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

만일 누군가 내게 인터넷 분야에서 큰 돈을 벌수 있을만한 사업기회가 아직도 남아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아마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제대로 돈을 벌수 있게 해줄수 있는 방법"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이건 나만 아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고. 

웹은 컨텐츠 소비를 누구나 쉽게 가능하게 해 주었다. 과거에는 컨텐츠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지만 (책, 음반, 영화...) 이제 웹의 시대에는 모든 컨텐츠가 광대역 인터넷망을 통해 전달되는 비트 형태로 존재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누군가의 말대로, 역사상 컨텐츠 자체에 돈을 부과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컨텐츠를 담는 "그릇"에는 돈을 부과할 수 있었고, 그 "그릇"을 판 돈의 일부가 컨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면 되는 구조였다. 아침마다 집에 배달되던 신문, 두껍게 인쇄된 책,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CD, 구매 또는 대여했던 검정색 비디오 테이프들. 몇만원을 훌쩍 호가하던 게임팩들, 이런 것들이 바로 "그릇" 이다. 우린 그 그릇들을 돈 주고 샀었다.

그러나 이 모든 컨텐츠는 웹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이제 더이상 "그릇"에 돈을 부과할 수는 없다. 일부 컨텐츠 제작사들은 웹으로 들어온 컨텐츠에 대해서도 "그릇에 돈을 부과하는" 옛날 사업방식을 시도해 보았다. 컨텐츠를 자물쇠로 잠그고 열쇠를 돈받고 팔려고 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젠 그릇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릇"이라는 유형의 개념은 "비트 파이프" 라는 무형의 개념으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그런데 컨텐츠 자체에는 돈을 부과하기가 더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사실 고객들은 컨텐츠를 담는 그릇을 산 것이었지 컨텐츠 자체는 예전부터도 돈을 내고 샀던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컨텐츠 자체에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다.

컨텐츠도, 그릇도 돈을 부과하기 힘들면, 이제 컨텐츠 제작자들에게는 어떤 수익을 가져다 주어야 할까? 이것이 바로 모든 컨텐츠 업계가 풀어야 하는 문제이다. 영화, 음악, 잡지, 신문, 블로그... 모든 장르에 걸쳐, 컨텐츠 업체라면 이 고민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당하고(?) 있는 쪽은 음악과 신문 쪽이다. 음악쪽은 이미 밥 굶고있는 아티스트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하고 있고, 신문쪽은 (정작 당사자들은 아직 위기를 절감하지 못하지만) 미국쪽을 보면 1년만에 광고비가 거의 반토막나는 등 위기가 심각하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회사는 어쩌면 넥스트 구글이 될 지도 모른다.

물론 컨텐츠를 미끼로 새로운 형태의 그릇을 만들어서 팔고 그걸로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멀리 볼 필요 없이 애플이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그러나 당신이 애플이 아닌 이상, 컨텐츠 + 그릇 끼워팔기를 통해 하드웨어 수익을 올리는 것이 당신의 비즈니스는 아니다.

컨텐츠 자체로 돈버는 방법에 있어서 가장 첫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광고다. 하지만 광고수익만으로는 컨텐츠 생산의 비용을 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당신과 내가 뮤직비디오나 블로그 글을 보면서 옆에 나오는 애드센스 광고를 안 누르듯, 다른 사람들도 거의 누르지 않는다. 인터넷 광고는 어떤 상품을 구매할 명확한 인텐션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정보의 일부"로 그것이 인식될 때만이 가장, 아니 유일하게 효과적이다. 그 외의 활동 -- 이를테면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할때라든지, 의자 뒤로 기대서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든지 -- 을 할 때에 나오는 광고는 노이즈일 뿐이다.

광고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터넷 광고는 컨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을 엉뚱한 사람에게 줘버릴 수 있는 구조다. 이를테면 당신이 최근에 자기 집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들여놓은 감상을 적은 블로거 글을 읽고 거기에 자극을 받아서 에스프레소 기계를 살까 말까를 무려 한달동안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자" 하고 에스프레소 기계를 지른다고 치자. 그리고 네이버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검색하고, 검색 결과 상단에 나와있는 "에스프레소 머신 최저가, 독일 직수입" 등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와서 그 링크를 누른 뒤 결국 구매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해 보자. 이 경우 사실 애시당초 없던 인텐션을 새롭게 창출한 것은 블로그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블로거는 광고와 상품판매 수수료 중 어떤 것도 받지 못하게 된다.

즉 컨텐츠 생산과 소비라는 루프와, 키워드 광고 및 상품 구매라는 루프는 완전히 따로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하려는 시도도 물론 있었다. 이를테면 블로그에 물건 판매 링크를 달고 이걸 통해서 판매가 일어나면 어필리에이트 수수료를 받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것 역시 블로거들에게 수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두명의 스타 블로거들이라면 얘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거의 "주식으로 100억 벌었어요" 정도의 예외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정보 수집은 블로그에서, 구매는 검색결과 또는 가격비교사이트에서 하는게 일반적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상품 제조사에서 마케팅의 일환으로 블로거들을 스폰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 역시 "노예형 파워블로거"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매우 민감한 이슈이다.

일부 언더그라운드 밴드나 블로거는 궁여지책으로 도네이션 같은걸 받기도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비자발적인 행위이고 "돈을 내지 않으면 안되는"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긴 어렵다.

결국 오늘날의 웹 세상에서 컨텐츠 생산자들은 컨텐츠 자체의 과금, 광고, 도네이션, 연계된 상품판매.. 그 어떤 채널을 통해서도 만족할 만큼의 수익을 못 얻고 있다. 이건 매우 큰 문제이고, 언제든 큰 비즈니스 기회는 큰 문제에 존재한다.

해답? 당연히 모른다. 근데 이런 글은 적어도 생각의 단초를 제시해 준다. 음악 산업의 미래에 대한 글인데, 저자는 음악 산업의 미래는 간단히 말해

Connect with Fans (CwF) + Reason to Buy (RtB) = The Business Model

이라고 말한다. 무슨 얘기냐, 컨텐츠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뭘 하려고 해도 머리수가 모여야 할테니), 그 커뮤니티에게 상품 또는 컨텐츠와, 그것을 사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를 던져주라는 것이다.

뭐, 당연한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는 위의 방법으로 쏠쏠히 인터넷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블로그에서 컨텐츠 생산 => 카페로 유도 => 공동구매 또는 할인판매의 공식을 거치는 분들이 꽤 많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 과정에서 광고는 그것 자체로는 온전하지 못할 지언정 훌륭한 감초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러한 방법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해당 상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는 판매자들이지, 컨텐츠 생산자는 아니다. 요컨대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줄 수 있는, 광고를 대체할 수 있는 수익 창출 수단, 이 숙제를 푸는 개인 또는 회사는 수없이 많은 컨텐츠 제작자들 -- 웹 2.0의 시대, 이건 곧 "우리 모두"를 의미한다 -- 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