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 법칙

어떤 사람은 설렁설렁 일하는 것 같으면서도 주어진 시간에 깔끔하게 일을 해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주구장창 문제를 붙잡고 늘어지는데도 시간내에 일을 못 끝내는 사람이 있다. 문제의 크기에 스스로 사로잡힌 나머지,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풀어나갈 지 모르는 채 밤새 고민만 하다가 밤이 깊어갈수록 정신이 더욱 몽롱해져서 결국 밤을 꼴딱 새고도 해놓은 결과물은 차라리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맑은 정신에 하느니 못한 경우가 나오는 것.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법칙중에 20:80 법칙이란 게 있다. 주로 20%의 상위 고객이 80%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등, 세일즈나 비즈니스의 사례에 쓰이지만, 때로는 이 법칙이 일하는 데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예컨대 때로는 20%의 노력이 80%의 결과물을 결정한다는 것.


이를테면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만든다고 하자. 어떤 사람들은 슬라이드 디자인이나 표지 그림등 각론에 시간을 다 보내고, 정작 발표의 핵심 내용 자체에는 시간과 정성을 많이 못 쏟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통의 발표는 끽해야 자신에게 20-30분 정도가 주어질 뿐이고, 또한 더욱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준비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따분해서 모든 내용을 다 듣지도 못한다. 따라서 본인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잘 브레인스토밍한 다음, 디자인 없는 슬라이드에 키워드만 담아내는 과정에서 슬라이드 퀄리티가 80%는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이건 때로는 10분도 안 걸리는 일이다. 


블로그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새 내가 계속 주창하는 것은 메일 한편 쓰듯이 가볍게 블로그 쓰자는 것이다. 그러면 10분 안에, 어느정도 (80%)의 퀄리티를 포함한 글을 쓸수 있다. 반면 너무 잘 쓰려고 들면 글 한편에 몇시간도 쉽게 걸릴수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보충제를 먹고 목숨걸고 운동하지 않더라도, 일단 gym까지 가서 몸만 풀고 런닝머신에서 30분 뛰기만 해도 어느정도 운동 효과를 볼수 있다. 그냥 가기만 해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니, 마음을 가볍게 먹고 일단 "가는게" 좋은 것이다. 데릭 지터같은 강타자도 실력을 비결을 물으면 그냥 타석에 서는 거라는 선문답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물론 20%의 노력이 80%의 성과를 낼수 있다고 해서, 80%와 100%가 같을 순 없다. 소위 말하는 "명품"은 바로 그 나머지 20%에서 차이가 난다. 중국산 태블릿과 아이패드는 아마 80%의 기능이 같거나 유사할 것이고, 혼다 어코드와 벤츠 E-클래스도 80%의 기능과 품질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장인들은 나머지 20%에 집착하고 결국 명품을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의 노력으로 80% 성과를 만들어 내는게 현대 사회에서 의미있는 이유는, 끝도없이 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서 다 명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려는 모든 일에서 명품을 만들려다보면 그것은 자칫 완벽주의로 귀결이 되고, 그런 사람들일수록 짧은 시간에 지치거나 건강을 상하기 일쑤다.


자기의 이름을 걸 만한 일 하나에만 장인처럼 집중해서 "나머지 20%"까지 집착을 보이되, 그 나머지 일에서는 20%가 80%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기억하고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일단 20%까지만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반면, 핵심적인 맥을 잘 짚어내고, 20:80 법칙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꽤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