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새해에 블로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1. 재미있다. 믿기 힘들면 한달만 해보시길. 개인적으로 돈 안들면서 정신을 맑게 해주는 행위로 손세차와 글쓰기가 있다고 생각함. 블로깅, 자기 만족때문에 하는게 8할쯤 될거다. 
2. 정보를 전달해서 세상에 공헌할 수 있다. 정보 홍수의 시대건만, 아직도 세상에는 좋은 컨텐츠가 (특히 한글로 된, 독특한 분야의 컨텐츠) 너무 적다. 위키피디어가 가장 약한 나라중 하나가 한국이다. 일례로, "컨버터블 노트"를 보자. 실리콘밸리 초기 벤처투자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믿을수 없겠지만 한글로 된 컨텐츠는 내가 얼마전에 정리했던 블로그 포스트가 거의 유일하게 구글에서 검색되고 있다. 
3. 자신의 브랜드를 가질수 있다. 나도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되고 만나게 된 사람들, 또한 내 블로그를 통해서 나를 알게 되신 분들이 굉장히 많다. 
4. 지인들에게 자기가 무슨 생각 하고 사는지를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찌끄리는것"보다 좀더 휘발되지 않고, 예쁜 사이트에 기록에 남는 방법으로. 

새해에는 더 많은 분들이 블로깅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안하시는데, "김창원처럼 하면" 쉽다. 요체는 부담을 줄이는 것. 참고로 나의 새해 블로깅 다짐은 이렇다. 상당부분이 현재 내가 하고있는 것. 

1. 굳이 안써도 되면 안쓴다. 바빠도 안쓴다. 혹시 쓰게 되면 간단한 메일 하나 쓰듯이 가볍게. 부담이 없어야 블로깅  오래, 길게 할수 있다는 생각. 어차피 시간도 없고. 
2. 가급적 아침 또는 새벽에 일어나서 간략히 기록.
3. "생각"보다는 "정보". 정보의 공유와 기록화가 블로깅의 주 목적. 실리콘밸리에서 내가 살아가면서 겪고 있는 경험들 공유. 
4. 그러나 떠오르는 생각들 중에 공유하고 싶은게 있으면 수필처럼 부담없이 공유. 어차피 내 공간이니 내 마음대로 :) 
5. 주변의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블로그 권장. 특히 재미있는 얘기거리 많은거 내가 뻔히 아는 사람들 (당신, 당신, 그리고 당신! :-) 
6. 여유가 좀 생기면... 가끔 제대로 된 글 써서 매체에 기고하는것 시도. 아마 우리 회사와 관련된/회사에 도움되는 글에 국한될 듯 (

미국에서 비자 받아서 창업하기


실리콘밸리에서 곧바로 창업하고 싶다는 우리나라 젊은 창업팀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그럴만한 팀의 역량과 기술, 아이디어가 있는지가 우선 관건이겠지만, 그런 부분이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하에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아마 체류의 이슈일 것이다.

미국에 "취업"으로 비자를 받아서 들어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흔한 케이스지만 (흔히 말하는 취업비자인 H1 비자와 주재원비자라고 불리는 L1 비자가 대표적), 창업팀의 경우 H1이나 L1을 스스로 내줄만한 형편을 갖춘 회사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에 이게 쉽지 않다. 게다가 H1 비자의 경우 1년에 한번만 4월에 신청할 수 있으며, 게다가 경기에 따라 경쟁이 매우 치열해서 일례로 올해 (2012년)의 경우 2달만에 모든 H1 비자가 소진된 바 있다. 그리고 비용 또한 변호사에 따라서 한명당 3-4천불 이상 들수 있기에 이것도 창업팀에게 쉬운 부담은 아니다.

그래서 원래 비즈니스 활동을 하면 안되는 F1 비자를 받아서 미국에 체류하면서 일종의 편법으로 저녁때 서비스를 만들면서 다음 단계를 모색하든가 (사실 급여를 받지 않으면 경제활동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낮에 어학원에 다녀와서 저녁에 코딩을 한다 한들, 법적으로 뭐라 할 근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음), 아니면 한국에서 투자를 받아서 그걸 다시 미국에 투자하면서 투자비자 (E2)를 통해서 미국에 들어오든가,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래 그림에는 나오지 않지만, 미국에 있는 학교를 졸업하면 주어지는 OPT (일종의 트레이닝 퍼밋같은 것) 를 이용해서 1년반 동안 체류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은것 같고, 요새는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전공으로 미국 학교에서 석사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영주권이 굉장히 잘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은것 같다. 그래서 어떤 분은 미국에서 석사 공부 하면서, 밤에 코딩하고,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해서 1석 2조를 (학위도 획득하고, 학교에서 팀도 만나고, 창업도 하는) 노리는 분들도 봤다.

미국에서 창업팀을 지원하기 위해 스타트업 비자 등의 이야기들이 활발히 나오고 있지만 그게 법으로 실제 발현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 참고로 내 경우에는 구글을 통해서 영주권을 받고 나온 케이스인데, 이처럼 미국 기업에 취업을 해서 그걸 통해서 영주권을 받는 경우 또한 많은것 같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을수 있기에, 지금 창업을 하고자 모인 팀에게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다. 하여간 쉽지 않은 일인데, 여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으니 해당있는 분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을 많이 해보시길 바란다. 한국 사이트만 너무 볼것이 아니라 quora 같은데에도 많은 정보가 있으니 찾아볼 만하다.



행복은 만드는게 아니라 의미있는 일을 할때 얻어지는것

누구나 행복해 지고 싶은 연말이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하루동안 행복한 일을 만들어 보라고 시켰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하루동안 의미있는 일을 해보라고 시켰더니, 두번째 그룹 - 즉 의미있는 일을 했던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더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의미있는 일을 향해 나아가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것, 그게 바로 행복의 요체다. 3분짜리 비디오니까 보는데 부담이 없을듯.

비즈니스와 믿음의 영역


얼마전에 만난 캐나다 친구를 통해 500px.com 이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이 회사는 캐나다 회사임 - 특이하게도 캐나다에 iStockphoto등 사진관련된 회사들이 많음). 사진 작가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스탁 포토그래피를 판매해서 돈을 벌기도 하는 사이트다.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사진 작가 커뮤니티 사이트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은 이 사이트가 처음 생긴건 2003년. 하지만 처음 5-6년간은 트래픽도 안 나오고 작가들의 가입도 저조한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2003년에 창업자의 개인 블로그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 사이트는 2009년에 이르러서 입소문만으로 1000명의 유저를 모으게 된다. 즉 1000명 유저가 모여지기까지 6년이 걸린 셈. 하지만 그 이후, 유명 작가들이 몇명 가입하는 등의 몇가지 티핑 포인트를 경험한 다음, 이후 3년간은 급격한 성장을 해서 올해 11월 현재 150만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비슷한 예로 엊그제 어도비에 우리돈 1,500억원에 인수된 Behance를 들수 있다.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플랫폼 서비스인데, 이 회사도 2006년에 창업해서 6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다. 처음 6년간은 외부 펀딩도 받지 않고 스스로 부트스트랩 하면서 운영해 나가다가, 올 초에 이르러서야 처음 650만불의 투자를 처음 받았다. (따라서 이번 엑싯은 투자가들에게도 단기간에 큰 리턴을 준 셈이다. )

물론 출시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박을 치는 비즈니스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비즈니스가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위와 같은 회사들을 보면 5-6년간 회사를 어떻게 해든 운영해 온 끈기가 대단하고, 과연 나라면 그게 가능할지 솔직히 자신있게 대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 5-6년간 사이트를 끈기있게 운영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자들에게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뛰어난 인재들이었고, 레쥬메도 갖추고 있었을 테니, 그동안 수많은 러브콜도 받았을 테다. 따라서 5-6년동안 소위 "밥이 끓지 않았음에도 밥솥 뚜껑을 열지 않고 계속 불을 지필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비전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즈니스든, 운동이든 필연적으로 한계 구간이 올수 있다. 이때 전략도, 발빠른 피벗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때서부터는 믿음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거다. 믿음은 자신이 만드는게 아니다. 즉 현실의 조건은 무시한채 혼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과는 살짝 다르다. 자기들은 분명히 보고있는게 있는데, 그게 아직 세상에 안온것, 그 비전에 대한 확신이 찾아오고 그것에 이끌려 가는거다. 그 비전이 없으면서 자기만 믿고 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여기 사람들은 "head buried in the sand" 라든지 "Don't bullshit to yourself" 뭐 이런말을 하더라. 하지만 당신에게 분명한 비전이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필연적으로 믿음의 영역으로 진입할 거라는 것을 미리 기억하고 흔들리지 말길 바란다.

두려움 비즈니스

12월 21일 다행히 세상이 끝나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알려진 대로 정작 마야인들은 12월 21일에 세상이 끝날 거라고 애당초 예측한 적이 없다. 마야인 스토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하나의 인더스트리를 창출해낸 것은 비즈니스맨들의 역할이었다. 결국 지구 종말에 대비해서 대피소를 구매한 사람들은 아마 주말 별장으로 사용해야 할 판. 뭐 물론 어차피 부자들이 대부분이라서, 보험금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듯.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두려움의 심리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비즈니스가 많다. 해충 사진을 한껏 혐오스럽게 보여주는 해충 박멸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 사실 보험도 어찌보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두려워한 심리를 적극 활용한 비즈니스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흔히 비타민 비즈니스가 아니라 진통제 (페인킬러)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두려움 역시 하나의 페인일 수도 있고, 따라서 두려움에 기댄 비즈니스 역시 그러한 진통제 비즈니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니 언론은 매일같이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입시킨다. 살을 빼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거라는 두려움, 대머리가 되면 여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질 거라는 두려움, 총을 비치해 놓지 않으면 누군가 총을 들고 가족에게 겨누었을때 방어책이 전혀 없을 거라는 두려움. (총기사고의 확률은 총기를 소지한 가정에서 훨씬 높다고 함.) 날마다 미디어가 주는 두려움에 대한 노출 역시 "피폭"의 한 종류가 아닐까 한다.

그러고보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사람의 두려움에 기대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트위터 같은것도 딱히 어떤 문제를 푸는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그것이 주는 재미가 있었고, 그걸 즐기다보니 이제는 트위터가 없으면 오히려 그게 문제가 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즉 세상엔 페인킬러 비즈니스와 비타민 비즈니스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고통을 줄여주는게 아니라 재미를 주는 "사탕 비즈니스" 뭐 이런 모델도 존재하는 셈이다. (update: 게임/엔터테인먼트계에 계신 분들, 각종 규제다 뭐다 나오지만 당당히 어깨 펴시길. 적어도 재미를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있지도 않은 공포를 만들어 내서 사람들에게 삥 뜯는 비즈니스보다는 나은 셈이니.) 

먼데이 모닝 쿼터백

먼데이 모닝 쿼터백. 풋볼 경기가 주로 열리는 일요일이 지나고 나서,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해서는 지난 경기에서 뭐가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기라면 그때 저기에 공을 던졌을 거라는 열변을 토하는 스포츠 광을 일컫는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을 제대로 던질수 있기는 커녕 풋볼 선수들 사이에 세워놓기 민망할 정도의 피지컬을 지닌 분들이다. 그래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라는 표현은 약간의 비하, 자조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타임라인을 보면 정말 정확한 정치적 분석들이 너무 많다.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사태때에는 전국민이 줄기세포 연구자가 되고, 월드컵때는 전국민이 축구 전략 분석가가 되고, 선거철에는 전국민이 정치 분석가가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글이 너무 많고, 종종 그 비평의 정확도와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처럼 한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전체적인 현상 자체가 좀 생경해 보일때가 있다. 마치 국민 모두가 정치라는 게임에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것은 마치 스스로 매트릭스 속의 무지몽매한 좀비로 살자는 일일수도 있어서 경계해야 한다. 만일 우리 가운데 깨어있고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일제시대나 독재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늘 깨어 있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요 몇달동안 정치가 마치 모든 국민들에게 매일밤 열리는 한일전 같은게 된건 아닌가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전평이 때로는 너무 극단적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다, 일제 치하로 다시 들어가는 셈이다 라는 등의 단언은 미래의 고민을 앞당겨서 기정 사실화해서 하는 거라서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크게 의미없는 일이고, 사람은 자신이 믿는 신념체계에 갇혀서 모든 현상을 그 신념체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해석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분들에게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간에 실제로 나라가 망해가는 것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망하긴커녕 지금 한창 뜨고 있는 경쟁력있는 나라에 더 가까워서, 이제 나라 망했다는 소리는 크게 공감이 안간다.) 그리고 상대방은 무조건 개념이 없다, 이땅에 나처럼 개념있는 사람의 수가 부족한게 슬프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적어도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열린 태도는 아니다.

특정 후보가 당선된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나라의 극단적 분열의 모습이다. 만일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어느쪽 절반이냐의 차이만 있을뿐 여전히 반쪽 진영의 불만과 분열은 존재할 것이다. 사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우리나라의 진정한 분열은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있는 분열인데, 저쪽은 분열의 기미가 없고 오히려 우리가 확실한 분열을 보이고 있는게 신기하다. 하지만 물론 달라진 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삼국 시대때도 북쪽 지도는 하나였는데 남쪽이 두개로 갈라지지 않았던가.

암튼 요며칠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냥 끄적여 본다. 정리해 보면 뭐 뻔한 얘기겠지만 나 하고 있는것부터 잘하자는 거다. 말이라는건 끝도 없어서, 심지어 스티브 잡스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한 블로거 간에도 팽팽한 설전을 충분히 펼칠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설전이 펼쳐졌을 때, 궁극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그 블로거에게 "그런데 넌 인생에서 지금까지 어떤 대단한 걸 만들었니?" 라고 물어봤을때 그걸로 적어도 관전하는 네티즌 사이에서는 게임이 끝나는 걸 봤다. 결국 말보다 뭘 했느냐가 중요한 거고, 현실에 대한 엄청난 비판은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그래서 넌 한게 뭔데?" 라는 질문을 했을때 그에 대한 답이 없이 우물쭈물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이 쉽게 병신취급할 정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당신도 한껏 배만 나온 먼데이 모닝 쿼터백일 수도 있다는 거다.

아들

오늘은 우리 아들 프리스쿨의 성탄 행사 발표일. 부랴부랴 도착을 해보니, 벌써 아이들이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다. 밖에서부터 듣자하니 수십명의 아이들 중 유독 어떤 한 아이가 노래 가사를 "고성방가" 수준으로 너무 크게 따라 부르고 있어서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봤더니, 바로 다름아닌 우리 아들이었다. 창피하면서도 흐뭇한 기분. 

오늘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극도의 행복과 불행을 무심하게 동시에 던짐으로써, 인간사의 부침 정도는 큰 바다의 잔 파도만큼이나 부질없다는 듯한 차가운 관조적 성격을 드러내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인듯 싶다. 미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사고중 하나로 기록될 사고가 난 오늘, 하필 아침 뉴스에서 그걸 보고 나서 아들의 프리스쿨 행사를 참관하러 가는 기분은 평소와는 달랐다. 우리 아들은 부모가 데리러 가면 저 멀리서부터 함박웃음을 띄고 정말 행복해 하면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걸로 학교에서 유명하다. 선생님들도 자기들이 나중에 아이를 낳아서 학교를 보내면,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왔을때 Isaac처럼 저렇게 행복하게 뛰어나왔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하물며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만 늦게 나와도 애가 타는게 부모 마음인데, 부랴부랴 총기사고 소식을 듣고 학교에 도착해서, 다른 아이들이 하나씩 나와서 부모 품에 안기는걸 보고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자신의 아이들은 부모 품에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소식을 들은 스무 가정 남짓한 부모들의 마음은 과연, 과연... 어땠을까. 

성탄 행사, 노래가 끝나고 이어진 스토리 타임. 아들과 눈이 마주쳤다. 방금전 노래 아주 세게 한거, 정말 최고였어. 윙크와 엄지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우리 아들도 눈이 마주치고는 씩 웃어준다. 같이 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눈가가 너무나도 뜨거워졌다. 그저, 살아가 주고 있다는 것, 잘 자라고 있어 주는것, 너무 고맙다. 아빠가 그동안 그런걸 그저 당연히 여겼다면, 그게 무엇보다도 제일 미안하다. 너의 존재는 우연도, 당연도 아닌데. 미안하고, 많이 사랑한다. 


우울증

얼마전에 국내 모 수입차 기업의 대표께서 우울중으로 자살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도 다 고민이나 문제 한두가지씩은 있나보다. ("지금 나 부르는 건희?" <= 이건 농담..)

살다보면 동의는 못하지만 얼핏 이해는 가는 일들이 가끔 있다. 내겐 우울증이 그렇다.

한번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던 도중, 간호사가 주사를 하나 놓아 주면서 이 주사를 맞으면 기분이 약간 우울해 질수도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살면서 우울증은 커녕 비슷한것도 한번도 겪어본적이 없었기에, 전혀 걱정 마시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주사를 맞고 나서 얼마가 지나자, 미약하긴 하지만 뭔가 4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하여튼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드는걸 느꼈다. 아마도 그러한 화학 작용이 감성의 영역을 주로 건드렸고 이성의 영역은 건드리지 못했는지, 아차 싶은 생각과 함께 그냥 이럴때는 눈감고 자는게 상책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후로 그 주사를 놓을 때면 그냥 억지로라도 잠을 자버렸다.

그일 이후로 우울증이라는 것은 화학적 밸런스가 무너지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정상인과 우울증 환자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 등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하거나 동조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 이후로 적어도 덮어놓고 우울증 걸린 사람들은 다른 나라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원래부터 그런 사람 등으로 도매급으로 넘겨버리진 않게 되었다.

아무튼 혹시라도 우울증 기질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것이 실은 화학적 밸런스라든지 기타 자기가 몰랐던 다른 이유에서 올수도 있다는 걸 알고, 그 문제를 주변사람에게 오픈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 때로 자살하는 분들을 보면, 결국 파고들다 보면 주변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던게 결정적인 원인이었을 때가 많고,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예수, 소프트웨어 개발자?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이야기는 33년간의 생애중 마지막 3년의 이야기고, 처음 30년동안의 삶은 목수의 삶이었다고 한다. 예수님은 보통 사람들의 노동을 직접 체험하면서 아마 "만드는 사람", "쟁이"들만이 느끼는 희열(몰입지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뭔가를 만들때의 희열과 영적인 신앙은 둘다 순수한 것이고 일부 맞닿아있는 부분마저 있다고 본다. 만일 절대자가 원래부터 존재했고 그런 존재가 이 세상을 진리와 질서와 자연 법칙 -- 우리가 "물리학"이란 이름으로 극히 일부를 이해하고 있는 -- 으로 만들어서 그것이 실제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봤다면, 마치 run 명령어를 넣고 컴파일이 완성되고 제대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것처럼 얼마나 기뻤을까. "보기에 좋았더라", 라는 이야기가 그것과 맞닿아 있는 것일까? 드넓은 진리의 바다 앞에서 조개를 줍고있는 나라는 무지몽매한 인간으로써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생각들이다.

엉뚱한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목수? 그걸 요즘으로 치자면... 혹시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을까? 뭔가를 만든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심지어 SI 업체의 용어들은 건축쪽에서 온것도 많다 (물론 이게 반드시 좋은 의미만은 아님). 아마 "모든 일을 주께 하듯했기" 때문에, 예수님은 아마 목수 중에서도 가장 성실한 목수였을 것이다. 혹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면 가장 성실한 개발자였을 수도 있고. 암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기본 자세는 남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기전에 자기 자신부터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해내는 것이어야 할듯. 예수님의 생애를 본받고 닮아간다는 것은, 분명 후반부 3년뿐 아니라 전반부 30년의 "목수의 삶"에도 해당되는 얘기리라.

오픈웹 아시아 2012

오픈웹 아시아라는 컨퍼런스를 처음 시작했던게 2008년도 가을이니 벌써 4년 전이다. 당시 웹 2.0 아시아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 많이 받았던 질문중 하나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웹/IT 컨퍼런스중에 대표적인게 있으면 참여하고 싶은데 어디에 참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고, 아무리 둘러봐도 한중일을 대표할 수 있는, 영어로 열리는 "범 아시아 IT 컨퍼런스"가 없다고 생각되서, 그런 컨퍼런스를 하나 만들자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다. 서울에서 열렸던 첫번째 행사는 사람도 장소가 꽉차게 모이고 스피커들의 수준도 높았던 등, 나름 성공적이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면 아마 지금쯤 더 큰 규모로 오픈웹 아시아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을 테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서울에서는 계속 열리지 못했다. 2009년에 모 정부 기관에서 스폰서십을 약속했다가 갑자기 돌연 취소하는 바람에 행사 자체가 무산되었던 것도 있고, 나도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하고 2010년에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이래저래 서울에서 오픈웹 아시아는 그 이후에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오픈웹 아시아라는 브랜드 자체는 계속 살아남아서,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 계속 그 이름으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2010년에는 말레이지아에서 서남아시아 버전 오픈웹 아시아가 열렸고, 올해 2012년에는 중국 해남에서 "오픈웹아시아 2012"가 개최될 예정이다. 두번 모두 잘 아는 친구들이 추진한데다 2008년도에 컨퍼런스를 처음 시작한 입장인지라, 비록 더이상 중심에 서서 추진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힘 닿는대로 도와주었다. 특히 이번 오픈웹 아시아 2012에 한국 스타트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몇개 한국 스타트업들을 추천했고, 각 나라 패널들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1차로 비트윈, 모글루, Shakr 세개의 한국 회사가 탑10 스타트업에 선정되어서 중국에 가게 되었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 또한 2010년 말레이지아에 이어 이번에도 스피커로 초대를 받았지만 여러가지 벌려놓은 일들이 많아서 이 행사때문에 중국까지 갈 여력은 안될 듯하여 정현욱 대표를 스피커로 소개시켜 드렸다. 이 외에도 몇분의 스피커를 더 섭외중이다. 이렇게 훌륭한 한국분들이 참여하는 오픈웹 아시아 2012에 대한 정보는 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생각.


엊그제 미팅이 있어서 버클리에 갔다가 오랜만에 30분동안 차를 세워놓고 학교 캠퍼스를 걸었다. 비가 오고 낙엽이 떨어진 뒤의 대학 캠퍼스만큼 차분하고 낭만적인 곳이 또 있을까.

그 30분동안만큼은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바삐 오가는 학생들을 보며 내 대학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예가 많은데 그러면 도시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역할 - 대학과 도시의 상호작용 - 은 뭘까, 뭐 이런 아주아주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가기도 했고. 지금 하는 일 관련해서 새로운 생각들과 아이디어가 스쳐가기도 했고... 이런저런 프로세스에 치여 살다보니, 멍하니 걸으며 생각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게 얼마만이었던가.

대학 시절, 생각할 거리가 하도 많아서 머릿속에 한짐 짊어지고 "생각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근데 생각 여행을 떠나도 정작 생각이 별로 안되더라. 생각이란건 어쩌면 내가 잡는게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불쑥불쑥 나를 찾아오는 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놓치지 않는 "성실한 영민함"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모든걸 다 짊어지고 떠나는 생각 여행도 좋을지 모르지만, 하루에 30분이라도 운동이든 산책이든 머리를 비우고 "생각이 나를 찾아올수" 있는데 도움되는 환경을 만드는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팀에 있으면 이기는 사람


농구나 축구를 하다 보면 크게 화려한 플레이를 하지도 않지만 그가 팀에 있으면 꼭 경기에 이기게 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비단 동네 리그가 아니라 프로리그에서도 해당하는 이야기. 이 기사를 보고 난 다음, NBA의 셰인 베티에를 완전히 다른 앵글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농구팬이 아니더라도 꼭 읽어보기를 권하는 글. 야구에서도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이런 비슷한 주제를 다룬바 있다.

조직에서도 함께 일하다보면 이런 사람들이 있다. 다른사람 하는 일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거나 자기 일을 포장해서 부풀리기 전에 일단 자기 일부터 누가 보든 보지않든 말끔히 해내는 사람. 이를테면 개발을 할때도 혹시나 있을 소위 "빵꾸"에 대비해서 확실히 맺음을 해놓아서 결국 큰 사고없이 지나가게끔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화려하게 티가 안 날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사고없이 조용히 지나가는게 얼마나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이 있을 때 조직에는 신뢰가 형성된다. 그 일은 OOO가 하는 거고 따라서 그건 믿을수가 있다, 이런 신뢰. 이런 사람들로 구성원이 채워지고, 나아가 사람들 간에 이러한 신뢰와 성과의 측면에서 소리없이 경쟁마저 일어날때, 조직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향상된다.

반면 이메일 보내놨지만 꼭 한번더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사람들, 중간에 점검을 안 하면 꼭 한두가지 놓치는 포인트가 발생하는 사람들이 조직에 한두명이라도 있으면 그게 전체적인 생산성을 얼마나 다운시키는지 모른다. 정작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러한 문제가 별것 아니고 그럴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무얼 모르는지 모르고, 상자 바깥에 나와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동안 상자 안에 있었다는 것도 모르는 존재다. 그래서 (상자를 깨고 나오려는 부단한 노력을 스스로 기울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사람의 역량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그걸 교육으로 바꾼다는 건 힘들다. 조직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을 교육시키기보다는 같이 가는 여정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더 코스트가 적게 드는 것. Fire fast 해야 한다.

티가 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팀에 있으면 꼭 경기를 이기게 되는 사람, 그런 사람들로 팀을 채워야 한다. 어쩌면 셰인 베티에같은 선수를 알아볼 수 있는 역량이 리더의 가장 큰 역량일지도 모른다.

몰입지점


창업에 관심이 있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후배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중 하나는,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벤처를 막바로 창업해야 하는지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어쩌면 앞뒤가 바뀐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질문은 내가 좋아하고 정말 몰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과연 있다면 어디에 존재하는지 일것이다.

보디빌딩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되는 것은 “몰입지점 (getting in the zone)” 이다. 한시간 내지는 두시간동안 훈련하는 도중, 정말 다른 생각 안하고 운동에만 완전히 빠져들어서 몰입지경이 되어 운동할때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다는 것.

우리 모두는 이러한 “몰입상태”를 경험할 때가 있다. 내 경우 어떤 것을 “만들때” 그런 상태에 들어가는 것 같다. 이를테면 컴퓨터 조립을 한다든지, 조립식 장난감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홈페이지 스킨을 매만진다든지 할때 등.

우리의 직업적인 일에서도,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할때 정말 내 자신을 잊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몰입하고 빠져들어서 할수 있는지를 알아보는게 먼저일 것이다.

살면서 그런 프로젝트를 발견하는 것만큼의 행운은 없다. 비단 결과물 뿐 아니라, 과정 가운데에서 몰입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직장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타들어가다 만 젖은 장작처럼 완전히 몰입해서 일하지 못한다.

만일 그런 프로젝트의 기회가 대기업에 있다면 대기업을 다닐 수도 있는 것이고, 기존에 존재하는 기업이 그런 기회를 주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창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이야기했다시피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하는일이 과연 맞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을때, 5일 연속으로 부정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과감히 지금 하는 일을 접어야 한다.)

구글에 다니면서 구글+ 프로젝트의 초창기를 경험해 보니, 대기업에서도 충분히 "몰입해서" 스타트업처럼 일할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경험 이후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넓어진 것 같다. 스타트업이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신나게 몰입해서 일할수 있는 프로젝트의 존재 자체를 일컫는 단어일 뿐이다. 그리고 일터에서 믿을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들의 직업적 여정은 결국 그런 몰입상태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어야 한다.

실리콘밸리 언론소개 팁 공유

지난주에 우리 서비스인 타파스틱이 테크크런치, 판도데일리, 더넥스트웹 등 여러곳의 실리콘밸리 미디어에 소개되었다. 기존에 한국 언론에서 정말 많이 소개해 주신것을 포함해서, 오픈한지 얼마 안되는 서비스로써 운좋게 여러곳에 소개가 된 셈이다. 과정에서 겪었던 몇가지 이야기를 기록차원에서 짧게 공유.

첫번째, PR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따라서 이걸 너무 촉박하게 준비하면 안 된다. 우리같은 경우 국문, 영문 보도자료를 각각의 타겟 D-day보다 거의 한달 전에 작성했다. 기자분들께 최소한 2주전에는 보도자료를 주어야 혹시라도 질문을 받거나 미팅을 잡을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보도자료를 주고 "이거 내일 나갈 건데요" 이러는건 좋은 인상을 주는 일이 아니다. 

두번째, PR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자체의 본질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이번에 그 경우에 해당하는 거긴 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론칭했다" 라고 알리는 것은 그닥 큰 임팩트가 없다. 소위 "론치 포스트" 보다는 "모멘텀 포스트"가 훨씬 파급력이 있다는 것.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라. 하루에만도 수십개씩 테크크런치에 쏟아지는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대한 포스트를 얼마나 눈여겨 보는가? 반면, 어떤 서비스가 1억명 유저를 달성했다, 이런 포스트가 훨씬 더 파급 효과가 있다. 따라서 론치 PR에 "너무 힘을 뺄" 필요는 없다. 물론 새 서비스 출시에 대해서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그것 이상의 의미를 두고 시간을 너무나 뺏길 필요는 없다고 보고 빨리 move on 해서 서비스 자체의 본질에 시간을 쏟는게 더 나은 일이라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에서 PR을 처음 해보는지라 처음에는 다소 막막했다. 그렇다고 PR 전문회사를 쓰자니 가격이 너무 비싸고.. 따라서 하는수없이 일단 내가 드래프트를 작성하고 우리 회사에 투자한 SK 플래닛 분들과 함께 공동 PR 형식으로 그분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이것도 다짜고짜로 해달라 라고 하는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닌것 같아서, 내가 구글링을 통해 기존 사례를 찾아내서 우리도 이러한 형식으로 할수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거기서부터 대화가 진전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나서는 몇가지 매체들을 소개받기로 하고 여기저기 소개를 요청했다. 처음에 누구에게 소개를 요청하고, 그 사람이 누구를 소개시켜 주면 또 연락하고, 그러면 또 누구를 소개를 받고... 모든게 그렇지만 소개라는게 이런 지루한 과정인것 같다. 연락을 했지만 당연히 모든 곳에서 응답이 온 것은 아니었다. 경험한 바에 따르면 내가 누구냐 라는것보다는 소개시켜 주는 사람이 누구냐인 것에 따라서 소개 성공율이 결정되는 듯. 거기다 한가지 작은걸 보태자면 "ex Google PM"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 아마 내 이메일이 곧바로 trash로 들어가지 않는데 보탬이 되었던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몇군데 매체를 소개받고 인터뷰 예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블로그 포스트였다. 보도자료는 사실 딱딱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내가 보더라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 부가적인 재료로 쓰일 수 있도록 "강남 스타일"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포스트를 하나 작성했고, 이 블로그 포스트를 보도자료와 함께 공유했다. 결과는 대성공. 우리를 다룬 거의 모든 포스트가 내가 썼던 블로그 포스트를 참조했다. 보도자료와 함께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좀더 캐주얼하게 블로그 포스트 형태로 같이 공유하는 것도 꽤 좋은 전략이라고 본다. 

포스트가 나가고 나서는 가볍게 글을 실어준 기자들에게 thank you note를 작성했다. 다들 바쁜 사람들이니 정말 딱 한줄짜리였다. 좋은글 써줘서 고맙고, 앞으로 우리쪽에서 재미있는 일 있으면 계속 업데이트 해주겠다, 이런 내용. 

덧. 한가지 실수가 있었는데, 보도자료를 내보내는 시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모 언론의 모 리포터는 자기들이 아침 일찍 내보내려고 했는데 다른 매체에서 그보다 훨씬 더 내보냈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날짜뿐 아니라 시간도 대략 정해주어야 한다는 교훈. 

남자와 여자의 차이


요새 홍보, 미디어쪽 관계되신 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는데, 이쪽 분야에서는 여자분들의 비중이 높은것 같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도 그런것 같다. 왜 그럴까?

내 생각이지만 여자들은 남의 말을 듣고 거기에 반응해서 이야기하는 훈련이 남자들보다 더 잘 되어 있는것 같다. 반면 남자들은 남의 말을 듣는 도중에도 내내 자기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남자들 둘의 대화는 종종 얼굴만 마주봤지 서로 자기가 자기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남자 둘이 말하고, 가운데 여자 한명이 있어서, 나중에 끝나고 여자분이 이야기를 정리해 주고 관계를 스무스 하게 만들어 주면 큰 도움이 된다. 반면 여자 둘이 막 수다떠는 가운데에 남자가 한명 끼어 있으면 그것만큼 어색한 게 없다.

한편 여자들은 남의 말을 듣다못해 너무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생각하고 자세한 부분에까지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는것 같다. (우리 와이프에게 하는 얘기 아님.) 도대체 상대가 왜 저 시점에서 저런 말을 했을까를 혼자서 계속 생각하는 경우. 실은 말이라는게 잘못 나오거나 별 생각없이 나올수도 있는거고, 따라서 상대는 아무생각 없이 한 말일수도 있는데 본인은 계속 그걸 생각하는 것.

여자들이여, 남의 말때문에 생각좀 너무 많이 하지 마시길.

남자들이여, 제발 생각좀 하고 말하시길.

(참고로 우리 타파스틱에도 남녀 차이에 대한 웹툰 시리즈가 하나 게재중임.)

실패

지난 주말, TIDE 에서 주최한 제2회 스타트업 스프링보드 행사에서 스피킹 요청을 받았다. 벤처 행사에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때 기대하는 것은 아마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하기, 창업의 성공 키워드, 이런 것들일테다. 근데 참가자들이 저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성공의 방정식을 계속해서 듣는것도 나름 주말에 공부하는 것마냥 고역이겠다 싶었다. 다행히 나는 성공의 스토리를 나눌게 없어서, 반대로 실패의 경험을 나누기로 했다. 나름 솔직하게 7가지 실패의 스토리를 나누었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

실패 스토리를 나누기 위해서 내 인생의 실패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근데 돌이켜 봐도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턴 아주 크게 소위 '개망신 수준'으로 실패한 예가 별로 없는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세상에 오기전에 비해서 이 세상을 아주 크게, 좋은 방향으로, 비가역적으로 바꾼 성공의 스토리 또한 없다 (방금 내가 말한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이기도 하다). 아이러닉하게도, 그게 바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실패의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나는 인생 살면서 큰 스케일의 일을 무모하게 시도한 경험 자체가 없었던 거다. 우리의 가장 큰 실패는, 어쩌면 크고 멋들어진 실패의 스토리가 없는 그 자체일수도 있다. 인생을 맹숭맹숭하게 살아왔다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므로.

미국의 어떤 성공한 이에게 인생의 교훈을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 얘기했다. 학생 시절, 학교에 다녀와서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가 늘 물었다고 한다. "넌 오늘 어떤 실패를 했니?" 그래서 그날 학교에서 실패했던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버지는 그자리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축하해 주었다고 한다. 그 실패가 바로 너의 땅을 더 단단히 해 줄거야, 넌 아직 젊어, 그러니 더 실패해 봐, 이런 의미였으리라.

고백컨대 나는 아버지로써 우리 자녀들의 실패를 이렇게 축하해줄수 있는 용기가 아직은 없다. 정신 바짝 안차리면 한순간에 뒤쳐지는게 세상이고, 따라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라고 은연중에 보챌것 같다. 작은 부자는 사람이 내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처럼, 작은 인재는 반에서 공부 1등해서 나오지만 정말 큰 인재는 그렇게 자잘한 것으로부터 나오는게 아닐것 같다. 그렇게 알면서도 실제로 우리 아이들의 실수를 축하해줄 수 있는 대인배 아빠가 되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아 보인다.

Along the Way

지난 7월, 존경하던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큰 나무일수록 그늘이 크게 드리운다고, 한국에서도 그를 기리는 분들의 애도사를 많이 볼수 있었고 (참고로 재미 교포로써 한국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셨음), 8월에 Livermore에서 열렸던 추모예배에는 그가 크고 작게 영향을 주었던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의 삶을 추억했다. 미국의 장례식은 우리처럼 목놓아 소리높여 우는 장면은 없지만, 누구 하나 남 눈치보고 억지로 온 사람도 없고, 모두 그 시간만큼은 엄숙하고도 온연히 가신 분만을 추억하는 것 같다.

비교적 지척에 살면서도 뭐가 그리 바빠서 그의 생전에 좀더 자주 찾아뵙질 못했었는지. 그런 나의 후회와 자책은, 마치 아래에 소개할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썼던 글에 나오는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병으로 인해 생의 끝자락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 어느날, 사모님과 두분이서 훌쩍 샌프란시스코로 데이트를 떠난다. 그때 느끼길, 그동안 뭐가 그리 바빠서 베이 지역에서 수십년을 살았면서도 샌프란시스코를 황급히 찍다시피 다니기만 했지, 그 도시를 제대로 여유있게 감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지, 이런 상념이 들더란다.

삶에서 꿈과 목표를 이루어 가는것만큼 숭고하고 아름다운 과정이 없지만, 그건 바쁨 없이는 불가능한 거고, 그런 바쁨때문에 놓칠수밖에 없는 것도 분명히 너무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바빠도 중요한 것은 놓치지 말고 살자" 따위의 뻔한 말밖에는 과연 해답이 없는걸까.. 시한부 선고 등의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삶의 속도를 '뜀'에서 '걸음'으로 늦추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다 한번 돌아볼수 있는 그러한 시간이 과연 우리에겐 어떻게 하면 주어질수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그는 결국 7월에 하늘나라에 가셨고, 대신 책을 하나 남겼다. 책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짧아서 기껏해야 소책자 분량인데, 그 이유는 챕터만 잡아놓고 완성을 채 못하고 가셨기 때문이다. 마치지 못한 챕터의 흔적조차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서, 마치 터만 잡혀있고 완성되지 못한 집처럼 더 생생한 안타까움을 준다.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삶의 자전축을 조금은 기울일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다. 단식을 하면 몸이 리셋되듯이, 이 글을 읽고 난뒤 한 1주일간은 정말이지 생각과 우선순위가 리셋상태로 머물러 있었던것 같다. 물론 글쓴이가 내가 너무나 잘 알던 지인이어서 이야기들이 더 생생히 하나하나 박혀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참고로 말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간중간 일반적인 이야기들도 더러 나오지만, 실은 이 책은 "기독교 신앙 서적"이라고 봐야 할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이 없는 분은 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된다. 단 여기에 대해서 필자는 아예 서론에서 "If you don't [already know the Lord], go seek Him immediately; you don't know what incredible gift you're missing." 이라고 썼다. 믿음의 강요가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축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참고로 이분은 내가 지금까지 알던 분중 가장 최고의 엘리트고 석학중 한 분이고, 확실한 자기 경험없이 기존에 존재하는 문화라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분은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분의 신앙적 체험의 고백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아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파워풀하게 다가온다.

책은 영어로 되어 있다. 시간이 있었으면 번역을 했었을 거다. 아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컨텐츠가 전달될 수 있도록, 언젠가 시간을 내서 번역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우선 원문부터 나눈다. 가을 낙엽이 뒹굴면서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그래서 삶이 더 아름다울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요즘, 가신 그분을 다시한번 추억해 본다.




미국의 재정파탄 시나리오

기술 섹터의 연도별 전망으로 유명한 Mary Meeker가 이번엔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리포트를 작성했다. 내용은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망한다는 둠스데이 시나리오. 우선 이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분석했는지 신기할 따름. (1776년부터 1930년까지 미국 연방정부 재정지출 데이터가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모양.) 알바생들이 고생좀 했을듯.

리포트에서 계속 강조하는 포인트가 미국의 재정적자는 대부분 늘어난 보장성 사회복지 비용에서 온다는 점인데, 여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있는지는 의문. 일본의 예에서도 보듯 사회 자체가 선진국형/고령화로 진입할수록 저성장 고비용 사회로 진입하고 정부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어쩔수 없을텐데. 따라서 사회복지 비용의 (무조건적 삭감이 아닌) 효율화 및 저성장/고연령 사회에 맞는 근본적 산업구조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이는 한국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신형 아이맥

어제 애플의 발표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이패드 미니였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불러일으킨 제품은 신형 아이맥이었다. 아직 출시 전인 제품이지만, 현재 팔리고 있는 윈도우즈 기반의 올인원 제품과 비교해보면 정말 윈도 진영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낄수 있을 정도.

디자인은 말할것도 없고, 가격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선택할 경우 맥이 더 비쌌지만 요새 그런 가격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고 특히 올인원 제품의 경우 가격 차이가 없다. (27인치에 i5/i7 프로세서, 1TB, 8GB 정도를 얹으면 양쪽다 2000불정도의 가격. 게다가 내장된 소프트웨어 가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애플쪽이 더 싸다는 느낌도 듬.)

이번에 발표된 아이맥, 아이패드 미니 모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빠졌는데, 이는 어차피 올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람들이 사양에 상관없이 거의 무조건 애플 제품을 구매할 것이니 고사양을 굳이 얹을 필요가 없을 것이고, 게다가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양산에 따른 가격 저하효과는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커질 것이기에, 잠시 기다린게 아닌가 한다. 내년 상반기정도에 아마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얹은 제품을 동일한 가격에 내놓고, 비 레티나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익숙한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 (뉴 아이패드와 아이패드2, 아이폰 5/4S/4 에서 본것처럼). 올인원 PC를 사려는 사람들의 고민은 어쩌면 메이커에 대한 고민보다 아이맥 내에서의 고민 (retina vs. non-retina) 이 더 클지도 모른다.

이렇든 저렇든 한 6개월만 기다리면 현재 나온 non-retina 신형 아이맥을 좀더 싼 가격에 살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하지만 물론 "6개월만 기다리면 똑같은걸 더 싸게 살수있다"는 법칙은 모든 IT 기기에 적용되는 거긴 하겠다.






애니팡 대박

애니팡이 국민 게임이 된것도 (이정웅대표 축하!) 강남스타일이 글로벌 탑 차트에 오른것도 어찌 보면 최근 서너달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어디서 갑자기 대박이 날지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성공은 실은 수년간 에너지가 축적된 것이다. 성장은 꾸준한 게 아니라 성장 에너지가 한동안 쌓이고 나서 비로소 끓는점에 다다르는, 지극히 비선형적인 것일 때가 많다 ("Growth is a step function"). 대박의 성공에 다다르기까지 하나의 과정이라도 심각하게 삐끗하면 그 과정에 다다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만일 서버가 오랜 시간 뻗었다고 생각을 해보라 (지금도 아이러브스쿨의 실패요인중 하나라고 판단되는..) 그런 면에서 애니팡의 성공은 마치 동전 던지기로 치자면 10번이상 같은 면이 계속 나온거고, 그 과정에서는 물론 "운"도 때로는 개입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준비된 팀이 있었다는 것일 테다. head가 나오려는 찰나에도 그것을 tail로 뒤집는 건 결국 사람의 의지와 역량이니까.

아무튼 재미있는건... 이런 대박에 대해서 몇년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왔다는 것.

  • 삼성에 다닐때, 즉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컨텐츠 사업의 미래는 P2P를 통한 소위 "superdistribution" 이라는 얘기를 너무나 많이 들었다. 사람들끼리 휴대폰을 중심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인맥을 통해서 음악, 게임등의 컨텐츠를 서로서로 추천하고 구매한다는 것. 그런 얘기들이 모든 대중들의 현실이 되기까지는 아무리 기술의 진보가 빠른 오늘날이라고 해도 약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 그렇게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2-3년전 카카오톡이 싸이월드보다 더 커질거라는 얘기가 돌았었고 그 얘기는 이미 사실이 된것 같다 (아니면 사실이 되어가는 과정중에 있거나). 그로부터 얼마뒤, 그러니까 한 작년쯤에는 카카오톡이 플랫폼이 되고 소셜 게임을 붙이면 대박이 날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예측은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어, 어 하다보니 예측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 업계에 있다보면 "어, 어.." 하다가 실제로 되는 경험을 몇번 한다. 뻔히 알고도 당하는 셈.


따라서 반대로 지금부터 "어 이거 잘 되겠다" 싶은 것들은, 몇년의 필연적인 시차를 두고 실제로 잘 되서 대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팀의 실행력에 따라서 그 기간이 단축될수도, 길어질수도, 아니면 그 팀이 아니라 다른팀이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거기에 대해서 말만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그걸 수년에 걸쳐서 직접 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럼 이처럼 "언젠간 되고야 마는" 트렌드는 어떻게 캐치할수 있나? 그 안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업계가 너무나도 빨리 변하지만, 마치 멀리서 보면 분간하기도 어려운 모자이크를 가까이에서 보면 서서히 어떤 패턴이 보이듯, 바깥에서 보면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더스트리에서도 그 안에 들어가서 한 점을 가만히 응시하다보면, 시간이 좀더 천천히 가는것처럼 느껴지면서 그 안에서의 변화의 흐름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

하다못해 면벽9년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벽만 9년동안 바라봐도 도를 터득한다는데, 한 산업을 수년간 계속 끊임없이 공부하고 바라보다 보면 그쪽 분야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도를 터득할수 있지 않겠나. 야구에서 타자가 공이 한창 잘맞을때는 야구공이 농구공만하게 보인다고 하는데, 일반 산업에서도 홈런을 치려면 반드시 먼저 "보는"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누군가는 "결과론"을 이야기하면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어찌어찌 하다보니 우연히 잘된 것에 나중에 이유를 붙일 따름이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창업자들의 머릿속에는 늘 굉장히 큰 비전이 있다. 다만 그걸 실행하는데 시간이 걸릴뿐. 개인적으로 창업자 중에서 자기 비전의 크기에 자기가 오히려 감당 못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를 찾기 드물었다. 결국 먼저 "봐야만" 홈런을 칠수 있는거고, 애니팡 창업팀 역시 감히 말하건대 지금의 성공을 이미 창업했던 그날 미리 보았을 거라고 믿는다.

꿈을 설계하는 힘

언급이 너무 늦은 뒷북이지만, 삼성과 구글에서 같이 일했던 미키 (김현유) 님이 책을 냈다.

난 아직까지 자기 PR을 미키만큼 적극적으로, 그러면서도 “밉지 않게”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혹시라도 약간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런걸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말하지만, 나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자기 PR을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과 같이 일하면서 그들의 굳이 잘난체 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한 자기 PR 능력에 감탄한 적이 많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인들만큼 자기 PR을 잘 안하는 것은 자기 PR 능력이 딸려서가 아니라 어쩌면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사회 분위기에 기인하는게 더 크지 않을지.

누군가는 “정상에 다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책을 내나”라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정상에 다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큼이나, 그 가도를 한창 신나게 달리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람들 이야기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 나는 삶의 어떤 구간과 지점에 있든지 간에 그 시점에서 컨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바로 다양한 처지와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할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상에 정주영/이건희 회장의 자서전만 존재한다면 바로 앞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어떤 실체적 도움을 줄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직업적인 부분에서) 자기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들도 블로그로 남기라고 권유한다. 자기에겐 당연한 이야기가 남들에겐 진주같은 이야기가 될수도 있으니.

아무튼. 구매 링크는 이곳을 참고.

덧. 일화 하나. 구글을 나와서 비즈니스를 시작할때 미키와 통화한 적 있다. 그때 농담삼아 "이제 미키가 (투자) 쳌 (check) 하나 써줘야지!" 했더니, "형 저 책 곧 나와요" 그랬다는.

업데이트: "모난 정이 돌맞는다"가 아니라 "모난 돌이 정맞는다". 최우형님 감사!

6년이라는 시간


삼성에서 오래전 같이 일하던 동료가 근처로 출장 왔다고 한다.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다. 내가 지난 몇년간 살아왔던 세월의 두께를 그대로 내보여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굳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그와 내가 마주치지 못했던 몇년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이런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동창회에 나가는 일이 썩 즐겁지만은 않지만, 언젠가 동창회에 나간다는 생각 자체가 자극을 준다는 누군가의 말도 떠오른다. 오래전에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는 건 그 말을 공감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만일 내가 그 얘기에 공감했다면, 그 공감을 비단 “누가 잘나가고 누가 못 나가고”의 속물적 차원으로만은 보고싶지 않다. 뭐랄까, 중년을 향해 가는 나이라고 해서, 마치 물 밖으로 나온지 오래되서 더이상 펄떡거리지 않는 물고기처럼 퍼질러진 삶을 살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랄까? 그걸 위해 좋은 방법중에 하나는 오랜만에 동창을 만나는 가상의 순간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것일수도 있다.

우린 만났고, 따사로운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서 커피 한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같이 일했던 누군 지금 뭐 하고 있으며, 누군 또 뭘 하고 있다, 그때  자주 갔었던 그 음식점 지금은 확장 개업해서 완전 잘된다, 그때 옆자리에서 내가 계속 우산 떨어뜨렸던거 기억나냐, 뭐 이런 이야기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지만, 6-7년의 세월은 오히려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일수록 아련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혼자 생각한다. 맞아, 우린 그때 젊었었구나.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던 시간들이었지만, 나름 치열하게 그 시간들을 이겨낸 우린 어쩌면 꽤 괜찮고 멋진 젊은 시절을 보냈던 걸지도 모르는 거구나.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들.. 왜 나는 그때 미래의 꿈에만 그토록 사로잡힌 나머지, 소중한 현재에서의 관계들을 보다 충실히 하지 못했을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서 굳은 표정으로 아무일도 없는듯 겉치장을 하고 내 감정에 온연히 충실하지 못했을까. 왜 내 힘들다는 얘기만 했지, 남들이 기댈수 있는 어깨가 된적이 없었을까.

다시 현실로 컴백.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예전에 삼성에서 있을때 같이 일하던 거의 모든 분들이 아직도 여전히 삼성에서 일을 하고 있더라. 역시 좋은 회사인게 분명한듯! 그에 반해 지난 몇년동안에만도 벌써 몇번의 큰 인생 변화를 거치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혹시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하지만 이내 내 삶에, 그리고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하고 살지만 이럴때마다 내 안에 존재한다는걸 깨닫게 되는 나의 노매드 근성에, 너무도 감사하게 된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비교적 다양한 색깔의 삶을 겪고 있는 중이니. 한번의 삶, 경험 말고 뭐가 있겠는가.

어느덧 우리는 우리가 완전 윗사람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는걸 느꼈다. 그러기에 더욱더 잘 살아야겠다.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윗사람으로 기억되기가 쉽지 않은 거라는 걸 이젠 조금은 알수도 있을것 같다. 내가 좋아라 하는 이고잉의 말처럼, 남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턱턱 해대는 결혼과 출산 이런게, 막상 내가 하려면 전쟁준비와 다름 없는게 인생인 거고, 소위 말하는 선배짓이란 것도 그런것중의 하나인 것 같다.

커피숍에서 나왔다. 캘리포니아의 햇살은 오후가 느즈막해질 수록 더욱더 고운 빛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이 햇살... 만일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날 거라면, 햇살 가득한 날 만나라고 권하고 싶다. 몇년전으로 돌아가는 아릿한 상념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기에. 우린 또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또 만날걸 기대하면서, 쳐진 중년의 뱃살같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해 본다.

사과도 익으면 떨어질까?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는데, 사과도 익으면 떨어지려나? 애플의 요새 행보를 보면 영 심상치가 않다.

- 아이폰 5는 모두가 예측하던 모습대로 나왔다는게 가장 쇼킹한 뉴스였음
- iOS6 지도 앱은 애플이 만든 최악의 소프트웨어 (그래서 아직 OS 업데이트를 안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애플은 그동안 안드로이드에 비해서 최신 OS 사용자 빈도가 훨씬 높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 해왔음)
- 7인치 아이패드는 개발 사실이 진작부터 알려져 있어서 시장에 나오더라도 김샌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있으며, 아이팟, 아이폰, 오리지널 아이패드가 시장을 처음 개척했던 것과 달리 넥서스7, 킨들파이어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이미 장악한 시장에 애플이 후발주자로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애플의 시장 선도자로써의 위치에 대한 의구심을 주고 있음

이런 가운데, 얼마전 패스트컴퍼니의 디자인 이슈중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자인에 대한 글을 흥미롭게 보았다. 소위  (특허 분쟁때문에 그 이름을 더이상 사용하진 않지만) "메트로 디자인"은 각종 디자인 치장을 배제한 심플한 디자인이다. 이 부분은 애플의 소프트웨어 디자인과 배치되는게, 애플 소프트웨어는 가끔 노트패드의 가죽 스티칭 이미지라든지 우체통 디자인이라든지, 그런 실물 메타포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디자인은 그러한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건 애플은 하드웨어 디자인에서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하나라도 제거하고 없애려는 노력을 하지만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오히려 그런 장식적인 요소들을 많이 넣는다는 것. 한편, 요새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은 노트패드의 가죽 스티칭같은 실물 자체를 아예 본적이 없어서, 그런 메타포어도 잘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아무튼 주목할 만한 것은, 핵심에 치중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메트로 디자인 역시 그 뿌리를 독일의 바우하우스 (bauhaus) 디자인에서 찾을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의 디자인에는 본질이 있다는 철학, 그래서 그 본질적인 디자인만 남기고 나머지는 빼자는 디자인 철학에서 간단함의 미학을 살린 가구, 전자제품 등이 디자인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철학을 잘 살린 브랜드 중 하나가 독일의 브라운이었고, 이러한 디자인 경향은 소니로 전파되었는데, 사실 애플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 역시 애플이 역사상 최초로 만든게 아니라 이러한 바우하우스 철학에서 많이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애플의 제품 디자인이 실은 브라운과 소니에서 "베껴온" 부분이 많다는 것이 이번 특허 분쟁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 입장에서 다른 회사가 자사 제품을 베낀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부분은, 마치 "남의것도 내것, 내것도 내것" 이라는 표현을 연상시킨다.

물론 애플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분명히 있고, 이걸 타사가 베끼고 따라한 흔적 또한 일부에선 매우 역력해 보인다. 자사의 기술과 디자인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애플이라는 점이다. 마치 찰리의 초콜릿 공장같은 매지컬한 회사, 마법처럼 이노베이션을 만들어 내는 회사로 각인되어 있던 애플이었는데, 이제는 풋볼로 치면 먼저 앞장서 뛰어가는데 치중하는게 아니라 다른 선수 옷을 잡아당기는데 치중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특허 분쟁이 아니라 이노베이션인데, 일례로 온 세상이 몇년째 기다리는 TV 시장의 혁신적인 제품은 소문만 무성하지 여전히 몇년 뒤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팬 중의 한명으로써, 이제 사과가 너무 익어서 나무에서 떨어질까봐 걱정이다. 

죽기 전에 주로 후회하는 다섯가지

"죽기 전에 후회하는 스물 다섯가지" 류의 책이 그간 많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좀더 짧은 다섯개의 리스트. 원문은 이곳을 참고.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아온 저자가 간추린, 사람들이 보통 자신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는 다섯가지라고 한다.

1. 다른 사람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게 아닌, 나 자신에게 보다 충실한 삶을 살수 있는 용기를 가지지 못했던 것
2. 죽어라 일만 했던것
3. 내 감정을 보다 솔직히 표현하지 못했던 것
4. 내 친구와 지인들과 좀더 관계를 갖지 못했던 것
5. 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못했던 것


1.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live a life true to myself, not the life others expected of me.
2. I wish I didn't work so hard.
3.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express my feelings.
4. I wish I had stayed in touch with my friends.
5. I wish that I had let myself be happier.

내 경우 2번과 4번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요새같은 경우 너무 일에만 몰두해서, 특히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많이 놓치고 있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때 평균값을 따져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 인생의 특정 구간동안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일만 해야 하는 구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그것이 추후의 삶에 여유를 줄수 있는 밑거름이 되서, 인생 전체로써의 평균값을 놓고 보았을때 궁극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성공적으로 해줄수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희망이라도 가지려고 한다.

이메일 < 3

모든 이메일을 세 줄 이내로 작성해 보도록 노력할 것. 물론 때로는 세 줄을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메일은 무조건 세줄 이내"라는 원칙을 염두에 두고 의식적인 노력을 하다 보면 짧게 쓰는데 좋은 훈련이 된다. 그리고 평소에 얼마나 이메일을 불필요하게 장황하게 썼는지를 깨닫게 된다.

Digg의 창업자이자 지금은 구글 벤처스에서 VC로 일하고 있는 케빈 로즈의 경우, 데스크탑에서 보내는 이메일에조차 signature에 "Sent from my iPhone"를 자동으로 붙인다고 한다. 약간의 치팅이지만, 짧은 이메일을 받았을 때 상대방이 좀더 잘 이해해 줄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이메일 치팅을 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가끔 정말 누가봐도 바쁜 사람들에게 이메일 답장이 올때가 있는데 그럴때 보면 끽해야 한두줄일 때가 많다. 하지만 또한 사실 한두줄이면 필요한 말 거의 할수 있기도 하다.


매일 이메일의 홍수에 시달린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경우 자기 자신이 엄청난 양의 이메일을, 그것도 길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때로는 all@)을 CC에 넣어서 보낼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정말 이메일만 하다가 하루가 간다.


이메일 외에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고려할 것. 가끔 모든 것을 이메일로만 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때로는 전화 한통, 미팅 한번, 산책 한번, 구글+ 행아웃 한번이 훨씬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일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이메일이 안 중요한 건 절대로 아니다. 특히 버추얼 협업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에서 이메일은 갈수록 업무에 있어서 중요해지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래서 나도 우리 팀원들에게 액션이 필요한 이메일의 경우 최장 24시간 내에 액션이 취해져야 한다는 소위 "이메일 협정(email pact)"를 부탁하곤 한다.

하지만 이메일 상에서 토론이 벌어지고 끝도없이 답신이 오가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 축구로 치면 끊임없이 미드필드에서 가로로 패스가 오가는 것. 중요한 것은 골을 넣는 것인데 계속 공만 옆으로 돌리고 있으면 공과 선수의 이동거리는 길지만 벡터의 섬은 제로가 된다. 아무도 당신의 조직이 얼마나 서로에게 이메일을 잘 쓰는지로 당신의 조직을 평가하지 않는다. 당신의 조직이 만들어 내는 제품과 서비스, 그것만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다. 이메일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의 한가지 방법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절대로 아니다. 

왜 미국 가정들은 도어락을 사용하지 않을까


미국에 와서 가장 불편한 것 중의 하나는 2012년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쇠라는 것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벌써 10년쯤 전부터 도어락 없는 곳이 없었던 것 같은데, 미국에선 사무실이든 아파트든 간에 아직도 노란색 금속 열쇠가 없으면 안되는 곳이 많다. 2012년의 모습이라고 영 믿어지지 않을 정도.

아마 기술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 도어락 시스템, 이런것을 도대체 언제부터 들었었던가. 이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거의 완성도를 신뢰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 미국 가정에서 누구나 한국처럼 번호 방식의 도어락을 쓰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의 습관이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해서일 것이다.

스타트업을 한국에서 먼저 해서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맞냐, 아니면 처음부터 실리콘밸리로 무작정 건너와서 시작하는게 맞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아마 정답은 없을 거고 회사마다, 사람마다, 업종마다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템은 아예 미국서 시작하거나 해외진출을 반드시 염두에 두는게 맞고, 기술 기반의 회사라면 상대적으로 그런게 덜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던것 같다.

서비스의 경우 한국에서 성공하면 할수록 한국 유저들의 요구사항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해외 진출을 위한 로컬라이제이션이 점점 어려워지는 패러독스를 안고 있지만, 기술 기반의 경우 - 이를테면 비디오 전송시 퀄리티 손실없이 파일 크기만 1/2로 줄여주는 기술이 만일 개발되었다고 하면, 그건 문화 차이라는 요소가 별로 없는거고 따라서 대부분의 팀이 한국에 있고 미국에 한두명만 있어도 된다고 본다.

도어락의 경우는 흥미롭게도 기술과 문화 두 가지가 모두 결합된 비즈니스의 한가지 예인듯 싶다. 기술 자체도 오류에 대한 수용도 (fault tolerance) 가 매우 낮고 -- 자기집 문 밖에서 뭔가 문제가 생겨서 못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 따라서 매우 기술 기반의 아이템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지만, 반면 기술을 극복했다고 해서 문화적으로 아무런 장벽없이 무조건 수용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닌듯 싶다. 따라서 기술의 장벽도, 문화의 장벽도 둘다 넘어야 하는 비즈니스의 예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미국의 이 수많은 문들을 스마트폰과 네트워크에 기반한 전자식 도어락으로 바꿀 것이다. 그리고 그 업체는 도어락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기술뿐 아니라 문화의 장벽 역시 넘은 업체일 것이다.

당신은 곧 당신의 친구들

드랍박스를 만들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가중의 한명이 된 드루 하우스턴이 얼마전에 스탠포드에서 이야기하던중, 이런 얘기를 했다. 창업에 있어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중 하나는 자기 친구중에 하나가 Xobni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1년도 안되어 수백만불의 투자를 받았던 일이라는 것.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은 대학 기숙사에서 맥주 마시면서 놀던 친구가 수백만불의 VC 투자를 받는 것을 보고, 만약 그 친구가 할수 있다면 나도 할수 있다고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기업들을 주름잡고 있는 분들도 알고보면 카이스트, 서울대 기숙사 선후배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면 르네상스, 산업혁명 등 역사를 바꾸어 놓은 굵직한 혁명들도 알고 보면 한 도시, 지역에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즉 멀리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보는 친구들끼리 서로서로 경쟁도 하고 조언도 해주면서 같이 성장하는게 결국 전체적으로 파이를 크게 키워서, 자기 자신역시 자기가 처음에 생각할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될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그래서 우리 한국 사람들도 벤처들끼리 자주 모이고 교류를 나누고, 그러는 가운데 서로 건전한 경쟁심도 가지면서 같이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드루 하우스턴이 했던 말중 멋있는 말 하나. "You're the average of 5 closest friends of yours". 당신을 규정하는 것은 곧 당신의 가장 친한 5명의 친구들이 누구냐이다, 뭐 이쯤 될듯 하다. 기업가들이라면 함께 배우고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다른 건전한 기업가들을 자기 주변에 두고 그들과 어울리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창업을 위한 시기

지인 버나드가 진행한 인터뷰 기사 - 망할뻔한 회사를 약 1000억원에 엑싯시킨 벤처 롤러코스터 이야기 - 를 얼마전 흥미롭게 읽었다. 다소 길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 일독을 권한다.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창업에 좋은 시기는 두번 있다. 한번은 젊고 가족이 없을때. 당신이 열아홉살이라면 기본적으로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하루에 스무시간씩 일할수 있다. 이때가 창업을 하기 좋은 첫번째 시기다. 두번째는 회사원 생활을 접을 무렵. 통장에 어느정도 저금해놓은 돈도 있고, 아이들은 이제 어느덧 성장해서 당신 곁을 떠난 상태일 것이다. 이제 좀더 작은 집으로 옮길수도 있을 테고, 시간과 그간 얻은 지혜를 전부 당신 일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시기 이외에 창업하는 것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선택이다."

"There are two good times to start a company. The first is when you’re young and have no family, you live off your family at home, and you can basically work twenty hours a day because you’re nineteen.  That’s a great time to start a company.  The second is when you’ve finished the corporate career path, you’ve got money in the bank, and your kids are grown and gone.  You can downsize your property and afford to basically give all your time and wisdom to a company.  Everything in between is a nightmare.”

바로 정확히 그 선택을 한 사람으로써, 이게 정말 악몽과도 같은 선택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입장에서, 특히나 아직 자녀들이 한창 어린 상태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아빠와 남편을 묵묵히 지원해주는 우리 가족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하다. 아직까지 나는 악몽같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와이프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확신은 없다. :)

스타트업은 - 아니 적어도, 어쩌면 더 정확히 말하면, 스타트업 문화는 - 라면만 먹고도 며칠밤을 너끈히 새고, 그러면서도 파티와 네트워킹도 좋아하고 즐기는, 20대 초반의 남자들 문화(bro culture)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스타트업 세계에는 남녀차별, 인종차별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세대차별도 알게모르게 존재한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도 하이텍 회사의 창업자들의 평균 나이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인 만39세라고 한다. 또한 하이텍 회사에서 50대 이상의 임원(내지는 창업자)이 29세 이하보다 두배 더 많다고 한다. 나는 사실 이쪽에 더 동의한다. 프로야구 선수도 50대까지 하는 선수가 있고, NFL 쿼터백도 40대 중반까지 하는 선수도 있는 마당에, 엄연한 사무직인 스타트업에서 나이가 대수랴. 나 스스로에 대한 위안때문만은 아니다. 조금 이룬것 있다고 아주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놀생각만 하는 사람들 보면 좀 그럴때가 있다. 공 찰수 있을때 현역에서 더 많이 뛰어줬으면 좋겠다.

관련해서,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적으로 대학생 인큐베이터 말고도 삼성/NHN등 대기업 경험을 갖춘, 나이가 좀더 있는 분들에 대한 창업지원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 - 문화차이, 교육환경 차이 등 - 으로 인해,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미국 대학생들을 직접 비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미국 대학생들의 창업문화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충분히 있을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미국에선 대학교 나오자마다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대학교 나와서 번듯한 직장부터 잡으려고 한다, 따라서 대학생 창업문화를 더 양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한다. 맞는 부분도 당연히 있고 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던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도 분명히 있을 수 있고, 따라서 그런 면에서 무조건적으로 비판적 관점만 가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수 있다고 본다.

고등학교때까지 십수년동안 입시지옥에 살아남기 위해서 집에서 뒷바라지한 것을 생각하면, 일단 부모님이 원하는 번듯한 회사에서의 커리어를 몇년간 살면서 ROI에 조금이라도 보탬을 드리고, 자신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한국사회 특유의 소위 "간판"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마치 압력솥에서 김을 조금만 빼주듯이 살짝 누그러뜨려 주면서, 동시에 사회생활과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경험도 월급 받아가면서 쌓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몇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큰 조직의 답답함을 느끼고 이제 그동안 꿈꾸어왔던 창업의 길을 조심스레 걸어가고자 하는 팀에게 자본과 멘토링 등 창업지원을 "그들의 환경에 맞게" 해주는 것이 더 한국적 상황에서 필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Y 컴비네이터가 아니라 ex-대기업 컴비네이터라고 할까? :) 분명 그러한 그룹들에게 필요한 정보나 그들에게 줄수있는 조언은 대학생 창업팀에게 해줄수 있는 조언과는 다를 것이다.

창업에 맞는 나이 이야기 하다가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다. 결론적으로 - 나이먹고 나서 하는 창업은, 물론 당연히 여러가지 어려움은 있을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 창업 생태계 지표

오랜 친구 벤자민이 최근 테크크런치에 글을 하나 기고했다. 실리콘 밸리와 아시아 다른 지역들을 비교하면서, 무엇이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를 강력하게 만드는지를 분석한 글이다. 

창업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필요한 요소를 아래 여섯개로 정의하고, 이 여섯 가지 항목에 대해서 실리콘밸리와 아시아 국가들 (한중일/싱가폴)에 각각 점수를 매기는 방법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Market (시장)
Capital (자본) 
People (인력)
Culture (문화) 
Infrastructure (인프라) 
Regulations (규제)

이와 같은 비교를 해봤을 때 실리콘밸리와 비교해서 한국은 특히 시장 크기와 자본, 그리고 창업 문화의 측면에서 뒤쳐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물론 실리콘밸리와 한국을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겠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 잘 조성하기 위해서 어떤 항목들이 갖추어 져야 할지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듯하다. 원문 참고





아큐라 인테그라 1994

주말이니까 가벼운 포스팅 하나. 요새 "응답하라 1997"이라는 드라마가 유행이라고 하던데, 가끔 삐삐같은 추억의 물건들이 등장하는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근데 추억의 물건이 여전히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 특히 이곳 캘리포니아는 기후가 그다지 극단적이지 않아서 일이십년전 자동차들도 꽤 좋은 상태로 돌아다니곤 한다.

추억을 상기시키는 것들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때로 영화와 자동차가 그렇다. 둘다 구체적인 연도와 매칭되어 있고, 관련된 사람들의 스토리가 존재한다. 가끔 CGV 사이트에 들어가서 과거 예매 목록을 보면서 "이 영화는 OO랑 XX랑 봤었는데... 그리고 끝나고 이거 먹으러 갔었고. 그게 벌써 이렇게 됐나?" 이런 추억을 떠올릴 때가 있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물건인 자동차 중에서, 오늘 소개하고 싶은건 아큐라 인테그라 1994년형이다. 일본은 지금도 물론 차를 잘 만들지만 90년대 초반의 일본차들은 지금 봐도 경이로울 정도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당시 미국인들은 일본차의 단차 없는 실내조립에 도대체 계기판에 동전을 꽂아둘 데가 없다고 불평할 정도였고, 디자인 역시 일본차가 세계 흐름을 주도할 정도였다. 90년대 초에는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가 세계를 점령할 기세로 무섭게 올라가는 흐름의 정점에 있었다. 포브스지의 세계 최대 부자가 일본사람이었고, 미국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일본 관련된 (자못 경계심 어린) 책들이 있었다. 물론 그 뒤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게 되지만.

미국이란 나라에 처음 와본게 1993년. 당시 코넬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형과 함께 살면서, 여름방학때 코넬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나랑 동갑내기 친구를 하나 만나게 되었다. 이 친구는 나랑 동갑인데도 불구하고 그당시 벌써 코넬을 졸업하고 펜실베니아 의대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천재 기질이 있어서 학교도 일찍 들어간데다 공부가 특히 어렵다는 코넬에 다니면서도 월반 비슷한 걸 한 모양이었다. 4개국어 하는것도 모잘라서 틈틈히 자기가 알바 일하면서 모은 돈으로 새차마저 자기 힘으로 산, 같이 있으면 아주 비교되고 따라서 나 자신에 대한 짜증을 유발시키는 친구였다.

그때 그 친구가 여름에 산 차가 그때 막 등장한 아큐라 인테그라 1994년형이었다. (94년형은 93년 여름부터 판매)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보니 대략 이렇다.






저 차가 20년전에 처음 개발된 차라는 것이 믿어지는가. 지금 봐도 디자인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차체 디자인은 비례가 적절하고, 내부 디자인 역시 시대를 한참 앞선 디자인이었다고 본다. 저 모델 자동차는 지금도 캘리포니아에서 꽤 굴러다닌다.

비교를 위해서 미국차중 하나인 chrysler Lebaron 이라는 모델은 1994년형이 이렇게 생겼었다. (놀랍게도 이 모델 역시 1994년에 처음 데뷔한 모델이라고 한다.) 뭔가 미국 영화 추격씬에서 무기력하게 찌그러지는 차로 자주 등장하던 디자인.



친구랑 나는 저 차를 타고 이타카 시내를 누비고 다녔다. 길거리 다닐때 마치 여자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스무살 갓된 남자들만 할수 있는 치기어린 착각을 하면서.

나에게 93년 여름은 그렇게 진한 추억을 남기고 지나갔다. 아름다운 코넬 캠퍼스, 처음 가본 미국이라는 나라의 생소하지만 강렬한 매력, 같이 어학연수 갔던 팀들과의 재미있는 기억들, 난생 처음 외국인들과 밤새 해본 파티. 나보다 인생의 발걸음에서 앞서 있었던 친구를 보며 나도 그친구처럼 빨리, 더 많은걸 이루고 싶다는 스무살짜리의 꿈...  이런 키워드들이 버무려져서 아련한 기억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나의 아메리칸 드림은 바로 그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이 모든게 지금도 심심치 않게 굴러다니는 아큐라 인테그라 1994년형을 볼때 가끔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이다.  그랬던 93년 여름이 벌써, 눈 깜박할 사이에 20년 전의 일이 되어 버렸으니, 세월이란건 정말 쏜살같이 빠르다.

세상에 당연한건 별로 없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교훈중 하나는 세상에 당연한 거라곤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면 지금은 자리가 안정되어 보인다 한들 그것이 계속 가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스타트업 CEO라면 사람들이 지금 당장 그 프로젝트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계속해서 그러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리더라면 조직에 있는 사람을 누구도 당연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가 현재 조직에 있어주는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그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떠날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늘 잊지 않고 그가 필요한 것을 늘 뒤에서 생각하고 맞추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마음 써줌과 실천이 진정성이지, 입에 발린 말따위가 아니다.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지금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계속 아무런 심정의 변화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이 예측도 못한 어떤 한 순간에 아찔한 일을 당할수도 있다.

세상에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You should not take anything for granted.

프로젝트 > 돈

스타트업을 하면서 큰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빨리 생각을 달리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확률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

대놓고 돈만 벌려고 한다면 다른 훨씬 더 좋고 빠른 길이 많을 것이다. 아는 사람중 하나는 중국에서 짝퉁 폴로 티셔츠를 1톤당 몇만원에 사와서, 우리나라 아파트 앞에서 트럭에서 한장에 5000원씩 받고 팔아서 떼돈 벌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팔아도 아줌마들이 말 로고만 제 위치에 제 크기대로 박혀만 있으면 무조건 사간다고 하더라.  (물론 불법 브랜드의 수입, 유통은 하면 절대로 안된다!!)

그가 테크크런치를 보고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느라 화이트보드에 밤새가면서 고민할까? 아닐 것이다.  요는, 돈을 벌고 싶으면 스타트업 하는것보다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나서는게 더 나은 방법일 거다.

그럼 만약 돈이 아니라면,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모티베이션은 뭘까? 나는 이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 중에 최고의 프로젝트가 되게끔 하는 것."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 이름이 들어간 프로젝트중에 누구나 들어도 그 이름을 아는,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친 프로젝트가 있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혼과 정열을 다 해서, 나의 혼이 입혀진 그 프로젝트가 세상에 임팩트를 끼치게 하는것. 그게 스타트업 최고의 모티베이션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모티베이션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만이 스타트업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순수하고 "쟁이적인" 욕심을 가질수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의외로 많지 않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이 알든 모르든 간에, 일종의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이 재미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 그러는 과정 가운데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러는 와중에 지식과 성격의 굳은살이 단단히 배어서 그 다음에는 더 큰 프로젝트도 너끈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세상에는 그런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회사? 어찌 될지 모른다.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회사가 망하거나 없어질 확률이 다반사고, 또한 잘 된다 한들 다른 큰 기업의 일부로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회사에 들어와서 나랑 같이 뼈를 묻자고 하는건 현실성 떨어지는 얘기다. 대기업에서도 뼈를 묻겠다는 사람 보기 힘든데 말이다.

"너 나랑 인생 같이 가자"는 보스기질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실은 그 뒷면에 오히려 자신감이 결여된 케이스가 많다. 이를테면 누가 나보고 "너는 내가 키워줄께, 인생 맡겨라" 그러면 나는 조용히 그를 연락처에서 영구히 삭제할 것이다. 어따 대고 나름 똑똑한 사람한테 인생을 송두리째 맡기라고 하는가? 나도 그걸 알기에 나는 그런 말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못 하겠다. 재미있는 프로젝트 만들고 그것 한번 같이 해보자고 하는게 내가 생각할수 있는 유일한 꼬실라이제이션의 방법이다.

세상이 빨라질수록 기술과 서비스가 명멸하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젠 회사가 단위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단위다. 어차피 대기업에서도 사람들은 수시로 프로젝트 바꿔가면서 다닌다. 그래서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간에 중요한건 섹시하고 파급력있는 "프로젝트"가 중요한 거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 중에 최고의 프로젝트가 되게끔 하는 것."

어떤가? 과거에 성공을 경험해 봤든 그렇지 않든 간에.. 생각만 해도 너무 가슴벅찬 일 아닌가?


블로그는 삶의 기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고 싶은건 아니다. 지난 주말, 존경했던 분의 추모 예배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분이 살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하고 나서 수개월간 암과 필사적으로 싸우며 썼던 소책자 형식의 글을 다 읽었다. 수십년간 살아온 삶의 관성이 이 한번의 경험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 삶의 자전축이 2도 정도는 기울기가 바뀐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여기서 나누긴 힘든 성격의 것들이다.

죽음의 문턱에 갔었던, 그래서 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볼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살면서 남겼던 기록들. 어쩌면 우린 그런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마음의 굳은살이 더 박히고, 일상으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오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그렇게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린 우리 삶의 유한성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오히려 영원히 살것처럼 행동하는 모순을 지닌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마치 사흘 뒤에 떠날 호텔 방에 머무르면서도, 끊임없이 그 방을 치장하고 물건을 사다놓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비전과 진정성


오사마 빈 라덴과 부시의 전쟁은 일면 부시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것 처럼 보였지만, 결과론적으로 리더십을 더 공고히 했던 것은 빈 라덴쪽이었다. 그는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을 움직였고, 그 비전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과 편안함을 내던지고 군중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지만, 부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리더십에는 여러가지 색깔과 스타일이 있다. 카리스마형 리더만 있는게 아니고, 조용조용하고 심지어 쑥스러워 하기까지 하지만 내적으로는 누구보다 강한 신념체계와 강인한 성품을 가진 리더도 있다. 하지만 훌륭한 리더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자질은 비전과 진정성인것 같다.

요새 징가(Zynga) CEO 때문에 말이 많은 모양인데, 때로는 어떤 회사에 대해서 언론에서만 떠드는 경우도 있지만 징가에 실제로 다니는 아는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 징가의 상황은 언론에 나오는 그대로, 내지는 그 이상으로 사기가 안좋은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대표는 주가가 12불일때 자신의 지분 상당수를 팔아서 200억짜리 저택을 구매하는 와중에, 다른 직원들은 주가가 3불까지 미끄러지면서 자신의 장부상 가치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 억울한 사람들은 Quora에 이런 심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 반론을 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러고보면 Quora는 Q&A 서비스로의 본업 외에 무기명 게시판 역할도 감당하고 있는듯.

더군다나 작년에는 기존에 나누어 주었던 주식이 아까웠는지 주식만 받고 일을 제대로 안한 사람들은 주식을 다시 거두어 가야 한다는, 일견 논리적으로 들릴수도 있지만 실리콘밸리 문화에서는 좀체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서 구설수에 오른적도 있었으니, 정작 남들에게 나눠준 주식은 아깝고 자기 주식은 고점에서 팔아도 되냐는 소리가 당연히 나올법 하다.

징가의 CEO는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고 한다. 그 형태는 바뀔 지언정,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는 거고, 그 속성이 있는 한 "소셜 게임"의 니즈는 영원할 거라는게 지론. (물론 소셜게임에 대한 니즈는 영원할지 몰라도, 징가가 그 니즈를 채우기 위한 과정은 점점 더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힘들어지고 있다.) 뛰어난 비전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라면 이런 비전 못지않게 진정성도 가져야 하는데 혹시 그게 2%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Pleasant Surprise


배트맨에서 악당 베인 역할을 무게감있게 연기해낸 이가, 얼마전 로맨틱 코미디 "디스 민즈 워"에서 주연을 맡았던 탐 하디라는 것을 알기는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힘들었다. 어차피 배트맨에서는 얼굴의 반이상을 가리고 나오기 때문에 누군지를 알기가 거의 불가능. :) 그리고 이렇게 찾아보다 보니, 그가 워리어 (2011) 에서도 근육질의 MMA 선수로 분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인셉션에도 출연했던 것은, 그 영화가 실은 배트맨 2.5였으니 그닥 놀랄일이 아니었던 거고. :)

왜 어떤 영화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짚어가다 보면 "아, 이 배우가 그때 그 영화에서 xx로 나왔던 바로 그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소소한 즐거움이 가끔 있지 않은가? 누군가 나에 대해서도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래봤자 별거 아닌 일이겠지만서도, 아, 이분이 바로 몇년전에 이런거 했던 분이구나? 이런것 말이다. 반면, 내가 나서서 "내가 몇년도에는 이런 일을 했었고.."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계해야 할 일임을 다시금 새겨본다. 자기 얘기는 자기가 아니라 남이 해주어야 의미를 띄는 거니까.

점점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고, 따라서 우리는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으면 인생을 송두리째 걸지 않더라도 3년에서 5년 단위로 세상을 한번씩 깜짝깜짝 놀라게 해줄만한 일들을 해낼수 있는, 역사상 거의 최초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린 우리만의 인생 필모그래피를 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엊그제 그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기사를 하나 봤다. 네이버에서 UI 부사장을 담당하던 조수용님이 멋진 식당을 냈다는 이야기. 직접 같이 부대껴가며 일을 해본적은 없지만, 웹 1.0 시절에 병특을 하던 넥스텔이란 회사에서 이분도 프로젝트를 했기에, 오며가며 일면식이 있는 분이다. 정말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감당하며 인생의 작품들을 하나하나씩 내어가는 모습이 정말이지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분이야말로, 만일 뒤늦게 식당 사장으로써의 조수용이란 사람만 알았던 사람이 뒤늦게 "아니, 이분이 네이버의 신사옥을 디자인하고 네이버 초록창을 만든 분이야?" 라는 신선한 놀라움을 갖게끔 만들수 있는 분이다. 하지만 이분만이 아닐 것이다. 우린 모두는 자기 인생의 3년, 5년 단위의 필모그래피를 쓸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구글 동창생 네트워크


구글이 캠퍼스, 카페테리아 등의 분위기를 통해 대학교를 나와서 입사한 직원들에게 마치 학교의 연장선인것처럼 편하게 회사를 다니게 해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물론 학교 경험치 제공의 종결자는, 졸업한 사람들을 위한 "얼럼나이 네트워크"일 것.

많이 알려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구글은 전직 구글 출신들의 근황도 공유하고 구인, 이벤트 소식등도 공유할 수 있는 얼럼나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얼마전 올림픽 기간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구글러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VP를 하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학생"(?) 소개가 있는것까지, 어쩜 이렇게 MIT같은 좋은 학교의 얼럼나이 사이트랑 느낌이 비슷한지 모르겠다. (다른 얘기지만, 역시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 공부"만"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보다 더 인정받는듯. 구글러 한사람 한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말 공부 이외의 면에서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얼마전에는 최신 프로필 정보를 채운 사람들에게 최신형 넥서스 7 또는 Q 모델을 제공하는 캠페인까지 벌인 적이 있다.


퇴사자들을 위한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구글에 크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 구글에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과거에 다녔던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더 큰 구글러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을 것이다. 하긴 엑스 구글러들끼리 회사를 만들고, 그런 회사중의 일부가 다시 구글에 의해서 인수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게 실리콘 밸리의 문화이기에, 이런 "동창생 네트워크"가 어쩌면 회사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회사 나간 사람들이 어디서 뭐하는지를 좀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구글이 쿨한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구글의 가장 큰 발명품은 어쩌면 서치엔진이 아니라, 이제 어느 대기업 못지않게 규모가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치 스타트업처럼 쿨하게 운영되는 그런 기업문화와 운영방식일지도 모른다. 수만명에게 공짜 점심을 매일 주는 회사는 사실 구글 이전에는 없었지 않나.

우리나라 안에서의 다양성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중의 하나로 흔히 다양성(diversity)과 이에 기반한 개방성을 꼽는다. 그런데 우린 이 말을 들으면 흔히 흑인, 백인, 인도인등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이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 한 나라 안에서의 다양한 지역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것 같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다양성에 크게 이바지하는 부분중 하나는 바로 "미국 안에서의 다양성"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미국인들" 중에서 이곳에서 원래부터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실리콘밸리의 상당 부분은 과수원이었다고 하지 않나. 아무튼 여기서 일하는 미국인들도 상당수는 타지역 출신들이 대학 또는 대학 이후에 이동네로 처음 와서 직장을 잡고 자리를 잡아가는 케이스다. 한마디로 좀 과장 섞어서 말하면, 여기 실리콘밸리는 미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죄다 딴동네에서 온 사람 투성이라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의 다양성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그룹은 어쩌면 미국인들인지도 모른다.

반면 한국은 종종 같은 대학 같은과, 또는 같은 회사 안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조차 서울의 특정 아파트 출신들끼리 동호수 단위로 친구들의 안부를 묻을때조차 있을 정도다. 테헤란밸리와 판교밸리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물론 한국과 미국이 당연히 같을 수 없고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테헤란 밸리를 제 2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자고 한다면 우리나라 "안에서의" diversity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

임지훈 대표님의 이 글을 보고 생각을 잠시 했었다. 

인생에서 뭘 해야 할까? 라는 고민만큼 근본적인 고민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생에는 세 가지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 그 세가지중 어느것 하나라도 확실히 발견하고 그걸 시간낭비 안하고 꾸준히 한다면 어느정도의 성공을 거둘수 있다고 본다. 


  • 잘하는 일: 정말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 있다면 그거 해야 하지 않을까? 만일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본인이 놔두더라도 주변에서 가만히 안 놔둘 것이다. 
  • 좋아하는 일: 자신이 그 일을 정말 누구못지 않게 좋아한다면 결국엔 그 일을 잘하게 될 확률이 꽤나 높지 않을까.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예체능 등) 
  • 해야만 하는 일: 많은 사람들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만 생각하지, 해야만 하는 일 - 정확히 말하면 해야만 한다고 느끼는 일, 즉 사명 - 이 부여하는 힘을 간과한다. 아기 엄마는 아기를 돌보는 일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사명 때문에 꿋꿋이 계속 아이를 키운다. 비즈니스에서도 종종 잘 하지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어떤 분야에 어쩌다 발을 들여놓았지만, 해당 분야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동료들과의 관계 등) "사명감"을 느껴서 끝까지 가고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낸 분들이 많다. 


이 세 가지 원의 벤다이어그램이 겹치는 분야의 일을 발견하는 사람은 정말 행운아일 것이다.이를테면 축구를 잘 하는데 좋아하기까지 하고, 그러다 보니 국가대표에 뽑혀서 사명감을 가지고 A매치를 치르는 경우? :) 하지만 때로는 두개의 원만 겹쳐도, 아니 하나의 원만 정말 확실하게 붙잡고 있어도 그것 가지고 밀어붙이면 성공의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80 법칙

어떤 사람은 설렁설렁 일하는 것 같으면서도 주어진 시간에 깔끔하게 일을 해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주구장창 문제를 붙잡고 늘어지는데도 시간내에 일을 못 끝내는 사람이 있다. 문제의 크기에 스스로 사로잡힌 나머지,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갈 지 모르는 채 밤새 고민만 하다가 밤이 깊어갈수록 정신이 더욱 몽롱해져서 결국 밤을 꼴딱 새고도 해놓은 결과물은 차라리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하느니 못한 경우가 나오는 것.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법칙중에 20:80 법칙이란 게 있다. 주로 20%의 상위 고객이 80%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등, 세일즈나 비즈니스의 사례에 쓰이지만, 때로는 이 법칙이 일하는 데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예컨대 때로는 20%의 노력이 80%의 결과물을 결정한다는 것.


이를테면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만든다고 하자. 어떤 사람들은 슬라이드 디자인이나 표지 그림등 각론에 시간을 다 보내고, 정작 발표의 핵심 내용 자체에는 시간과 정성을 많이 못 쏟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발표는 끽해야 자신에게 20-30분 정도가 주어질 뿐이고, 또한 더욱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준비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따분해서 모든 내용을 다 듣지도 못한다. 따라서 본인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잘 브레인스토밍한 다음, 디자인 없는 슬라이드에 키워드만 담아내는 과정에서 슬라이드 퀄리티가 80%는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이건 때로는 10분도 안 걸리는 일이다. 


블로그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새 내가 계속 주창하는 것은 메일 한편 쓰듯이 가볍게 블로그 쓰자는 것이다. 그러면 10분 안에, 어느정도 (80%)의 퀄리티를 포함한 글을 쓸수 있다. 반면 너무 잘 쓰려고 들면 글 한편에 몇시간도 쉽게 걸릴수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보충제를 먹고 목숨걸고 운동하지 않더라도, 일단 gym까지 가서 몸만 풀고 런닝머신에서 30분 뛰기만 해도 어느정도 운동 효과를 볼수 있다. 그냥 가기만 해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니, 마음을 가볍게 먹고 일단 "가는게" 좋은 것이다. 데릭 지터같은 강타자도 실력을 비결을 물으면 그냥 타석에 서는 거라는 선문답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물론 20%의 노력이 80%의 성과를 낼수 있다고 해서, 80%와 100%가 같을 순 없다. 소위 말하는 "명품"은 바로 그 나머지 20%에서 차이가 난다. 중국산 태블릿과 아이패드는 아마 80%의 기능이 같거나 유사할 것이고, 혼다 어코드와 벤츠 E-클래스도 80%의 기능과 품질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장인들은 나머지 20%에 집착하고 결국 명품을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의 노력으로 80% 성과를 만들어 내는게 현대 사회에서 의미있는 이유는, 끝도없이 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다 명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려는 모든 일에서 명품을 만들려다보면 그것은 자칫 완벽주의로 귀결이 되고, 그런 사람들일수록 짧은 시간에 지치거나 건강을 상하기 일쑤다.


자기의 이름을 걸 만한 일 하나에만 장인처럼 집중해서 "나머지 20%"까지 집착을 보이되, 그 나머지 일에서는 20%가 80%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기억하고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일단 20%까지만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반면, 핵심적인 맥을 잘 짚어내고, 20:80 법칙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꽤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플라스틱 서울

서울에 갈때마다 그 세련됨과 도시적 매력에 다시금 반하곤 한다. 어쩌면 사람들도, 건물도, 카페도 그렇게 예쁜지. 하지만 이런 말쑥함과 쌔끈함 뒤에는 간혹 돈과 외모에 대한 무시무시할 정도의 욕망이 불쑥불쑥 보이곤 한다.  

지난번에 한국에 나갔을때 건설쪽에 있는 친구를 만났다. 직업상 접대를 많이 하는데, 아직도 접대받는 사람들의 노골적인 태도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집에서 자고 있다가 갑자기 전화받고 나가서 법인카드로 술값만 대신 결제해주고 오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선진국 기준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비즈니스 관행이지만 한국에서는 비단 이 친구에게만 국한된 일도,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닐 테다.

접대가 비즈니스의 일부다 보니 관련 산업의 규모도 크고, 큰돈이 오가는 곳이다보니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마련. 친구 왈, 자기가 아는 한 유흥업소 종사자 아가씨들에 대한 속칭 “마이킹” (빚을 통한 반 강제적 고용) 은 이제 거의 없다고 한다.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대학생, 직장인들이 끊임없이 오기 때문.

이러한 “아가씨들” 중에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성을 댓가로 “스폰서”를 마련해서 더 짧은 시간에 돈을 벌려는 부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번 돈은 명품 마련과 성형수술등, 나름대로 "스펙업"에 사용되고, 그렇게 스펙업된 그들은 어느 시점엔가 결혼 시장에 요조숙녀 신부감으로 나오게 되는데, 가장 좋은 타겟은 집에 돈은 많은데 공부만 해오고 약간 어리숙한 타입의 남자들이라고. 개개인의 선택에 대해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인생 편하게 살려고 하는 태도는 좀 아니지 않나. 물론 이 저변에 깔려 있는건 돈만 있으면 예쁜 여자를 구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추한 욕심일 테고.

사람 사는 곳에 왜 돈과 외모에 대한 욕심이 없겠나.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가 아닐듯 싶다. 서울의 에너지 넘치는 nightlife는 분명 도시 경쟁력 요소중의 하나지만, 가끔은 서울만큼 룸싸롱과 모텔, 성형외과가 밀집해있는 도시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 물질적인 사회를 플라스틱 사회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성형수술도 플라스틱 서저리다. 이래저래 서울이 애써 감추기 어려운 모습중 하나는 "플라스틱 도시"인 듯하다.

참고글: 배기홍 대표 "생산성 누수현상"

이모셔널 프레젠테이션

프레젠테이션은 주로 정보의 전달이 목적이지만, 사람은 좌뇌와 우뇌, 논리와 감정을 갖춘 동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벌써 여러번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Mad Men 시리즈에서 최고의 씬중 하나로 꼽히는 장면을 소개한다. (유튜브 임베딩이 안되어 링크로 소개) 저렇게 가슴 찡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난 뒤, 과연 방안에 있던 어떤 사람이 저 제품을 Carousel이 아니라 Wheel이라고 부르자고 감히 말할 것인가. 


당연히 감동만 있고 내용은 없으면 안되겠지만, 청중 이전에 자기가 먼저 확신에 찬 나머지 자신이 스스로 그 안으로 빨려들어가는 경험을 하는 그런 감동적인 프레젠테이션. 우린 이런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모델 2선 (1)

요새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하는데, 현상을 보는것보다 그 이면의 기작을 보는 일도 재미있을 듯하다. 


1. Try before you buy


우리나라에 아직은 등장하지 않은듯한 버티컬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안경 인터넷 판매회사인 워비 파커(Warby Parker) 다. 나도 한번 이용해 봤는데 웹사이트 UI도 깔끔하고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이 너무 좋았다. 특히 home try on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프레임 디자인을 웹사이트에서 다섯개까지 고르면 그걸 집으로 무료로 배송해 주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무료로 반송할 수 있다. 프레임이 배달되어 오는 박스가 전혀 싸구려 티가 나지 않았고, 배송 상자는 반송을 고려해서 반송용 스티커가 인쇄되어 오는등, 디테일에 신경쓴 부분들을 많이 볼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 프레임이 있으면 돗수 정보와 함께 안경 주문을 할수 있는데 대부분 100불 언저리에 살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품 퀄리티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유사한 품질의 안경 하나 맞추는데 보통 300-400불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인터넷 거래를 통해 거품을 뺀것. 

우리나라만큼 안경쓰는 사람의 인구비중이 높은 나라도 없을 테고, n스크린 시대에 눈 나빠지는 것은 베팅할 수 있는 하나의 트렌드(?) 이기도 하니, 아마 Warby Parker같은 모델이 곧 우리나라/아시아에서도 곧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Warby Parker를 단순히 안경이라는 한 분야에 집중한 버티컬 전자상거래로만 본다면 현상에 대한 이면을 100% 관찰했다고 할수 없을듯. 그보다 더 중요한 성공의 기작은 "Try before buy"라고 생각한다. 안경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는 개념에 대해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첫번째로 떠올릴 생각은 "안경을 어떻게 써보지도 않고 사는가?" 일 것이다. 워비 파커는 바로 이 점을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를 통해 잘 풀어준 케이스다. 프레임을 무료로 다섯개까지 써보고 마음에 안들면 언제든지 반송할 수 있고, 마음에 들면 꽤 괜찮은 안경을 오프라인 가격의 1/3 가격에 살수 있다는 컨셉은 소비자들에게 "잃을게 없다"는 안도감을 준다.

일반적으로 "Try before buy"는 새로운 서비스나 경험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 매우 강력한 기작이다. 개인적으로 이 개념을 잘 아는게, 삼성에 근무할 때 삼성폰에 Try and buy 모바일 게임을 도입해서 큰 효과를 본적이 있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새로 샀는데 일부만 즐길수 있는 게임이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번까지만 할수 있다든지, 아니면 스테이지 1까지만 있다든지. 그리고 unlocking을 위해서는 정식 구매가 필요한 것인데, 오늘날의 온라인 게임 부분유료화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수 있다. 이걸 통해서 삼성이 해외에서 모바일 게임매출도 꽤 올렸었다.

워비 파커가 안경이라는 분야에서 Try before buy 방식을 적용해서 성공을 거둔 나머지,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갈 정도이다. 이를테면 YBUY라는 서비스는, 월 플랜에 가입하면 각종 전자기기를 구매하기 전에 써볼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데 (전형적인 Try before buy의 예), 벌써부터 "Warby Parker for gadgets" 라는 별명이 붙어있을 정도. 마치 AirBnB가 하나의 명사가 되어, "We're AirBnB for xyz" 라는 유사 서비스들이 나오는 것을 연상시킨다.

창업자들의 이야기도 여러 매체에 소개가 되었으니 검색해서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 초기에는 창업자중 한명의 여자친구가 직접 손으로 포장과 배송을 담당했다는 등 몇가지 재미있는 일화들이 있다. 워튼 MBA 프로그램에서 만난 "비 개발자" 네명이 같이 창업을 한 케이스이므로, "우린 개발자가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는 고민을 가진 분들도 참고할만. 오히려 워비파커같은 모델은 택배비용등의 코스트가 모객 비용 (user acquisition cost)를 하회해야 하는거고 따라서 정교한 모델링과 포어캐스트를 통해 가격모델, 수량모델 같은것을 뽑아내야 하기에, MBA 분들이 더 잘할수 있는 모델일것 같다. 

전국민 블로거 프로젝트

1. 읽기 전에 쓰기
2. 아침에 떠오르는 생각 미사여구없이 간단하고 짧게 (개인적으로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는 길고 thoughtful한 글도 가끔 씀. 딴게 할게 없어서..)
3. 목표 낮추는 것도 도움. 사람은 부담이 없는 일을 더 즐겨하게 마련. 전국구 블로그 스타되기? No. 내 지인들에게 내 생각 공유하기? Yes.
4. 메일 쓰듯이 가볍게. 메일 하루에 50개 쓰나 51개 쓰나 별차이 없음. 20분 이내에 finish and forget.
5. 주기적 포스팅. 하루에 하나든 일주일에 하나든 주기적으로. (나도 실천못할 때가 많지만.. again, 중요한건 부담이 없어야)
6. 자기만의 생각과 경험 글로 공유. 자기에게 당연한 일이 남들에겐 신기하고 새로운 일일수도. 예) 미국 유타주 여행갈때 가볼만한곳? 이런것 막상 찾으려고 하면 컨텐츠 아직도 부족함.
7. 그렇다고 쓸말 없는데 억지로 쓰지 말기. 인터넷은 이미 쓸데없는 컨텐츠로 가득.

더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썼으면 좋겠다. 나도 한동안 안쓰다가 다시 쓰는 케이스.

페이스북 타임라인 둘러볼때, "2012년 내 운세는?", "나의 몸값은? 300만원!" 이런 쓸데없는거 말고, 새로운 정보나 생각들 발견하면 좋겠고, 얼굴 자주 보지 못하는 지인들이 요새 무슨생각들 하고 사는지 듣고 살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인터넷 뉴스는 달고 살기때문에 link share는 거의 이미 본것들이 대부분이라, 손으로 직접 쓴 컨텐츠만 클릭하게 된다. 

먼저 온 사람들

집단의 분위기는 먼저 온 몇명에 의해서 결정된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 따라서 집안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다. 가정의 경우, 부모가 바로 “먼저 온 몇명”이다.

회사든, 동아리든, 서비스든 아니면 가정이든, 어떤 그룹이든 간에 조직의 분위기는 먼저 온 몇명의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매우 신기하게도, 이러한 법칙은 매우 큰 규모의 조직에게도 적용된다. 100명의 자원봉사자 팀을 꾸린다면, 나머지 95명은 처음 구성된 5명이 형성한 태도와 분위기에 매우 재빨리 수렴되는 걸 볼수 있다.

그래서 초기 몇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팀을 구성하려고 할때, 조직이 지향하는 문화와 분위기에 잘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냉정히 제거해야 한다. 가정과는 달리, 기업이나 동아리는 멤버 구성의 선택권이 비교적 자유롭게 존재한다. 

반대로, fit이 꽤 잘 맞는 사람들이 코어 그룹으로 모이게 되었다면, 그건 당연히 그럴수도 있는 일쯤으로 여길 일이 아니라, 정말 대단한 일 하나 해보라고 우주가 도와주는 일쯤으로 여겨야 한다. Sometimes we take too many things for granted. 

벤처의 해외진출 - 마르지 않는 주제

우리나라 벤처들 중에서 해외 진출 계획을 묻는다면, “죄송한데 저희는 해외 진출 계획이 없습니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벤처가 과연 몇개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한 구체적으로 어떤 팀이, 언제, 어떤 전략을 가지고 해외 진출을 할거냐고 묻는다면 명확하게 대답할 벤처 또한 그렇게 많지 않을걸로 본다. 즉 많은 벤처들이 해외진출에 대해서 “언젠가 할 일”, “일단 다음 마일스톤까지는 찍고 나서 숨좀 돌리고 생각해볼 일” 쯤으로 다소 막연하게 계획하고 있다는 얘기.

해외 진출을 꼭 해야 하나?

해외 진출은 모든 기업이 다 해야 하는건 아니라고 본다.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 장악력을 가질 수 있고, 수억명 이상 되는 “규모의 경제”에 기대야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아니라 비교적 선형적(linear)으로 사용자 증가에 따라서 매출이 증가될 수 있는 모델이라면,  우리나라 시장만 가지고도 충분히 큰 비즈니스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세계 GDP 12위권 되는, 결코 작지 않은 나라가 아닌가. 세계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들도 결국 우리나라 시장에서 시작한 경우고.

하지만 위의 조건을 뒤집어서, 한국시장의 100%를 장악하기도 어렵거니와, 수천만 규모가 아닌 수억명 규모에서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면 -- 이를테면 트래픽과 광고에 기반한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봄 -- 개인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은 거의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본다.

해외 진출은 누가? Spotify의 예

국내 벤처의 해외진출은 마르지 않는 주제다. 아마 이 주제에 대해서만 2박 3일로 세미나를 해도 절대 답이 안나올 듯. 하지만 한가지만 언급하고 싶은 건 해외 진출을 누가 이끌어야 하냐는 것이다.

GTD (Getting Things Done) 방법론을 요약하자면, 남이 할수 있는 일은 남에게 전달, 내가 할수 있는 일 중에서 지금 할수 있는 지금, 지금 못하는 일은 계획을 짜서 나중에 하자는 것.

해외 진출은 위의 GTD 표현을 빌자면, 결코 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벤처의 해외진출을 이끌수 있는 사람은 창업자 자신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업자가 혼자 모든걸 혼자서 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창업자가 직접 이끌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다.

벤처에서 창업자만큼 해당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알고, 깊은 고민을 통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작은 회사일수록 창업자에게 모든 정보가 몰리고 창업자 독재 체제가 되어야 오히려 조직이 빨리 움직일 때가 많다. 창업자만큼 그 회사에 걸린 이해관계 (vested interest)가 많은 사람이 없다. 그래서 벤처의 해외진출은 고용된 브로커 등의 제3자가 절대로 할수 없고, 창업자 자신이 앞장서서 뛰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Spotify를 좋은 예로 꼽을수 있다. 음악 서비스인 Spotify의 미국 진출을 직접 이끈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창업자 Daniel Ek 자신이었다. 그는 뉴욕을 뻔질나게 제집 드나들듯 다녔고, 실리콘 밸리의 유명인들을 친구로 사귀었다. 많은 사람들이 Spotify가 유럽 기반의 회사인 것을 머리 한켠에서는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potify 서비스를 거의 미국 서비스로 느낄 만큼 친근함을 가졌었고 그 배경에는 창업자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미국을 누비고 다녔던 것이 분명히 작용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유럽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가 아시아와 미국의 그것에 비해서 훨씬 적고, 따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자가 직접 뛰어도 될까 말까한 해외 진출을 창업자가 아닌 제3자에게 맡겨서 성공할 확률은 매우 적다고 본다.

하지만 영어라는 현실적인 부분은?

창업자의 의지가 있더라도 의지와 역량은 다른 것이고, 현실적으로 영어의 장벽도 존재할 수 있다. 물론 창업자 자신이 직접 해외 진출을 지휘해야 한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창업자가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그가 진정한 기업가라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을 거라고 본다. 폴 그레엄이 기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resourcefulness 라고 했는데, 한국말로 하면 어떤 리소스를 끌어다 대서든 간에 기필코 목표된 일을 해내는 능력쯤 되리라.

내가 아는 한 일본 업체는 창업자가 영어도 거의 못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같이 해볼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집했다. 개발자는 미니 해커톤을 통해, 사업 담당은 영어 실력을 통해 뽑았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실리콘밸리로 날아와서, 아파트를 같이 빌려서 살고 있다. 물론 방세는 각자 부담이다. 결국 사람들이 월급은 커녕 자기돈 내가면서 일하는 셈 :) Resourcefulness의 좋은 예다.

옆에서 보면 참 신기한게, 창업자가 정말 영어를 거의 못한다. 그러면서도 미국인들과 미팅도 하고 밥도 먹고 친구도 되고 그런다. 이 경우 창업자가 스스로 해외진출의 모든 면을 감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은 뒷전에 있고 제3자 브로커를 고용하는 경우가 아니라 오히려 그만의 방법으로 현지에서 일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이다.


그를 보면서 많은 걸 배운다. 우리나라 벤처인들도 더 많이 짐싸서 오고 부딪히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실패와 쪽팔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실패와 쪽팔림을 두려워한 나머지 새로운 도전을 함에 있어서 모든걸 다 갖추고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서비스 론치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하려면 영원히 못하는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단상


만일 당신이 40이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대략 20년쯤 되었다는 거고, 그건 곧 고등학교 졸업후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의 절반만 가면 예전에만 해도 노인 소리를 듣던 나이인 50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얼마나 빨리 시간이 지나온지 알고 있다. 

10년, 금방 간다. 월드컵 두번 보고 나서 2년 뒤 열리는 올림픽 한번 보면 가는 시간이다. 또는 초등학생 조카가 대학교에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카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빠른지 안다. 애들 크는걸 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가는게 아니라 총알처럼 간다는걸 안다.

눈 깜빡할 사이 우리는 어느덧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인생을 발견할 것이다. 인생은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폐장시간이 다가온 놀이공원과 같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기에 매일 매순간 격정적으로 살아야 하는거고. 타다 말다가 하는 젖은 장작이 아닌, 폭죽처럼 연소하는 삶 말이다.

매일매일 파김치가 되는것보다 중요한건 한결같은 "방향"일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하루동안 할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동안 할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고 한다. 앞으로 10년동안, 아무리 작은거라도 좋으니 세상을 더 좋은곳으로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브랜드를 붙일수 있는 멋진일 단 하나라도 해야 하겠다고 또 다짐한다. 내가 잘났네, 네가 잘났네 하면서 자존심만 세우다가 10년 훌쩍 가는건 생각만 해도 너무 허망한 일이다. 

국가 vs. 도시

산호세 촌놈이 서울에 올때마다 그 세련됨과 문화적 풍요로움에 다시금 반하곤 한다. 역시 나는 전형적인 city person인듯.

글로벌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하는데 있어서 때로는 국가가 아닌 도시를 단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은 생각의 프레임을 제공해 준다.

지금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이러한 도시화의 비율은 점점 증가할 예정이어서 2030년에는 7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게다가 전세계 인구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두가지를 합해보면, 앞으로 거대 도시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리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에너지, 물 등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도시화는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도시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각종 문제 (의료, 교육, 에너지, 교통, 주거...) 를 푸는 것은 21세기 최대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는 비단 자원의 문제만은 아니고 여러가지 문화인류학적 문제들도 있다 (외로움, 노령화 문제, 등등).

그리고 각 도시들마다 점점 더 생활 양식과 수준이 비슷해져 가고 있다. 출장을 다녀보면 세계 어느 도시나 비슷해져 간다는 느낌도 때로는 받는다. 그래서 한 도시에서 성공한 모델은 다른 도시로 급속히 복사,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포스퀘어, 그루폰, AirBnB 같은 모델들은 모두다 한 도시에서 성공한 다음 다른 도시로 재빨리 전파된 케이스다.

따라서 서울에서 맨 처음 시작된 모델과 트렌드가 다른 도시로 퍼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면에서 아래 윤자영 대표의 말은 매우 inspirational함.



기업가는 문제를 푸는 사람들인데,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 중 많은 문제들이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서울의 문제들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만 중심해서 생각할 게 아니라, 서울 주변에만도 수십개 이상이 존재하는, 인구 수백만 이상의 메가 시티들로 프레임을 옮겨서 생각해 보자.


500 스타트업 이야기


500 스타트업은 Y 컴비네이터, 테크스타 등과 더불어 유명한 미국의 창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실리콘 밸리의 유명 슈퍼 엔젤인 데이브 맥클루어 (Dave McClure)와, 구글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틴 채 (Christine Tsai) 가 주로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500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거쳐간 바 있다.

출처:머니투데이 (아래 링크기사 참조)

나는 이 프로그램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고 몇군데 스타트업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서 도움을 주고 있다. 내가 멘토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10년에 서울에서 열렸던 긱스 온어 플레인 (Geeks on a Plane) 이라는 행사였다. 그때 행사를 호스팅하면서 데이브와 친분이 생겼고, 그해 겨울 파리에서 열렸던 Le Web 이라는 행사에서 다시 만나서 택시 안에서 멘토 자리를 제안받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 한국 IT를 세계에 좀더 잘 알려보자는 나름의 취지를 가지고 Web 2.0 Asia 라는 블로그도 꽤 열심히 썼었고 여러가지 세미나도 조직했었는데, 그런 행사중 하나가 긱스 온어 플레인이었다. 당시에는 별 기대치 없이 재미삼아 한 일들이고 어쩔땐 쓸데없이 내 시간 써가면서 일한다는 생각도 들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예상치 못한 소중한 인연이 맺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례로 그때 긱스온어 플레인과 동시에 열렸던 스타트업 위크엔드 서울 행사에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었고 지금까지 정말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500 스타트업이 다른 인큐베이터/액셀러에이터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미국 외의 회사들에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500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가보면 유럽, 남미, 일본, 싱가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창업팀들이 같이 섞여서 일을 한다. 가장 최근 batch의 경우 거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 외에서 온 스타트업들이다.

이 외에도 몇가지 500에서 강조하는 점들이 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UI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팀에 최소한 한명의 디자이너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500 스타트업에서 보는 이상적인 스타트업 팀의 최소 구조는 허슬러, 해커, 디자이너 (hustler, hacker, designer) 로써 사업을 개척하는 CEO 타입, 개발자, 디자이너이다. 그리고 디자이너스 펀드라는, UI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에게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따로 두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유저수나 매출 등 눈에 보이는 초기 성과(트랙션)을 강조하는데 이는 500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도 어느정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데이브 맥클루어는 일정 기준을 가진 스타트업에 골고루 투자하고 어떤 데에서 싹이 나는지를 보자는 “스프레이 앤 프레이 (spray and pray)” 방식이, 매건마다 신중히 검토하고 투자하는 전통적인 VC 투자방식보다 더 수익율이 좋다는 개인적 견해를 갖고 있다. 기존 VC가 1년에 많아봤자 십수건에서 수십건 투자를 한다면 500 스타트업은 1년에 수백건씩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투자 방식이 더 나은 리턴을 제공하는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두고 봐야할 것이다.

500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다른 프로그램처럼 오픈된 어플리케이션은 없고 멘토의 추천 (referral)이 유일한 방법이다. 멘토 네트워크를 통한 1차적인 사회적 검증을 거치자는 취지인듯. 개인적으로 한국인 멘토로써 실력있는 한국 스타트업을 500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소개할 기회를 늘 열심히 찾고 있다. 실리콘밸리 진출에 관심있는 창업팀은 500 스타트업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발된 회사들은 몇개월간 마운틴 뷰의 500 본사에서 같이 일하면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하고, 프로그램 말미에 데모 데이를 갖고 그동안의 개발 결과를 공유한다. 데모데이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의 꽃이라고 할 수 있고,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행사다. 데모데이 당일의 프리젠테이션은 왠만하면 크게 망치지 않는데, 이는 수십번에 걸쳐서 피치 연습을 한 결과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인큐베이터들은 하나같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만큼 데모데이의 피치를 중요시 여긴다. 우리나라에도 인큐베이션 프로그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것 같은데 피치 교육과 훈련이 정말 잘 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여기서 생략. beLaunch 컨퍼런스때 기회가 주어지면 더 이야기 해보고 싶고 (이 글은 beLaunch 참석차 한국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고 있음), 또한 머니투데이 유병률 기자께서 잘 정리해주신 기사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시장에서의 증명

"이 사업이 잘될 것이다" 라는데 대해서 별의별 복잡한 이론과 모델링을 들이대면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거 해보니 실제로 사용자들이 쓰더라, 라는 한 마디가 훨씬 더 파워풀하다.

물론 서비스나 제품이 아무것도 없는 초기에는 당연히 가설이 중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의 과정은 가설(hypothesis)을 세우고 그걸 증명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초기 가설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서 스타트업의 초기 자원투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있어서 초기 자원투자만큼 중요한게 없다. 마르지 않는 돈줄이 있지 않는 이상,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실험 딱 한번 해볼만큼의 리소스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총알이 딱 하나 들어있는 권총처럼. 

하지만 이처럼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애써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A라는 시그널에 주목해야 하는데 B에 집중한다든지 등등. 자존심 내려놓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한다. 증명 (validation) 해야 하는 포인트는 시장과 사용자이지 자신의 자존심섞인 이론이 아니다.

가장 확실한 증명(validation)은 사용자(user) 들이 해당 서비스나 제품에 댓가를 지불하는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댓가는 돈 또는 시간이다. 돈을 내고 구매를 하든, 아니면 시간을 내서 사용해 주든. (특히 미디어 비즈니스에서는 사용자의 시간과 어텐션이 곧 화폐라고 할 수 있다.) 

컨버터블 노트


한국에서는 아직 컨버터블 노트가 투자 방식으로 널리 통용되지 않지만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는 초기 투자시에는 거의 대부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컨버터블 노트는 말 그대로 전환사채 비슷한 개념인데, 다만 전환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오픈형 전환사채"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컨버터블 노트는 투자가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계약이다. (따라서 상환 기간과 이자율이 명시되어 있다.) 다만 주 목적이  회사채처럼 나중에 이자를 쳐서 돈을 돌려받기보다는 이후에 이루어질 투자 라운드때 해당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다.

컨버터블 노트를 하는 주된 이유는 회사의 가치 (밸류에이션) 를 초기 상태에서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산정을 좀더 나중에 하자고 미루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설립된지 두달 된 회사에 투자가로써 1억원을 투자한다고 치자. 그 댓가로 얼마만큼의 지분을 획득해야 할 것인가? 이 대답은 결국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얼마냐로 연결되는데, 초기 기업일수록 기업가나 투자가나 그 회사의 가치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감정 상해가면서 싸울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돈 투자는 지금 하되, 회사 가치 및 그에 따른 지분가치는 나중에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이 시장에서 검증된 다음, 대형 VC (벤처 캐피털리스트) 들이 들어올때 그들이 산정해 주는 가치를 따르자는 것이다.

그 외에도 몇가지 컨버터블 노트를 하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절차상의 간단함 (제대로 된 벤처 라운드를 하면 변호사 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에 이름), 각 투자가마다 다른 조건의 적용 가능성 (폴 그레엄은 이걸 "high resolution financing" 이라고 부름), 세금 이슈, 이사회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점 등등. 하지만 컨버터블 노트를 하는 주된 이유는 초기기업 밸류에이션 산정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한 내용이 많지만 (liquidation preference, participating vs. non-participating, 전환시 보통주 vs. 우선주 등등), 가장 중요한 요소는 valuation cap과 discount, 그 중에서도 특히 valuation cap이다.

캡은 말 그대로 뚜껑, 또는 상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컨버터블 노트는 회사에 빌려준 금액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밸류에이션 캡을 적용한다는 것은 나중에 회사 밸류에이션이 올라가더라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한 투자가들에 한해서는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는데 있어서 "마치" 회사 가치가 캡에서 정의된 금액인 것처럼 보자는 얘기와 유사하다. 그래서 밸류에이션 캡은 거의 밸류에이션과 유사하다고 볼수도 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A라는 회사에 투자가가 5천만원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투자 조건에 밸류에이션 캡을 50억원으로 정했다. 말 그대로 컨버터블 노트는 빌려준 금액이니까 현재 취득된 지분은 없다.

6개월 뒤, 회사가 잘 되서 한 벤처캐피털에서 회사에 200억원의 기업가치(pre-money valuation)로 투자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제 먼저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된 금액 (+ 이자도 포함되지만 계산 편의상 생략) 이 주식으로 전환될 타임이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50억원의 밸류에이션 캡이 있다는 이야기는 회사의 현재 산정된 밸류에이션이 200억이지만 먼저 들어온 투자가에 대해서는 "마치" 50억원인것처럼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다.

주당 단가와 취득 주식수로 계산하면 이해하기 쉽다. 회사의 발행 주식수를 100만주라고 해보자. 이제 VC에서 산정해준 회사의 밸류가 200억이므로, 이 시점에서 주당 단가는 2만원 (200억원 / 100만주) 이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만일 VC가 20억원을 투자하면, 주당 단가가 2만원이니까 10만주를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50억원의 밸류에이션 캡에 5천만원을 투자했던 투자가는 "마치" 회사 밸류가 50억원인것처럼 (즉 "마치" 주당 단가가 5천원인것처럼) 주식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주당가격 2만원에 들어오는 투자가에 비해서 동일한 투자금액 대비 4배 많은 (주당 2만원 대비 주당 5천원) 주식수를 획득하게 된다. 5천만원을 투자했던 투자가는 현재 주당단가인 2만원을 적용했을 때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 (2500주) 에 비해서 4배 많은 주식수인 10,000 주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면 현재 주당 가격이 2만원이니까, 주식으로 전환된 10,000주는 2억원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투자 원금 (5천만원) 에 비해 1억 5천만원 또는 300% (1억 5천만원 순수익 / 5천만원 투자금액) 의 장부상 순익을 거두는 셈이다.

또한 밸류에이션 캡 외에 discount라는 개념도 있다. 이를테면 20%의 디스카운트를 적용한다는 것은,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된 금액이 주식으로 전환될 때, 나중에 들어오는 투자가에 비해 20% 낮은 (디스카운트된) 주당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나중에 들어오는 VC가 주당 2만원에 들어온다면, 20%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면 주당 16,000 원이므로, 동일한 금액대비 25% 많은 수의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4천만원을 투자했을 때 주당가격 2만원은 2000주 획득, 주당가격 16000원은 2500주 획득). 따라서 먼저 들어온 투자가가 나중에 들어온 투자가에 비해서 25% 많은 주식 수를 획득하게 되고 대략 25% 장부상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밸류에이션 캡과 디스카운트는 보통 둘다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디스카운트 개념보다는 밸류에이션 캡이 더 중요한 개념이 된다. 위에서 보았듯 만일 50억원 밸류에이션 캡을 가진 회사가 2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VC 투자를 받을 경우 밸류에이션 캡에 따라서는 300% 장부상 이익이, 디스카운트에 따라서는 25% 장부상 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경우 밸류에이션 캡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때 산정되는 밸류에이션이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 밸류에이션 캡보다 디스카운트가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다음 투자 라운드라는게 없다면? 이를테면 컨버터블 노트에서 명기한 상환 기간 (보통 12-18개월) 이 지났는데도 "다음 투자 라운드" 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투자가가 빌려준 금액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회사는 이자와 원금을 투자가에게 상환해 주어야 한다. 만일 이 시점에서 회사가 빌린 돈을 가지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매출과 현금흐름을 많이 창출했다면, 비록 다음 라운드 투자는 못 받았어도 원래 빌린돈을 이자와 함께 상환하면 된다. 만일 회사가 열심히 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투자가에게 "빌린" 돈을 다 소진했는데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못받은 경우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회사가 망해서 문을 닫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 매출이나 이익도 없고 돈도 다 떨어진데다 추가 투자도 못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통 실리콘 밸리에서는 실패한 투자로 보고 투자가가 마음을 정리한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손털고 물러나면 그만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보통 투자가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갖는 것이고 연대보증 개념으로 대표이사나 임원진에게까지 그 책임이 오진 않는다.) 그래서 잘 알다시피 실패한 경영자들이 얼마 안가서 다시 창업하고 심지어 투자도 새로 받기도 하고 그런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생각과 양심을 가진 기업가라면 그 상황까지 가기전에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해서 추가 투자 유치든 매출이든 회사 매각이든 별 방법을 다 할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기돈보다 자기를 믿고 투자해준 남의 돈을 훨씬 더 소중히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 참고로 테크크런치에 나온 글 (1, 2) 참고 바람. 단, 여기에는 몇가지 내가 알고있는것과 다른 사항들이 있기도 함. 이를테면 보통의 경우 주식 전환이 보통주로 되지 우선주 (preferred stock) 으로 되지는 않는 듯.

이메일 팁 몇개

생각난 김에 퀵하게 공유하고 싶은 이메일 팁 몇개.

1. 블로그 쓰고싶은 사람은 메일로 쓰기

전문 블로거가 아닌 이상 누구나 다 바쁘고 블로그 쓸시간 없다. 근데 소위 "지식 노동자"라면 누구나 하루에 이메일 수십개는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블로그를 이메일 쓰듯이 써볼것. 하루에 이메일을 서른개 쓴다면, 서른 한개를 쓰되 그중 하나가 블로그 포스트인 셈이다. 서른개 쓰나 서른 한개 쓰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

블로그 쓰는데 절대로 시간 너무 많이 허비하지 말것. 본업 못챙기는 우를 범하게 될수도 있으니. 그냥 메일 하나 쓰는 정도로 가볍게. (단, 개인적으로 비행기나 기차 안 등 인터넷이 오랫동안 안되는 환경에서는 좀더 길고 신중한 포스트를 쓰기 좋아함.) 그리고 덤으로 - 메일을 하도 많이 쓰다보니 개인적으로는 메일 쓰듯이 쓰면 UI도 익숙하고 해서 블로그 글도 더 빨리, 잘 써질때가 있다 :)

2. 받은 편지함보다 보낸 편지함을

종종 사람들은 Inbox 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내게 온 메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만 하고 거기서 그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주도하는 일이 제대로 되려면 내가 보낸 메일에 상대방이 대답 또는 액션을 취해 주어야 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 잘하는 사람들은 메일 보내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상대방이 그 일을 하는 것을 확인까지 한다.

나는 종종 내가 보낸 메일함을 쭉 보면서 상대방이 내가 요청한 걸 해주는지 체크해 볼때가 있다. Gmail 사용자의 경우에는 보낸 메일에도 star를 할수 있으니, 나는 종종 내가 보낸 메일에 star를 하고 하나의 starred item만 체크한다. 그리고 액션이 취해지지 않았으면 상대방에게 기분나쁘지 않게 ("Friendly ping" 하면서 때로 이모티콘 다수 발사) 다시한번 확인과 리마인드를 시킨다. 왜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해야 하는게 중요한지는 다음 포인트.

3. 절대 절대 상대방이 모든 메일을 읽을거라고 가정하지 말것

특히 바쁜 사람일수록 모든 메일을 다 읽고 반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게 어렵다. 나도 간혹 이메일 파산(bankruptcy)을 겪을때가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행여 반응하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respect를 가져야 한다. 당신이 이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상대방이 무조건 그 메일에 답변해야 한다고 가정해 버리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것 아닌가. 또한, 아예 메일을 보낼때 액션 중심으로 간략히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상대방의 시간을 respect 하는 방법중 하나.

4. 메일을 안 읽은 상태 (unread) 로 돌리지 말것

이건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unread 카운트가 있는것을 싫어하고 "inbox zero"를 만들고 싶어한다. 왠지 안 읽은 아이템이 있으면 뭔가 일이 안끝난것 같고 따라서 메일을 다시 체크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컴퓨터 앞에 있지 않을 경우, 휴대폰으로 메일을 주욱 읽어 나가면서 필요한 것만 star를 해놓는다. 대신 모든 이메일을 읽은 상태로 해놓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분들은 액션이 필요한 이메일은 다시 읽지 않은 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방법을 선호하진 않는다.

또하나의 실리콘밸리?

나라마다, 도시마다 제2의 실리콘밸리를 어떻게 하면 만들까 라는 고민을 한다. 이는 우리나라만 아니라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그래서 실리콘 밸리의 성공요인이 뭔지 분석하고 그걸 다시 재현해 보려고 노력한다. 스탠포드 출신과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한 인력, 미국 총 벤처자본의 1/3이 몰린다는 자본, 미국이라는 단일 거대 시장, 모든 나라들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참고하기에 가능한 전 세계로의 확장성, 좋은 날씨와 생활수준 (그러나 무지하게 비싸다는..!) 등등. 아마 실리콘밸리 성공요인에 대한 분석은 수백번도 더 되었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소를 뽑아내도 실리콘밸리 또하나 카피해서 만들수 있을까?  그건 아마 불가능하지 싶다. 여러가지 눈에 안보이는 요소들 (intangibles) 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형성된 이곳만의 문화라는 것은 다른곳으로 복제되기 힘들거라고 본다. 나도 이제 막 이곳 문화를 배워가는 입장에 불과하지만, 때로 이런건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여기서 살아보고 체험해 봐야 느낄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 듯. 

일례로 여기서는 스타트업 창업이 그냥 사회의 자연스런 일부다. 스탠포드앞 University Avenue에 가서 아무 카페에나 점심시간쯤 앉아있으면 사방에서 노트북 펼치고 피치(pitch) 하는 소리가 들린다. 농담삼아 비즈니스 하고 싶은데 아이템이 없으면 거기서 한시간만 앉아서 귀 기울이고 있으면 왠만큼 배울수 있다고 할 정도. 아마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광경이 펼쳐지는 빈도수도 여기보단 적을것 같고, 이런 광경을 보고 느끼는 느낌도 이곳 사람들과 다를것 같다. 

여기선 그러한 스타트업 문화를 완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가서 배우 지망생 마주친다고 해서 화들짝 놀랄 일도 아니거니와, 뉴욕에서 바바리 코트에 정장 입고 택시 잡아타려고 기다리는 뱅커 타입을 만난다고 해서 깜짝 놀라지도 않는 것처럼, 이동네 사람들 그냥 창업을 너무 당연히 여긴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startup entrepreneur라고 대답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social status가 이곳과 다른 곳은 확실히 다를것 같다. 또는, 직장 잘 다니는 사람이 어느날 창업한다고 하면 다른곳 같으면 너 제정신이냐 할수도 있겠지만, 여기선 그냥 "어 그래? 축하한다, 잘될꺼야" 이러고 넘어가는 수조차 있다. 이런 차이때문에 오히려 사람들도 창업에 대한 멘탈 부담이 덜한것 같고 그래서 더 창업을 많이 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게 아닐까?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앞으로 5년뒤에 뭐할것 같냐고 물으면 대부분 "글쎄, 뭔가 창업이나 내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통 성공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고, 그래서 상당히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 일견 경쟁관계처럼 보이는 회사 사람들도 (겉으로만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자주 만나서 정보 교환도 하고 서로 도움도 주고받고 그런다. 사람들 소개해 주는 문화도 한국만큼 앞뒤 재는것 같지는 않고, 때로는 요청한것 이상으로 나서서 남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다. 

뭐 이곳 사람들이라고 해서 천성이 거룩해서 그럴것 같진 않고^^ 뭔가 론 콘웨이나 리드 호프만처럼 무조건 한 10년 남들 도와주다보니 자기도 어느덧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우뚝 선 그런 사례들을 알고 있어서 그럴게다. 그리고 여기도 사람 사는 사회니까 다들 각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거고, 엔젤 투자가가 선뜻 10만불 수표 그자리에서 끊어주더라, 이런 이야기는 그렇게 해서 대박낸 사례가 전에 있었으니까 자기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것 아니겠나.  

아무튼 어찌 되었든 간에 실리콘밸리에는 그렇게 남들에게 도움받고 그걸 또 돌려주는 소위 "pay it forward"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되어 있는것 같다. 그와 연관되서, 멘토 네트워크가 참 잘 형성되어 있는것 같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스티브 잡스를 멘토링해 주었고 스티브 잡스가 마크 주커버그를 멘토링해 주었다는 스토리들도 있고. 비슷한 인종이나 배경을 갖춘 사람들끼리 서로 끌어주는게 당연시 되기도 한다. 인도계 네트워크는 이곳에서 절대 무시 못하고, 인도사람들이 차린 회사에서 미국 비자를 다른 인도사람들에게 발급해 주는 일이 흔하다. 그리고 구글에서도 세르게이 브린과 맥스 레브친은 둘다 우크라이나 유태인 출신이라서 서로 꼭 붙어다니더라. 거기에 대해서 문화적 배경이 서로 비슷한 팀이 코어가 되서 일할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거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밸리에서 한인 네트워크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창업쪽) 

암튼 이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문화들은 다른 곳으로 복제되기 힘들것 같고 따라서 제2의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는 것은 힘들지 않나 싶다. 마치 PC를 이긴건 더 나은 PC가 아니라 아이패드와 모바일 기기였던 것처럼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실리콘밸리보다 더 나은,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게 더 나은 전략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울만의 강점과 문화적 배경을 최대한 살리는게 좋은 전략일 거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뉴욕에서 배울 점이 무척 많은것 같다. 광고와 패션, 금융과 출판의 중심인 뉴욕은 그러한 백그라운드를 최대한 살려서 지금은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커다란 벤처 허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코넬-테크니온 뉴욕 캠퍼스 계획을 보면 스탠포드가 실리콘밸리에서 했던 역할 이상이 기대될 정도. 아무튼 여러면에서 뉴욕이야말로 서울이 배우고 벤치마킹할 점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이 글은 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 감사

아들이 새벽에 깨서 무서운 꾸었다고 아빠 품을 파고든다. 제 나이에 무서운 꿈이래봤자 티라노사우루스가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그런 꿈이었겠지. 그래, 나도 예전에 어렸을 때 무서운 꿈 꾸었고 엄마 품을 파고들던 기억이 난다.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났다. 아들에겐 아직 그런 경험이 없지만 나는 자라면서 적어도 두번은 확실하게 죽을 고비를 넘겼었다. 한번은 깊은 재래식 화장실에 빠질뻔 했고 (thank God I didn't die that way!), 또 한번은 도로로 뛰어나갔는데 정말 영화에서 보듯 택시가 끼익 서더니 바로 코앞에서 멈춘 적이 있다. 포니1 택시 앞 범퍼에 발라져 있던 검은 고무? 같은걸 바로 앞에서 본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세번째 인생 사는것 아닌가. 그냥 정말 모든게 다 원래는 없었어야 할 것들인데 보너스로 주어진 거고, 따라서 다 감사하다고 받아야 할 것들이다. 아침에 향긋한 커피 한잔 사서 마시면서, 이것조차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잠시 생각에 빠졌었다. 나이들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모든게 다 그저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던데.. 첫사랑의 짜릿함, 첫번째 먹은 음식의 맛, 첫번째 갔던 야구장의 잔디 냄새, 첫번째 탔던 비행기 안에서의 느낌. 이런것들이 점점 적어지면서 뭘 해도 그저그런 상태가 된다는 것. 이걸 경계하고 감정과 감사의 예리함을 잃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리라.

물론 이렇게 덤 인생을 사는데도 일 안풀린다고 조급해 하고 신경쓰기 일쑤니, 역시 사람은 물에 빠졌을때 다르고 나와서 다르다. 

MBA적 사고방식

올해 HBS에 입학해서 이번 가을학기부터 들어가는 한국계 미국인 여자 후배가 커리어 조언을 구했다. MBA도 붙었지만, 문제는 스타트업 경험도 하고 싶다는 것.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데서 인턴십을 하는게 좋겠냐, 아니면 졸업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에 가서 일을 하는게 좋겠냐, 몇가지 옵션을 가지고 와서 물어봤다.

나는 "아마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말도 안되게 이상한 조언을 줄테니 내 말을 귀담아 듣지는 말라"는 경고 하에, 나같으면 아마 HBS를 한학기만 다니고 때려치고 창업을 할거 같다고 얘기를 했다. 등록금의 1/4 만 내고서도 레주메에 들어갈 수 있는 이력 한줄과 하버드라는 브랜드, 그리고 alumni 이메일 주소를 가질수 있고, 게다가 운이 좋으면 평생지기 친구들도 몇명 사귈수 있으니, 얼마나 남는 장사냐, 뭣하러 학비를 전액 내느냐는 설명과 함께. 그 말이 끝나고 약 10초간 어색한 정적과 함께 각자 식사모드가 이어지게 된것은 물론.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다. 나는 얼마전까지 내가 MBA에 가지 않았던 것을 인생의 큰 후회로 여기고 있었다. GMAT 점수도 운좋게도 좋았고 (역시 한국사람은 실력과 상관없이 시험공부에 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음), 다니던 회사에서 스폰서 기회도 찾아왔었는데 왜 MBA를 안했었나.

하지만 요즘 생각은 조금은 다른것 같다. MBA에 가는대신 선택했던 벤처의 경험에 후회는 커녕, 정말 그런 선택을 나도 모르게 할수 있게 했던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길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범인인 장본인인 노정석 대표에게도 너무 고맙다.

얼마전에 MBA출신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앞으로 2-3년 자금과 인력 운용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2-3년계획이라고?? 나는 지금 당장 3개월 뒤에 회사가 안 망하도록 하는게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물론 2년뒤, 5년뒤의 꿈이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그런 꿈이 너무 강렬하고 비현실적이어서 문제일 지경. 하지만 2년뒤의 자세하고 세밀한 계획은 솔직히 말하면 별로 없다.

MBA들과 이야기 해보면 가끔 그들의 "MBA적 사고방식" 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드러날 때가 있다. 그들은 종종 핵심을 잘 파고드는 질문을 한다. 이 시장의 총 대상 크기는 얼마지요? 경쟁자들이 따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있는데, 거기에 대한 대비는 무엇인가요? A라는 업종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MBA 케이스 스터디때 배웠어요), 그때 이러이러한 사례도 있었지요. 이 업종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요? 내 생각에 이건 이래서 안될것 같아요.

물론 당연히 맞는 질문들이고, 생각하는 방식에 도움을 준다. 여기서 MBA적 사고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금도 세상을 거대하게 바꾸어가고 있는 MBA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지 부시를 포함해서 (이건 농담^^)

다만, 요새 들어서 개인적으로 생각이 조금 바뀐걸 얘기하고 싶은거다. 나는 요새 왜 젊은시절에 더 미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젠 세상을 진정으로 바꾸어 가는 사람들은 살짝 미친 사람들, 깨는 인간들인걸 안다. 사업도 모든걸 다 따져서 답이 나와야 하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모바일 결제시장, 전기자동차 시장을 앞서서 개척해 가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트위터와 페이팔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 시장에 경험이 전혀 없고, 그래서 겁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결제 시장과 전기차 시장에서 혹독하게 고생을 경험했고, 그래서 그 시장이 안될 이유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분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분들은 그동안 데인게 있어서라도 그 시장에 다시금 돈키호테처럼 뛰어들기 힘들 거라는 것을 안다.

나는 교수출신 아버지에게서, 박사학위 받는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자랐다. 형이 학부에서 생물학 공부를 한다음, 경영대학원에 가려고 하자 아버지는 그런 돈버는 학문은 학문 축에도 못 끼인다고 몇달동안 형을 나무란 적이 있다. 말 잘듣는 둘째아들이었던 나는 정해진 코스를 쫓아가는 모범생으로 자랐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서 세상에 나와보니 세상은 미친 사람들이 바꾸어 가더라.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가 과연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한 사람들은 그런 "똘아이"들이 너무도 이기적으로 만들어 놓은 편협된 세상의 패러다임을 마치 태고적부터 있어왔던 진리인 양 받아들이고 그 비전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밤을 새가며 일한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더라.

평생 살아온 가닥이 있어서, 나는 완전한 삐딱선은 어쩌면 평생 타지 못할것 같다. 누군가 일본인들이 영화 "철도원"에 공감하는 이유가, 그들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빈 역에서 경례를 하는 직업 윤리가 답답하다는 걸 내심 알지만 일본인인 이상 그 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평한걸 본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한국에서 정규 고등교육을 마친 우리 한국인들도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한국인들만의 어떤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대 초반에 더 미친짓들을 많이 하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 그리고 나의 자녀들을 정해진 코스를 걸어가게끔 교육시키는게 아닌가 우려한다.

만일 이 글을 어디선가 20대 초반의 사람이 읽는다면 더 늦기전에 미친짓 좀 더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스펙에 대한 꿈보다 제대로 똘아이가 되서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것 하나 만들고, 세상을 굵직하게 바꾸는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다.

또다시 사회 초년병 시기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커리어를 올라가는 과정은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이를테면 탑10 MBA 과정을 나온다는 것은 또다른 문을 하나 여는 셈. 그렇게 문을 하나씩 하나씩 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게 우리의 커리어인데, 그 커리어의 종결점은 뭘까? 그건 바로 자신의 꿈과 재능과 포텐셜을 100% 살리는 것 아닐까? 그렇게 보면 초등학교밖에 안나온 정주영 회장같은 분은 MBA도 없고 박사도 없지만 막바로 거대한 철문 하나 열어제끼고 마지막 퀘스트의 방으로 곧바로 걸어 들어가신 케이스일 것이다.

세상에는 누구에게나 뻔히 보이는, 그래서 그 문으로 들어가려고 박터진 경쟁이 일어나는 문이 있는가 하면, 미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조그마한 문도 있다. 그들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서 혼자 그 방의 주인이 되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당신 앞에는 지금 어떤 문들이 놓여있는가? 

인생 = sum (경험1, 경험2, ... 경험n)

늘 언젠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2년전에 실리콘밸리로 넘어오는 큰 결정을 했었지만, 실제로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그것도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창업을 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새들어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가방 하나 싸서 어디로든 떠날수 있는 "싱글들"이다.)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앞뒤 재느라 결단을 못하고 남 밑에서 밤 새가며 열심히 일한다더니, 그건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였다. (그렇다고 내가 똑똑한 사람이란 얘기는 아니고.. 앞뒤 재는건 많다. 컴퓨터 키보드 하나 살때도 얼마나 시간낭비하며 리서치를 하는지..)

창업을 마음먹었을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이 생각이었다. "내 나이가 도대체 몇인데 새파랗게 젊은 친구들과 부대끼고 맨땅에 헤딩해 가면서 소위 말하는 '쌩벤처'를 하나..." 한국이든 미국이든 아직까지는 편하게 월급 받으며 다닐수도 있는 나이인데. (물론, 그것도 몇년 지나면 장담 못하지만.) 그냥 나이들면서 자동적으로 하게 될줄 알았던 결혼, 육아, 교육이 실은 누구나 매일매일 그들만의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요즘인데, 하물며 그것도 모자라 20대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스타트업의 세계로 이 나이에 뛰어든다는 건 가히 "미친X" 소리를 들을만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럴때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이유는 20대때,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 누군가에게 들었던 한 마디였다. 바로, "인생은 경험"이라는 것. 가끔, 별것 아니게 스치듯 들었던 이야기가 인생의 뼈대를 형성할 정도로 기억에 박힌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사회 초년병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들은 별것 아닌것같은 이야기들도 그렇게 남더라.

경험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컨텐츠를 쌓고 싶다. 나는 언젠가 한국에 돌아갈 거고, 그 전에라도 늘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 가면서 일을 할 것이다.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실리콘 밸리 컨텐츠"를 갖추고 싶다.

실리콘 밸리에서 거의 2년 가까이 살았지만, 동네만 이지역에 살았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직장과 집을 오가는 삶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누가 실리콘 밸리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디가 햄버거가 맛있고 골프 부킹이 싼지 이런 따위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점점 학위나 레쥬메가 아닌 "어떤 컨텐츠를 갖추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인데, 그러한 컨텐츠는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가급적 거창한 말같은건 삼가고 진짜로 내가 경험한 것만 말하고 쓰고 싶다. 겸손 떠는게 아니라, 이를테면 세상에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뭔가 말했는데 실제로는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있었던 것, 이런 경험 몇번 해보니 일부러라도 겸손한 척을 해야겠더라.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보려 한다. 티셔츠 입고 돌아다니면서 젊은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서 일도 해보고, 창업 액셀러레이터 이런 프로그램에 지원도 해보고... 누군가는 나이에 안맞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뿐인 인생 점잖게 폼만 재면서 살다가 가면 안되지 않겠나. 특히 한국 사람들 나이들면 "나이먹었으니 이젠 이렇게 살아야지" 라면서 중년/노년의 라이프스타일에 스스로 갇혀 지내기 쉬운데, 그럴수록 노출될 수 있는 경험의 가짓수가 적어지는건 아닐까.

앞으로 내가 할 경험에 스스로 설레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