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세계의 Perfect Storm

얼마전 업계 지인께서 IPTV사 대표로 영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드린 적이 있다. 메일에서 정말로 IPTV가 미디어의 미래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냥 공치사와 빈말이 아니었다. 물론 IPTV, 통방융합을 둘러싼 진통은 여전히 골치아픈 이슈지만, 산업 초기의 진통이려니 한다.

미디어 세계만큼 향후 5년간 큰 변화를 겪을 인더스트리가 또 있을까? 생각해 보자. 소위 "대작 컨텐츠"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10년전과 비교할 때, 요새 미국 드라마 ("미드") 시리즈 하나를 만드는데는 천문학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다.) 반면, 컨텐츠의 배급과 소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돈을 내고 미국 드라마를 본 적은 언제인가? - 물론 P2P 서버 운영자에게 지불되는, 즉 컨텐츠 제작자에게 배당되지 않는 비용은 제외하고 말이다.) 현재의 주 수익원인 TV 방영시간대의 광고료 역시 티보(TiVo)를 통한 광고 스킵, 유튜브등 인터넷 채널을 통한 비동기적 감상 등을 통해 상당부분 상쇄될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갭은 언젠가는 메꾸어져야 한다. 즉 만드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배급하고 소비하는 비용은 극단적으로 낮아진다면, 만드는 주체가 다 망하든가 아니면 그 갭을 메꾸어서 윈윈 게임을 창출해 주는 새로운 중간 비즈니스가 생겨나야만 한다. (음반업계에서는 애플이 이 역할을 했었다. 물론 애플은 그 게임의 법칙을 영화와 TV 컨텐츠에도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아니면 생산의 코스트 역시 극단적으로 낮은 UCC만 존재하고 블록버스터나 편집자 컨텐츠, 레디 메이드 컨텐츠 ("RMC") 등은 없는 "아마추어 온리" 미디어 세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

기존 미디어 업체는 위에서 언급한 경제적 갭을 메꾸는 방법을 아직 모르기에, 당장 새는 돈부터 막아보려고 인터넷 공유와 다운로드를 근절하기 위한 별의별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다. DRM도 걸고, 형사처벌도 해보고... 그러나 이러한 것이 인터넷을 통한 컨텐츠 소비라는 유저의 행태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쉬운 문제였다면 벌써 풀렸겠지만, 절대로 답찾기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미디어 업계는 산고를 겪고 있다. 그만큼 이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약 한달쯤 전에 만났던 싱가폴 주재 NBC 유니버설의 투자 관련 담당자는 아시아 지역의 미디어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서 약 6,000억원의 펀드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 분야의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회사에게는 언제든지 투자뿐 아니라 NBC 유니버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컨텐츠에 대한 액세스를 보장해 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의 업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