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스타트업 이야기


500 스타트업은 Y 컴비네이터, 테크스타 등과 더불어 유명한 미국의 창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실리콘 밸리의 유명 슈퍼 엔젤인 데이브 맥클루어 (Dave McClure)와, 구글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틴 채 (Christine Tsai) 가 주로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500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거쳐간 바 있다.

출처:머니투데이 (아래 링크기사 참조)

나는 이 프로그램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고 몇군데 스타트업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서 도움을 주고 있다. 내가 멘토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10년에 서울에서 열렸던 긱스 온어 플레인 (Geeks on a Plane) 이라는 행사였다. 그때 행사를 호스팅하면서 데이브와 친분이 생겼고, 그해 겨울 파리에서 열렸던 Le Web 이라는 행사에서 다시 만나서 택시 안에서 멘토 자리를 제안받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 한국 IT를 세계에 좀더 잘 알려보자는 나름의 취지를 가지고 Web 2.0 Asia 라는 블로그도 꽤 열심히 썼었고 여러가지 세미나도 조직했었는데, 그런 행사중 하나가 긱스 온어 플레인이었다. 당시에는 별 기대치 없이 재미삼아 한 일들이고 어쩔땐 쓸데없이 내 시간 써가면서 일한다는 생각도 들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예상치 못한 소중한 인연이 맺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례로 그때 긱스온어 플레인과 동시에 열렸던 스타트업 위크엔드 서울 행사에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었고 지금까지 정말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500 스타트업이 다른 인큐베이터/액셀러에이터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미국 외의 회사들에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500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가보면 유럽, 남미, 일본, 싱가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창업팀들이 같이 섞여서 일을 한다. 가장 최근 batch의 경우 거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 외에서 온 스타트업들이다.

이 외에도 몇가지 500에서 강조하는 점들이 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UI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팀에 최소한 한명의 디자이너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500 스타트업에서 보는 이상적인 스타트업 팀의 최소 구조는 허슬러, 해커, 디자이너 (hustler, hacker, designer) 로써 사업을 개척하는 CEO 타입, 개발자, 디자이너이다. 그리고 디자이너스 펀드라는, UI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에게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따로 두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유저수나 매출 등 눈에 보이는 초기 성과(트랙션)을 강조하는데 이는 500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도 어느정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데이브 맥클루어는 일정 기준을 가진 스타트업에 골고루 투자하고 어떤 데에서 싹이 나는지를 보자는 “스프레이 앤 프레이 (spray and pray)” 방식이, 매건마다 신중히 검토하고 투자하는 전통적인 VC 투자방식보다 더 수익율이 좋다는 개인적 견해를 갖고 있다. 기존 VC가 1년에 많아봤자 십수건에서 수십건 투자를 한다면 500 스타트업은 1년에 수백건씩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투자 방식이 더 나은 리턴을 제공하는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두고 봐야할 것이다.

500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다른 프로그램처럼 오픈된 어플리케이션은 없고 멘토의 추천 (referral)이 유일한 방법이다. 멘토 네트워크를 통한 1차적인 사회적 검증을 거치자는 취지인듯. 개인적으로 한국인 멘토로써 실력있는 한국 스타트업을 500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소개할 기회를 늘 열심히 찾고 있다. 실리콘밸리 진출에 관심있는 창업팀은 500 스타트업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발된 회사들은 몇개월간 마운틴 뷰의 500 본사에서 같이 일하면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하고, 프로그램 말미에 데모 데이를 갖고 그동안의 개발 결과를 공유한다. 데모데이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의 꽃이라고 할 수 있고,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행사다. 데모데이 당일의 프리젠테이션은 왠만하면 크게 망치지 않는데, 이는 수십번에 걸쳐서 피치 연습을 한 결과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인큐베이터들은 하나같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만큼 데모데이의 피치를 중요시 여긴다. 우리나라에도 인큐베이션 프로그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것 같은데 피치 교육과 훈련이 정말 잘 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여기서 생략. beLaunch 컨퍼런스때 기회가 주어지면 더 이야기 해보고 싶고 (이 글은 beLaunch 참석차 한국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고 있음), 또한 머니투데이 유병률 기자께서 잘 정리해주신 기사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