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 대한 비판

요새 가끔 블로그 보기가 부담스럽다. 너무 "막장 논쟁"이 많기 때문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얼마든지 양쪽 다 맞는 부분이 있을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 (회색분자는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 인생은 대부분 그런 일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니 얘기도 좀 맞고 내 얘기도 좀 맞고, 그러면 인제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결론내고 빠이빠이하고 헤어지면 될 그런 일들 말이다) 역력히 분개한 어조로 상대방을 완전히 짓밟아 가면서 자기 주장을 씩씩대며 펼친다. 새벽 서너시에 스팀을 뿜어대며 장문의 글들을 쓰시는 분들은 과연 낮시간대에 어떤 직업을 가지신 분들인지 가끔 궁금할 때도 있다. 

그러한 스팀 블로깅은 건강에도 분명 안좋을 것이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씩씩대는 사람의 콧바람을 쥐에게 주입하면 몇십 마리를 죽일 수도 있다고 한다.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자기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 화내다가 일찍 죽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화 안내고 조약돌처럼 둥근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과 교제를 나누며 오래 사는 사람이다. 

그래 지혜, 바로 그거다. 조금 심한 말로 하면 길길이 날뛰는 포스팅을 하는 사람들은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어떤 지혜냐고? 남들이 잘못하는 모습을 보면 그걸 하나하나 꼬치꼬치 물고 늘어질게 아니라 우선 자기부터 그러한 모습이 있지는 않은지 단도리를 잘 해야 한다는 지혜 말이다. 물론 비판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비판 없는 사회는 깨끗해 질수 없고, 비판은 지극히 좋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을 할때 (엊그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대로) "...비판은 사물을 명료하고 균형 있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와 비판일수록 공격이 아니라 상대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차분하고 겸손한 설득이어야 한다..." 는 것, 이것 역시 지혜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분노성 포스트를 통해, 나는 지하철에서 술먹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나이 많은 아저씨의 모습을 본다. 베이스에 깔린 심리는 어차피 똑같기 때문이다. 나 만만치 않은 놈이다, 나 맞는 말 한다, 이런걸 알아달라는 거다. 그걸 인정해 주지 않거나 자기가 스스로 쌓아놓은 (남들이 인정해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이 보이면 여지없이 공격적 성향을 드러내고야 만다. 말 한줄 한줄에 꼬아서 반응하고, 캡쳐를 따며, 컴퓨터 여러대로 IP를 추적한다. 

이러한 공격적 성향의 이면에는 자기 불만족이 자리한다. 길길이 날뛰는 블로거가 만일 어느날 수백억원짜리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하자. 그분이 다음날 밤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스팀 내뿜는 포스팅을 할까? 어쩌면 그는 블로그계, 아니 인터넷을 영원히 떠나서 열대 섬 하나 사서 오두막 짓고 살지 않을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를 짓지는 않을까? 

자신이 옳다는 걸 주장하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는데 열중하지 말자. 자기에 대한 평가는 자기 목소리를 키울 때가 아니라 남들이 내려줄 때 빛을 발하는 법이 아닐까. 키 큰 사람은 발돋움 할필요가 없고, 큰 바다일수록 찰싹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대하무성")고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지혜다. 당신의 말과 주장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와는 별도로, 당신이 지혜를 갖춘 사람인지 아닌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