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대한 단상

얼마전 유명 블로거이자 홍보회사 에델만의 부사장이었던 스티브 루벨이, 기존의 블로그 대신 라이프 스트리밍에 치중하겠다고 선언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분의 경우 그동안 "블로그 전도사"로 불려왔기 때문에, 블로그를 그만 하겠다는 선언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한편 이에 대해서 또다른 파워 블로거인 루이스 그레이는, 그래도 아직까지 온라인에서 개인 브랜드 구축에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블로그인데 이것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그렇게 현명하지 못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과연 블로그는 마치 한 블로거가 표시했듯이 정점을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뭔가 웹 2.0 논란과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웹 2.0은 한물 간 용어라고 치부하고, 어떤 이는 웹 2.0 이라는게 특정한 몇 개의 서비스나 현상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웹의 새로운 트렌드를 일컫는 거기 때문에 웹 2.0이라는 건 앞으로도 계속 의미를 띌 것이라고 말한다. (만일 웹 2.0을 딜리셔스와 Ajax로만 규정한다면 그것은 분명 한물 간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다.) 블로그도 유사하다고 보는게, 블로그를 매우 좁은 의미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분명 사용자의 트렌드가 바뀜에 따라서 언젠가는 도태될 수 있는게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블로그, 또는 블로깅을 온라인에서의 개인 컨텐츠 생산이라고 좀더 넓게 정의한다면, 아마 우리는 어쩌면 블로깅이라는 거대한 미디어 트렌드의 초입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블로그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블로그라는 툴 자체에만 너무 얽매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프렌드피드나 트위터같은 게 왜 전통적인 블로그에 비해서 인기를 얻고 있을까? 그것은 틀이 아닌 컨텐츠에 보다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트위터는 API 개방으로 인해, 굳이 트위터 사이트에 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접점에서 트위터로의 컨텐츠 생성이 가능하다. 언젠가 트위터 사이트 자체에서 생성되는 컨텐츠는 트위터 전체 컨텐츠의 일부밖에 안된다는 기사를 본것도 같다. 또한 프렌드피드는 컨텐츠가 어떤 종류든, 어디서 생산되든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두개의 공통점은? 컨텐츠가 생산되는 경로나 틀 따위는 무시하고, 철저히 개인의 컨텐츠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어 준다는 점이다.

따라서 굳이 우리쪽 사이트로 와서 로그인을 해야만 모든 액션이 가능하다고 규정짓는 것은 자칫 컨텐츠가 아닌 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메인 사이트는 주된 경로로써 여전히 굳건한 자리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지만, 좀더 다양한 컨텐츠 생산 접점에 블로그가 친절히 다가가 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의 미래는 아직도 밝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늘 140자 (트위터의 경우) ~ 150자 (미투데이) 로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걸 조금이라도 넘어서는 롱 폼 컨텐츠, 그리고 링크가 아닌 실제 멀티미디어 파일이 섞여있는 컨텐츠를 생산하기에 가장 좋은 툴은 아직도 블로그이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다양한 접점에서의 컨텐츠 생산"의 결과물을 어딘가에서 모아주어야 한다면, 나는 아직도 그렇게 하기 가장 좋은 장소(데스티네이션)는 프렌드피드라는 제3의 서비스가 아닌 자기 자신의 홈페이지일 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블로그가 아무리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게 그렇듯이 블로그 역시 계속 변화하고 진보하지 않는다면 금새 과거의 툴로 도태될 수도 있다. 지금이야말로 블로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모여서 진지한 고민을 하기 가장 익사이팅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