플랫폼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일일 거라고 본다. 쉽게 말해서 웹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 웹 전체적인 생태계적 발전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지 않냐는 것이다.

더우기 나는 이 글을 보고 정말 놀랐다. 이미 리눅스, 맥OS용 공인증소프트웨어가 있는데 배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웹, IE 종속 [폐쇄형 공인인증서 한몫]
금결원은 이미 리눅스, 맥OS용 공인인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놓고도 배포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오픈웹 진영에서 자바 애플릿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거부했다. 기술적 다양성에 대해 완벽하게 무시로 일관해오고 있는 셈이다.
금결원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결국 이노베이션은 늘 민간 서비스에서 나오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의 인기있는 서비스 업체들이 파이어폭스나 사파리, 맥 OS 등을 지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석찬님이 다음 포털을 웹표준 준수 포털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나, 태우님이 파이어폭스에서 싸이 뮤직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하는 일들이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네오위즈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인기있는 서비스 업체인데, 파이어폭스에서 대문 페이지에 아무런 내용이 뜨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분발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역시나, 눈길을 "우리 회사의 서비스"정도에만 두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눈길을 좀더 위에서 바라보는 넓은 시각, 즉 "플랫폼으로써의 웹"에 두면 여러가지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네이버에서 정보를 크롤링 해가기만 하고 외부에 절대로 주지 않는 것도 사실 개별 기업의 선택이고 경쟁력 강화 전략이므로 무어라 할 수 없지만, 역시나 좀더 "위에서" 보면 머리를 긁적거리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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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우리의 이런 얘기들을 우리나라 서비스를 해외에 알리고자 하는 영문 서비스에 게재를 했어야 하는가?

웹 2.0 아시아 블로그를 쓰기 위해서 때로는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날 때도 있다. 돈나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 회사에 도움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야 하나? 비전 때문이다. 내 젊은 시절의 비전은 우리나라의 앞선 서비스들을 해외에 소개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러한 서비스를 우리 회사를 통해서 만들어서 해외에 가지고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도 지식경제의 한 축으로 인정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비전을 규정한 이후, 그대로 살고 있다. 나는 비전에 대해서 투명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 비전을 알리고 다닌다. 그리고 그 비전대로 행동한다. 웹 2.0 아시아는 그런 비전이 투영된 것이기에 자랑스럽고, 한 1년반 열심히 썼더니 새로 알게된 사람들, 연락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잘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1년 반 넘게 꾸준히 블로깅 하는 것, 무언가 비전에 이끌리지 않는다면 그다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의 모든 것을 장미빛으로 표현하는 것과 동일하지는 않다. 얼마전에 CNN 인터뷰가 그랬다. CNN에서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IT 선진국이라는 취재를 나왔던 것이고, 나는 최대한 한국이 IT에서 저만치 앞서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말과 글로 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가? 인프라는 앞서있을지 모를지언정, 나와 우리회사가 속해있는 "서비스 섹터"에서 세계의 패러다임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가? 다이얼패드와 싸이월드를 배출해낸 게 우리 벤처 1세대 선배들이다. 그때 26살정도였던 내게, 이찬진과 이민화 등의 벤처 우상들은 새로운 꿈을 가져다주었었다. 더이상 그러한 순수한 창업의 열정들이 많이 안 보여서 너무 안타깝다. 한국의 새로운 웹서비스가 나오면 Web 2.0 Asia에서 신나게 리뷰하고 싶지만, 요새 리뷰할 서비스가 도무지 없다.

인터뷰를 마치고 비가 오는 연세대 길을 태우님과 내려오면서, 내내 속으로 스쳐지나간 생각은 바로 그거였다. 우리, 진짜 인터넷 서비스 강국 맞나? 내 생각엔 아닌데.. 가슴속에 열정과 확신이 없으면서 입만 나불대는 건, 나도 꼴에 지식인인지라, 참 하기 싫은 일이다. 혹시 나 CNN에서 입만 나불댄거 아닌가? 그래서 그날 바로 쓴 글이 "한국에서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가 나오진 않을 것이다 (The next big internet service won't come from Korea)"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물론 제목에 이어지는 본문 첫 줄은 "앞으로 젊은 기업가들이 더 많이 나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That is, unless there are more # of young entrepreneurs.)" 였다. 당연히 한국에 대한 체념이 아닌 사랑에서 나온 말이었고, 핵심 주제는 한국에서 창업 열풍이 없어서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나는 비록 저널리스트는 아니지만, "개별 블로거가 일개 언론사 사주들"이라는 블로터닷넷 김상범 대표님의 표현에 기대어서 감히 "저널리스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 블로그를 써야 한다고 본다. 내가 보고 저건 아니다 싶은 것은 저건 아니다고 쓰는 것이고, 내가 보고 저건 정말 감동적이라면 감동적으로 써야 한다는 거다. 그게 블로그의 매력 중의 하나가 아니겠나. 일례로 얼마전에 큐박스에 대해서 대단히 좋은 리뷰를 썼는데, 그건 진짜 마음에 들어서이다. 큐박스 분들을 아는 친분이 있지만 만일 큐박스의 서비스가 형편없었다면 그렇게 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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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네오위즈와 같은 한국의 대형 서비스 업체들이 플랫폼으로써의 웹이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더 나은 접근성을 제공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맥에서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블로깅을 하려고 한다.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가차없는 비판도 고마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