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THEMIGHTY LAYMAN.COM: Layman move review: THE CUBE

이미지출처 : themightylayman.blogspot.com


영화 "큐브"처럼 우리의 삶을 잘 표현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이 영화 만든 감독은 정말 천재다!) 어디서 왔는지, 누가 큐브를 돌리고 있는지 따위는 전혀 모른 채, 철저히 자신의 선택과는 관계없이 그냥 큐브 안으로 "던져진"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지 않는가. 그 좁은 큐브 안에서 서로 살겠다고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은, 100년만 지나도 우리가 알고있는 모든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을, 이 명멸하듯 짧은 인생을 살면서도 아등바등 기를 쓰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는 어차피 큐브에 던져졌다. 던져진 이상 어차피 살아가야 하는거 아니겠나. 또한 어차피 큐브 바깥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모를 바에는, 하나라도 더 많은 큐브에 들어가보려고 해야 하지 않겠나? 인생은 경험의 총 합이고, 그래서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늘 설레이는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이제부터 왠만하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자신을 밀어넣기

우리가 흔히 어떤 일들을 미루는 이유는, 그 일을 시작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일단 자리에 앉는게 힘들어서이고, 운동을 안하는 것은 일단 헬스클럽까지 가기가 귀찮은 식이다. (반면 헬스클럽까지 가기만 하면 어떻게 해서든 몸을 움직이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뉴욕양키즈의 유명한 타자 Derek Jeter는 강타자가 되는 첫번째 비결은 바로 타석에 꾸준히 서는 것이라는, 너무 평범하지만 생각하면 꼭 들어맞는 말을 했다.

유명한 사상가나 작가들도 이러한 것을 안 나머지, 꽉 짜여진 하루를 통해 자신을 일의 자리로 "밀어넣는" 습관을 가졌다고 한다. 그걸 정리한 재미있는 글이 있다. 25명의 사상가들과 그들의 습관을 이야기한 글인데, 하나만 예를 들면 법정 드라마와 소설로 유명한 존 그리샴이다.

존 그리샴이 소설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그는 여전히 변호사 일을 하고 있었다. 두 가지 일을 다 해내기 위해서, 그는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샤워를 마치고, 집에서 5분 거리인 사무실로 출근했다. 늦어도 새벽 다섯시 반까지는 반드시 커피 한잔과 노트패드를 들고 책상에 앉았다. 그의 목표는 하루에 한장 분량의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때로는 한장 분량을 쓰는데 10분이 걸리기도 했고, 때로는 한두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한장의 소설을 쓰고 나서는, 변호사라는 본업으로 복귀하곤 했다.

When Grisham first began writing, he still had his day job as a lawyer. In order to do both, he stuck to a ritual of waking at 5:00 and shower, then head off to his office, just five minutes from home. He had to be sitting at his desk with a cup of coffee and a yellow legal pad by 5:30. He gave himself a goal of writing one page per day. Sometimes this page went as quickly as ten minutes while other days required one or two hours. After finishing his daily page of writing, Grisham would then turn his attention to his day job.

한마디로 위대한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독한것들"이었다는 얘기다.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먼저 몸을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자신을 그 일에 갖다 놓아야 할 일이다. 물론, 말하긴 쉽지만 실천하기는 무지 어려운 일일 테다.


What would YOU do?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 방향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HTC처럼 확실히 스마트폰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닌것 같고, 늘 컨텐츠와 서비스 사업 이야기를 꺼내면서 바다라는 자체 어플리케이션 플랫폼까지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애플이나 구글처럼 컨텐츠와 소프트웨어를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닌것 같다는 평이다. 안드로이드폰, 바다폰, 윈도우즈폰, 피쳐폰등 모든 종류의 휴대폰에 골고루 베팅하는 모습은 곧 도대체 아무런 전략이 없다는 방증이 아니냐, 이런 평들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물 갔다는 이야기 중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꽤나 설득력 높은 분석들도 많다. 잘 알려진 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간 계속 성공의 길을 걸어온 비결은 독창적인 것을 처음으로 만든게 아니라, 남이 이미 하는 분야에 뛰어들어서 그걸 더 잘하면서 시장을 가로채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윈도우즈도 그랬고, 브라우저도 그랬으며, 게임기사업 역시 마찬가지였고, 인터넷 검색엔진쪽도 Bing을 통해서 똑같은 전략을 구사중이다. 그런데 현재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인 모바일 분야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을 응징(?)하기 위해 뒤늦게 뛰어들 자리가 이미 구글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의해 막혀있고, 그래서 MS는 다가올 모바일 세상에서 3~4인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MS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을 맡고 있는 사람이거나, MS의 스티브 발머라면, 과연 어떻게 하겠는가?

박찬호 선수는 오르막길을 보면 아, 이건 하체 운동 기회구나 하면서 오리걸음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삼성과 MS를 분석만 하지 말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라. 뭐든지 비판을 하기엔 쉽지만, 정작 당사자가 되면 그렇게 풀기 쉽지는 않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아, 그리고 또 아는가? 다음번 취업 면접에 바로 이 문제가 나올지도 모른다. :)

브레인 다운로드

레이 커즈와일은 2020년이면 컴퓨터의 성능이 인간의 두뇌를 따라잡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자신의 두뇌의 모든 기억을 컴퓨터에 다운로드 시킴으로써, 두뇌를 컴퓨터에 재구성(reverse-engineer) 함으로써 "정신적 영생"을 얻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컴퓨터 성능의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충분히 생각 가능한 일이고, 어쩌면 2020년 이전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서운 점은 모든 변화들이 멱급수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멱급수의 속성상 변화의 속도는 날이 갈수록 가속에 가속을 더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컴퓨터 성능이 현재보다 10억배가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내가 뇌에 저장하고 있는 기억들을 어떤 컴퓨터에 다운로드시킨다고 해서, 그 컴퓨터를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정보가 "컴퓨터"라는 대상에 전이된 것이지, 그 컴퓨터의 전원이 켜지는 순간 마치 영구 결빙으로 100년간 보존되었던 사람이 다시 깨어나는 것과 같은 그런 경험을 "내가" 할수 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컴퓨터가 나를 가져간 거지, 내가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닐 테니까. 이를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설령 나의 "Mental"적인 부분이 다 다운로드 될수 있더라도, "Spirit"의 부분은 절대로 다른 곳으로 다운로드 될수 없을 것이다.

Meritocracy, Plutocracy

"하남비 (하늘에서 남자가 비처럼 내려와)" 라는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보면, 차가 조금 딸리거나 벌이가 시원찮은 남자들은 대놓고 점수가 깎이고, 반대로 외제 스포츠카를 소유한 강남 성형외과 원장쯤 되면 곧바로 "훈남" 소리를 듣는다. 한국 남자들이 "남보원"을 보고 통쾌해 한다면, 한국 여자들은 "하남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실리콘밸리에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그쪽동네 이야기를 하는건 포크레인 앞에서 삽질하는 짓이지만, 그들이 모이는 모임이나 파티에 몇번 참석했던 경험에만 비춰서 얘기해 보면, 가장 무리로부터 인정받는 사람들은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뭔가 흥미진진하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가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굳이 영어로 하자면 "People who are doing things that matter"쯤 될까? 반면 아무리 과거에 잘나갔던 사람이라도 "저사람 요새 뭐해?" 라고 물었을 때 "글쎄 뭐 그냥 별로 그러고 있는 것 같아" 정도의 반응이 돌아오면, 대놓고 무시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위의 분위기가 좀 싸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있다. 대체로 서로 무슨 차를 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들이 없는것 같고, 물론 여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차(토요타 프리우스)를 타고 다니는 점도 한몫 하는것 같다. 그래서인지 창의적이고 새롭고 멋진 일 하나를 일궈내기 위해 죽도록 노력들을 한다.

로마가 전 세계를 지배할 시절, 그들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지도자로 세웠고, 능력을 지도자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 소위 "Meritocracy"가 사회를 지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로마가 가장 강성하던 시절이 바로 그 시절이라 한다. 실리콘밸리도 어차피 사람 사는 동네인지라 서로 무시하고 갈구는 일은 비일비재하겠지만, 그나마 그 기준이 아직까지는 단순히 돈이 아니라 얼마나 익사이팅한 일을 하고 있는지, 즉 Meritocracy쪽에 가까운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너무도 전형적인 금권 지상주의, 즉 "Plutocracy"쪽에 가깝다. 부유층 자제들이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놀면서도 거기에서 오가는 고급 정보들로 인해 오히려 더 재산을 불려가는 동안,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장만을 위한 평균 저축 년수가 늘어만 간다. 우리 사회에서도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가는 똑똑한 사람들이 인정받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백날 외쳐봐야 top에 있는 학생들이 이공계에 갈 턱이 없다. 반면 외제 스포츠카를 모는 강남 성형외과 원장이 되기 위한 문은 완전히 미어 터질 것이다.

Shine in small things

병특으로 일하던 사회 초년병 시절, 대만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자수성가로 매우 큰 사업을 하고 있는 분과 운좋게 저녁먹을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성공의 비결을 물었더니 심플하게 "Shine in small things"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네가 하는 일이 아무리 하찮게 느껴지더라도 그 일을 최대한 열심히 하라는 거였다. (내가 하는 일이 당시 그에게 매우 하찮게 보였나보다 -_-;) 그도 그런 하찮은 일부터 시작했지만 남보다 훨씬 잘 해내서 결국 부각을 받게 되었고, 큰 성공을 일구어 내었다. 중국 최고의 갑부도 폐지 장사에서부터 시작했다 하지 않던가.

물론 가치없는 일을 성실히 하는 것보다, 가장 임팩트가 큰 일을 골라서 그것만 하면 된다. 우직한 노력이 아니라 창의성으로 인정받는 시대고, 게으른 천재가 10만명을 먹여살리는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느끼는 것은, 성실한 자세는 내 주변에 사람들을 모아주고, 또한 그들이 내 편이 되도록 해주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에 대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알바도 열심히 하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후배를 만났다. 지금 하는 일이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가진 꿈과 그의 능력에 비해서 한참을 못 따라 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하고 있는, 어쩌면 하찮을 지도 모르는 일을 성실히 해내서, 인정을 받고 보람도 느끼고 사람도 얻는 경험을 한번 해보길 바래본다. 잡념없이 성실히 일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젊을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일 수도 있다.

한옥의 세계화

나는 한옥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굳이 유일한 관계를 찾자면 TEDx Seoul에서 한옥에 관심이 많으신 "동네 건축가" 황두진님을 만났다는 것과, 언젠간 외국인들을 위한 한옥 스테이 사업을 하겠다고 10년째 똑같은 레파토리를 읊고 있으면서도 꾸역꾸역 IT쪽 일만 하고 있는 친구가 한명 있다는 게 전부다.

요새 뉴욕의 비빔밥이나 Kogi 타코등을 통해 "한식의 세계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관련있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고 나서 한옥 역시 세계화의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 한옥을 전통에서 조금 바꾸어 그들의 관점에 맞게 조금은 개량하더라도, "나눔의 문화"로 너그러이 포용해 보는건 어떨까.






직장, 직업, 소명

"당신이 만일 단순히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일을 하는 주된 동기가 급여를 받기 위해서일 테고, 주말이 언제 올까 눈이 빠지게 기다릴 것이며, 아마 직장일보다 더 만족을 주는 다른 개인적인 취미를 찾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당신이 만일 직장이 아닌 "직업(커리어)"의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이보다 더 큰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을 통해서 자신의 발전과 사회적 위치 향상, 그리고 명예의 획득을 추구할 것이다.

당신이 만일 소명의식으로 일을 한다면, 일 자체로써 충분한 만족을 느낄 것이다. 일을 하는 것은 곧 무언가 큰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같이 참여하는 것이고, 따라서 당신은 매우 깊은 정신적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하루를 살면서 종종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드디어 금요일이다 (Thank God It's Friday!)"라는 말을 소리쳐 외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갑자기 부자가 되더라도 아마 그 일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 출처: Job, Career, Calling

나는 지금 소명까지는 아니고 직업 정도에 있는 것 같다. 그나마 단순히 직장 레벨에 머물러 있진 않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블로거 이야기

처음에는 구글 캘린더에 버그가 생긴 줄 알았다. "벌써 7월이라고? 그럴리가 없어!" 지난 4월, 5월, 6월이 도대체 어떻게 지나갔는지 도무지 알 방도가 없다.

지난 4월부터 블로거닷컴의 메인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텍스트큐브 통합 공지 시점을 전후로, 기존에 블로거 일을 하던 미국인 프로덕트 매니저 두명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서 내가 블로거닷컴이라는 작지 않은 서비스를 덜컥 떠맡게 된 것이다. 엔지니어는 전세계에 걸쳐 수십명이 있지만, 프로덕트 매니저는 고작 나 한명이다. 그러다보니 온갖 크고작은 이슈들이 일단 다 내게로 오는데, 가히 매일매일이 이메일과의 전쟁이다.

블로거닷컴은 1998년에 처음 만들어진 "할아버지뻘 서비스"다. 그러다보니 한국 유저들의 눈높이로 보면 쉽게 용서가 안되는 태고적 유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물론 해외 사용자들은 블로거의 유저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한국인들만큼 힘들어 하진 않는다. 심지어 믿기 어렵겠지만 미국인들 중에는 가장 사용하기 편한 블로그 서비스가 블로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낡은 툴이건만 사용자는 놀랍게도 굉장히 많다. 트래픽이나 사용자수 면에서 단연 전세계 1위 블로그 서비스이다 (2위는 워드프레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하루 평균 트래픽은 우리나라 최대 포털의 모든 페이지뷰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가 안 멈추고 돌아가게끔 하는 것만도 쉽지만은 않다. 그리고 매일매일 전세계 수십개국에서 온갖 이슈들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칠레에서 블로거닷컴 접속이 잘 안된다든지,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블로거닷컴 기반의) 블로그가 정치적 이유로 막혔다든지, 이런 식이다.

그동안 왜이리 블로거닷컴에 기능적인 발전이 없었는지를 잘 몰랐는데, 직접 운영을 해보니 단순히 서비스가 안 죽고 돌아가게끔 하는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걸 느낀다. 쉽게 말해 서비스의 규모가 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핑계이고, 블로거닷컴은 앞으로 한참 더 좋아져야만 한다. 예전에는 블로거닷컴이 말도 안되게 후지다고 쉽게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이제부터는 그러한 불평이 고스란히 내 책임이 되는 셈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기능 추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소식 몇 개가 기다리고 있다.

구글에는 서치, 광고, 맵스, 엔터프라이즈, 유튜브 등과 함께 "앱스(Apps)"라는 부문이 있다. 블로거 역시 우리가 자주 쓰는 서비스인 지메일, 캘린더, Docs, Sites, 그룹스, 버즈(Buzz) 등과 함께 앱스 그룹에 속해 있다. 구글 앱스 그룹에서 한국인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직까지 나 한명인데,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글로벌 팀과 뒤섞여서, 때로는 그들을 리딩해 가며 일을 해나가려니 여간 역량 부족을 절감하는게 아니다. 일례로 블로거닷컴 공식 블로그와 블로거의 Labs 버전인 "Blogger in Draft"의 공식 블로그에 글을 계속 포스팅하고 있는데 (엔지니어 이름으로 나가는 글들도 상당부분 내가 작성한다), 원어민들이 보기에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을지 늘 조마조마하다. 그나마 웹 2.0 아시아에서 영문 블로깅을 했던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는 웹 업계에서, 블로그는 핫 이슈는커녕 고전적인 테마에 속할 정도이다. 십 수년된 서비스를 개선시키는 일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비해 훨씬 덜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구글 본사의 주요 서비스중 하나를 맡게 되었다는 개인 신상의 변화는 충분히 도전의식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영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할 것이고, 쏟아지는 일들 가운데에서 정신을 차리려면 좀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워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게 될 것 같다.

블로거닷컴 일만 해도 정신이 없어서 텍스트큐브는 솔직히 거의 신경도 못 썼다. 서비스 통합 결정에 대해서, 그리고 그 결정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은 비판과 질책이 있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비판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지만, 동시에 내가 속한 조직에는 글로벌 컴퍼니로써의 확고한 PR 정책이 있다는 점 또한 존중한다. 참고로 이번일로 인해 구글 코리아가 많은 비판을 받은것 같은데, 서비스 통합 결정은 구글 코리아뿐 아니라 구글 본사에서도 깊이 간여한 결정이었다. 아무튼 텍스트큐브 관련해서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볼 계획이다.

어쨌든, 나는 홍보와 PR을 담당하는 사람도 아니고, 구글이라는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저 엔지니어들과 함께 좋은 기능을 연구하고 추가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 일에 충실하려 한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블로거닷컴을 맡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오기 전보다 더 좋은 서비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미션으로 삼고 있는 일은 한국의 앞선 웹 기술을 해외로 전파하고 소개함으로써, 한국 웹 업계의 레벨을 높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Startup Nation같은 책에 열광하고, 영문으로 한국 벤처들을 소개하는 일도 했었고, 오픈웹 아시아긱스 온어 플레인 같은 행사를 주최하느라 분주히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조금은 논리의 비약인지도 모르겠으나) 한국의 엔지니어들과 더불어 블로거닷컴이라는 글로벌 서비스를 조금이라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서 한국 웹에 대한 구글 안팎의 평가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미션의 연장으로써 약간의 의미부여를 할 수도 있지 않나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