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의 내 집은 어디?

얼마전 읽었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님의 "나는 왜 촛불에서 위기의식을 느꼈나" 라는 글은, 블로그와 미디어에 대해서 고민하는 많은 블로거들로 하여금 새로이 논쟁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불씨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대표님의 글은 블로그라는 스펙트럼의 한쪽 끝단, 즉 "미디어 컨텐츠"라는 결과물 쪽을 고민하는 분들이 아닌, 반대쪽 끝단 - 즉 다분히 "툴"의 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생각의 단초를 제시해 주었다. 

오대표께서는 인터넷 사이트를 "집"에 비유하였다. 이를테면 블로그와 오마이뉴스는 각각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관리의 측면에서 볼떄 연립주택이 보다 용이하고, 따라서 마치 아파트를 일일이 관리할 필요 없이 "살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컨텐츠 작성자들 역시 컨텐츠 자체에만 신경쓰면 되는 오마이뉴스 모델이 블로그 모델보다 더 지속적일 수 있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오마이뉴스의 모델이 개인 블로거 모델보다 더 개인에게 지속적인 참여를 보장해주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모델은 시민이 참여하되 블로그처럼 스스로 자기 집을 자기가 관리해야하는 수고가 없어도 된다. 블로그 모델은 스스로 기자이고 편집장이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기사만 쓸뿐, 관리자는 따로 있다. 편집자가 사실여부를 체크하고 편집하고 배치한다. 블로그는 며칠만 관리 안하면 흉가가 되지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자기가 쓰고 싶을때만 쓰면 된다. 블로그가 단독주택이라면 오마이뉴스는 연립주택이다...

그런데 이는 주택의 "형태"에 집중한 것인 바,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주택의 "소유권"이 아닌가 한다. 기본적으로 집의 소유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이 정말 강하다는 것은 비단 과거 30년간의 집값 상승 그래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것이 단독주택인든 연립주택이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 집"을 소유하고 싶어하고, 다른 이에게 "내 집" 구경을 시켜주기 원하며, 원할 경우 자기 집에서 물건들을 챙겨서 이사를 갈수 있는 옵션을 원한다.

반면, 호텔이나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를 생각해 보자. 모든 건 너무도 편하다. 그냥 "살기만 하면" 된다. 관리? 아 유 키딩? 수건을 바닥에 내팽겨치고 구두로 잘근잘근 밟아도 그 다음날 바깥에 나갔다오면 거짓말처럼 뽀송뽀송한 수건 세트가 잘 포개어져 있다. 하지만 그 호텔 방에 대해서 내 이름으로 (부동산식 표현으로) 소위 "등기를 칠 수는" 없다. 내가 늙을때까지 잘 가꾸고, 언제든지 이웃과 지인을 초대할 수 있는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없다. 또한 계약한 기간이 만료되면 슬리퍼 하나도 챙기지 못한 채 그곳에서 나가주어야만 한다. 그러면 그곳은 다른 유저(?)에 의해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용되어질 것이다. 

블로그냐 오마이뉴스냐의 논점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브랜드를 걸 수 있고,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이트일 것이다. 그것이 블로그의 형태든, 게시판의 형태든, 마이크로 블로그의 형태든, 아니면 오마이뉴스의 형태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내 문패를 달고 평생 뜰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고, 필요시 모든 소유물 (인터넷으로 치면 데이터)을 들어서 다른 곳으로 언제든 옮길 수 있는 곳, 진정한 시작 페이지가 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이런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러한 컨셉을 나는 "홈페이지 2.0"이라는 제멋대로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인터넷 유저들의 대부분은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기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위에서 예를 들었던 호텔이나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예처럼 진정한 자기 공간이 아닌 곳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유저의 인터넷 이용이라는 것은 사용 목적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 "목적지 사이트 (destination sites)"의 방문을 의미한다. 메일을 위해서는 한메일, 검색을 위해서는 네이버나 구글, 블로그 컨텐츠 작성을 위해서는 티스토리나 텍스트큐브닷컴, 비디오 컨텐츠를 위해서는 유튜브, 이런 식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웹이 더이상 정보의 소비 공간이 아니라, 컨텐츠를 남기고 소셜 인터랙션을 하는 소위 "2.0"식 공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컨텐츠 생산과 소셜 네트워킹이 개별적으로 일어나는 "목적지 사이트"의 갯수가 점점 늘어날수록, 이로 인해서 골치아픈 일들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개인이 생산하는 컨텐츠가 여기저기 각종 목적 사이트에 흩어져 있다는 것은 컨텐츠 생산자에게도, 그리고 어떤 "사람"을 중심으로 그가 생산한 컨텐츠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싶은 방문자에게도 불편한 일이다. 그래서 Friendfeed같은 aggregator가 등장했는데, Friendfeed에서 스무명만 follow하더라도 매일 쏟아지는 컨텐츠의 양은 거의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단점이 있다. 과연 Friendfeed가 RSS를 100개 이상 구독하기는 커녕 RSS가 무엇이지도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 소구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을지 의문이다.

또한 각각의 사이트에서 맺어진 소셜한 관계들이 제각기 흩어져 있는 문제점, 즉 소셜 그래프의 분산 및 포터빌리티 미지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문제점이다. 어떤 사이트가 완전한 자기것인지 아닌지의 결정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있는 것들(즉 컨텐츠)을 자신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빼서 옮길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소중한 사진첩들이 모두 싸이월드에 호스팅되어 있는 사람들은, 싸이의 사진들을 빼서 블로그로 옮기려는 시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완벽히 내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내 집인줄 알았지만 실은 번호를 배정받은 호텔이었던 것이다. 물론 싸이월드에서 자신의 데이터를 들고 나올 수는 있다. copy+paste와 사진에 오른쪽클릭 >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옵션 선택을 기계적으로 며칠이고 수행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무식한" 방법을 제외하고는 데이터 포터빌리티가 지원되지 않는다. 싸이월드뿐 아니라 거의 모든 목적지 사이트들이 다 그러할 것이다. 

인터넷은 우주의 팽창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지만, 개인들이 사용하는 목적지 사이트의 갯수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테크크런치에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지는 그런 사이트들을 누가 다 꾸준히 이용할 것인가, 한번 가만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밤하늘에 별이 많아질수록 진정한 북쪽(true north)을 가리키는 북극성을 찾게 되듯이, 목적지 사이트가 많아질 수록, 그리고 그러한 사이트 안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컨텐츠와 관계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유저들은 혼란을 느끼게 되고 진정한 "내 집"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게 내 짧은 추측이자 바램이다. 생각해 보자. 왜 인터넷에서의 시작페이지는 네이버라는 목적지 사이트여야 하는가? 시작 페이지는 "내 페이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세기의 인터넷에서의 화두는 정보량의 기하급수적 확대로 대변되는 "팽창" 이었다면, 이제 그 화두는 "수렴"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혹자는 그것을 개인화라고 부르고, 혹자는 필터링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러한 수렴의 장소는 "내 홈페이지"가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예전의 내 페이지, 즉 홈페이지 1.0(?)이 방문자들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알리기 위한 정보 전달형 사이트였다면, 홈페이지 2.0은 컨텐츠의 소비와 생산까지를 포괄하는 모든 인터넷 활동의 시작 페이지가 될 수 있는 곳이길 희망해 본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인터넷 상에서의 컨텐츠와 소셜 그래프를 다 모아서 보여주고, 페이스북이 집요하게 시도하는 미니피드를 페이스북이라는 개별 목적지 사이트가 아닌 내 페이지에서 스트리밍 해줌으로써,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브라우징하는 기분을 내 홈페이지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줄 수 있겠다. 물론 그렇게 컨텐츠를 "브라우징"하는 동안, 관련 컨텐츠 생산의 충동(?)을 느끼게 되면 간단히 버튼 한번만 누름으로써 나의 생각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의 블로그가 사용될 수 있겠다. 물론 프라이버시 설정을 통해 모두에게 말하기 ("shout")와 서로에게 말하기 ("whisper")를 구분해 주면 더욱 좋겠다.

이처럼 생산된 나의 컨텐츠는 다른 사람에 의해서 follow될 것이고, 누가 나를 follow하고 내 컨텐츠를 소비하는지를 통하여 나의 소셜 그래프가 정의되고 확장될 것이다. 물론 그러한 소셜 그래프는 업계 표준을 따름으로써, 필요시 데이터와 함께 이동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나를 중심으로 한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도 있다. 대단한 것일 필요는 없겠고, 블로그처럼 나는 떠들고 다른 사람은 댓글만 달 수 있는 게 아니라, 나와 내 컨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내 사이트에 와서 컨텐츠 생산에 같이 참여하는 공간 (그렇게 생산한 컨텐츠는 그들의 공간에도 차곡차곡 채워질 것이다) 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팅된 아젠다에 대해서 주인장을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동일한 목소리를 개진하고 그것을 모아주는 것, 뭐 어렵게 말했지만 포럼이나 게시판, 카페 등에서 우리는 그러한 예를 매일 보고 있다.그러한 인터랙션의 기록은 결국 그 사람의 네트워크, 및 나아가 브랜드를 확립해 주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두서없는 주절거림이었지만, 텍스트큐브닷컴이 어떻게 하면 인터넷 유저들이 이러한 "자기 공간"을 가질 수 있는 데 도움이 될까를 고민중이다. 지금은 텍스트큐브닷컴도 하나의 목적지 사이트 (destination site) 에 가깝지만, 향후에는 유저들이 각자 진정한 자신의 브랜드와 컨텐츠와 소유권이 담긴 인터넷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소위 홈페이지 2.0(?) 으로 발전해 나갈수는 없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Umair의 신봉자고, 그가 말하는 "선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쁜 (닫힌?) 비즈니스 모델을 늘 이긴다 (Good beats Evil)"에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사람들의 시작 페이지를 자신의 홈페이지로 바꾸어 주는 작업은 퍽 재미있는 일이 될것 같다.

물론 그 이전에 우리가 당장 닫아야 하는 티켓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나는 기회가 될때마다 줄곧 "명함에 포함되는 메타데이터에 전화번호와 이메일에 이어서 URL이 들어가길 원한다"는 이야기를 해왔고, 나름 독창적인 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얼마전 네이버 블로그 간담회에서 동일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 생각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실행인 거다. 티켓 빨리 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