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를 빕니다

나는 한국 사회가 학연에 의해서 이끌리는 사회가 아니길 바란다. 그 이유는 만일 우리 사회가 그렇다면 나는 결정적인 핸디캡을 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2년가량 다녔지만 그때의 동창생들과 졸업 가운을 같이 입고 사진을 찍지는 못한지라, “동문회”라는 실체적 존재에 이름을 올릴 자격은 못 갖추고 있다. 마치 야구로 치자면 오키나와 전지훈련까진 같이 했지만 개막전 25인 선발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고나 할까? 

그러한지라 업계에서 만나는 사람들 한명 한명의 인연이 내겐 퍽 소중하다. 물론 마치 공 다섯개쯤을 꺼내어 저글링하는 듯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지라, 부러 시간을 내서 인맥 챙기기를 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만난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은 오래 가져가고 싶은 바램만큼은 가지고 있고, 사람을 만날 때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려는 노력 정도는 하는 듯싶다. 

이 글은 그런 지인에 대한 얘기다. 순전히 업계에서 만나서 친해진 지인 한명은 (*나중에 알고보니 학교 후배셨다), 요새같이 어려운 시기에 스타트업을 멋지게 하고 있다.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90%이상이 실행력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그 회사의 비전과 프로덕트의 방향성만을 놓고 보면 성공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백만명 이상의 전체 유저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올바른 방향성과 비전을 가지고, 실력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깔끔한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면, 적어도 한번 도전해볼만한 조건을 갖추어진 셈이 아닐까. 

물론 실제로 성공의 가도에 접어들지 그렇지 않을지는 “신의 영역” 이겠지만, 적어도 혼을 담아내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까지는 분명 사람의 영역이리라. 그리고 보통은 그렇게 자신들의 혼을 담아내는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이 어느정도는 관심을 기울여 주게 마련인 듯싶다. 그건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유명한 한정식집이 늘 북적대는 이유이기도 하고, 인순이 콘서트가 매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요새 한다. 결국 서비스라는 것은 제공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접점 자체를 일컫는 말일 테고, 그러한 접점에는 언제나 기대치와 그에 따른 만족/실망이 필연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이다. 과장 섞어서 말하자면 컨퍼런스 하나를 흥행시키는 것과 웹서비스 하나를 흥행시키는 것 사이의 괴리는 생각만큼 천양지차가 아닐 수도 있다. 

열정으로 가득찬 그 지인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드린다. 우선은 그와 그의 동료들이 “이만하면 됐지”가 아닌, 자신들에게 정말 가혹한 기준을 적용해서 누가 보더라도 박수치지 않을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 내길 바란다. 구성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넘어서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주변의 젊은 여자분들에게 내가 종종 주는 조언인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좇는 사람이 아닌 커리어우먼이 되어라"라는 말을 빌자면, 멋진 창업자의 이미지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닌 멋진 창업자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계속 열정을 뿜어내는 화수분을 하나 갖길 원한다. 내 경우에 그 화수분은 내가 인생에서 뭘 원하는지에 대한 내식대로의 확고한 해답과, 적어도 내가 가고 난 뒤의 세상은 내가 오기 전의 세상보다 조금은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가 성공하고 난 다음에 나를 모른척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투를 빈다. (방금의 오타는 오타왕 곽군의 모티브를 의도적으로 따라한 패러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