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의 결합

어떤 산업에서든지 일부의 소수만이 누리던 특권을 민주화시켜 주는 ("democratization") 사업자는 환영을 받고 성공을 하게 된다. 이러한 렌즈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것은 재미있다. 리츠(REITs)는 일부의 소수자들만이 행하던 빌딩 부동산 거래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민주화"시킴으로써 몇년전 환영을 받은 바 있다. UCC는 동영상 제작자가 고가 장비와 촬영기술을 갖춘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에만 한정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구텐베르크의 활자는 사제들만이 보던 성경을 "민주화" 시켰던 것이다. 당신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혹시나 아직도 완전히 민주화되지 못한 산업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그곳에 기회가 있을 수도 있으니.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볼때, 블로그 역시 홈페이지 빌더나 CMS같은 솔루션을 민주화 시켜주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웹 페이지 저작기술이 없어도 온라인에서 자신의 컨텐츠를 담은 멋진 사이트를 금새 만들어주는 블로그에 열렬한 환영을 보냈고, 블로그를 통해 "일반인"들도 활발한 온라인 퍼블리싱 활동을 벌이게 되었다. 이처럼 블로그가 퍼블리싱 툴로 주로 사용되다 보니 블로그는 "미디어화"하기 시작했다. 블로그와 기존 미디어의 경계는 현재도 희미하고, 앞으로도 계속 허물어질 것이다.

그러나 블로그가 미디어화되는 과정에서 가끔 관찰되는 점은, 마치 "민주주의"가 보이지 않는 사회 계급을 자아내듯, "민주화된" 퍼블리싱 환경은 자칫 "컨텐츠 파워"에 의한 블로거들 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블로거들이 글을 쓰고 있지만, 그 중에서 주목을 받는 컨텐츠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사회가 무작배기로 평등화될 수 없듯이 모든 이에게 동등한 트래픽을 돌려줄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양질의 컨텐츠를 작성한 블로거에게 더 많은 트래픽이 몰려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참여자가 매우 많아질 때인데, 게임에 새로 참여한 블로거가 기존에 형성된 마인드셰어를 넘어서서 새로운 블로그 스타로 등극하기 위한 임계값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현재는 거의 넘을 수 없는 수준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IT 분야에서 구독하고 있는 대상 블로그들의 목록이 급격히 동질화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top 블로거들은 심하게 말해서 아무 글을 쓰지 않아도 구독자가 계속 늘어가는 반면, 신규 참여자가 작성한 글은 매우 좋은 글인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당신이 아마 파워블로거라면 이러한 문제를 전혀 문제로써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블로그라는거 한번 써볼까?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진다.

이러한 원인중 하나는 소위 "옆에서의 발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작이 블로그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무슨 말이냐 하면... "주목을 받는 컨텐츠"라는 것은, 곧 올블로그나 다음 블로거 뉴스에서 뜨는 컨텐츠라고 볼 수 있고, 이는 너무 중앙 집중식이라는 말이다. 블로그가 적어도 미디어적 성격을 띄는 순간만큼은 중앙집중적인 미디어 산업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그래서 "중앙"으로 글을 보내지 않으면 내가 눈에 띄기 어렵게 되고, 양질의 컨텐츠도 "중앙"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다. 조악한 비유를 하자면, 부산의 신발가게 공장장들이 서로를 알 수 있게 되는 유일한 방법이 서울에서 모이는 신발가게 공장장 협회를 통해서만이라고나 할까. 바로 옆에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좀더 유의미한 인터랙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옆에서의 발견"이 일어나야 한다. 내가 블로그에서 어떤 글을 썼다면 혹시 "세상"은 몰라줄 지언정 내 주변의 사람, 아니면 그 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줄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블로그 1세대가 "전국구 스타"의 시대였다면, 이제 블로그에서는 "우리들의 스타"나 "이 분야의 스타"가 나오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니,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는 스타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dge"들이 반드시 "Hub"를 거치지 않더라도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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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의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기회 요소는 많은 사람들이 열거하고 있다. 싸이월드의 트래픽이 예전만큼 못한 상황에서, "싸이 말고 다른거"를 사용하고 싶은 유저들을 받아줄 서비스가 기대되는데, 블로그가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그런데 블로그에는 댓글과 트랙백이라는 약한 연결을 제외하곤 네트워킹을 위한 요소가 많지 않으므로 네트워킹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물론 댓글과 트랙백이라는 약한 연결("weak link")은 블로그의 매력을 이루는 한 가지 요소일 수 있으므로, 블로그의 약한 연결을 문제로 규정하기보다는 그것은 그것대로 유지하되 좀더 발전시킬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소셜 네트워크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는 결국 시간이 가면서 시들해질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Ego-centric social network)는 결국 초기의 재미효과가 지나면 "What's next?"라는 질문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링크(딜리셔스), 사진(플리커) 등의 사물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Object-centric social network)가 되어야 - 즉 소셜 네트워크가 부가적인 요소이고, 그게 없어도 사이트는 굴러가지만 있으면 더 좋아야 - 더 장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혹자는 이야기한다. 블로그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긴 하다.

기회 요소가 있다는 것은 대강 동의하지만, 블로그에 소셜 네트워크를 붙이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블로고스피어는 참 특이하고 심지어 양면성, 모순성마저 띄는 공간인지라, 그냥 싸이월드 1촌이나 "내 이웃" 뭐 이런 SNS의 계급장을 간단히 떼다가 붙일 수만은 없다. 깊은 고민없이 그냥 친구나 쪽지 등의 피쳐를 붙이면 영 어색한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블로그에서 정의된 모든 관계는 닫힌 데이터가 아니라 최근 추세대로 결국 사용자가 그 소유권과 이전권을 갖는 포터블한 데이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는 data portability등에 대한 그림이 확고히 셋팅되지 않은 단계라,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이다.)

좀더 고민할 문제지만, 어찌 되었든 만일 블로그에 소셜 네트워크를 추가할 고민을 한다면 그 목적만큼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블로그에 붙는 소셜 네트워크는 "소셜 네트워크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블로그 소셜 네트워크의 목적은 "누구도 미디어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블로그의 초기 약속을 좀더 선명하게 지켜주는게 되어야만 한다. 아까 이야기한대로 블로고스피어의 양적 팽창으로 인해, 다수의 블로거들에게는 블로그가 우리 모두가 미디어인 "We the media"보다는, 저 위에 유명 블로거들이 따로 리그를 형성하고 있는 "They the media"로써 더 다가오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They the media"는 억누를 게 아니라 그것대로 더 영향력있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태터앤미디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  Edge에 존재하는 "We the media"들끼리 중앙을 거치지 않고서도 더 잘 만날 수 있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환경을 주어야 하며, 그렇게 함에 있어서 기존에 정의된 관계를 블로거 간에도 단순히 매핑시키는 "Ego-centric social network"가 아니라, 블로그글이라는 매개체를 토대로 한 "Object-centric social network"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