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g the Way

지난 7월, 존경하던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큰 나무일수록 그늘이 크게 드리운다고, 한국에서도 그를 기리는 분들의 애도사를 많이 볼수 있었고 (참고로 재미 교포로써 한국에서도 많은 활동을 하셨음), 8월에 Livermore에서 열렸던 추모예배에는 그가 크고 작게 영향을 주었던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그의 삶을 추억했다. 미국의 장례식은 우리처럼 목놓아 소리높여 우는 장면은 없지만, 누구 하나 남 눈치보고 억지로 온 사람도 없고, 모두 그 시간만큼은 엄숙하고도 온연히 가신 분만을 추억하는 것 같다.

비교적 지척에 살면서도 뭐가 그리 바빠서 그의 생전에 좀더 자주 찾아뵙질 못했었는지. 그런 나의 후회와 자책은, 마치 아래에 소개할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썼던 글에 나오는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병으로 인해 생의 끝자락이 손에 잡힐듯 다가온 어느날, 사모님과 두분이서 훌쩍 샌프란시스코로 데이트를 떠난다. 그때 느끼길, 그동안 뭐가 그리 바빠서 베이 지역에서 수십년을 살았면서도 샌프란시스코를 황급히 찍다시피 다니기만 했지, 그 도시를 제대로 여유있게 감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지, 이런 상념이 들더란다.

삶에서 꿈과 목표를 이루어 가는것만큼 숭고하고 아름다운 과정이 없지만, 그건 바쁨 없이는 불가능한 거고, 그런 바쁨때문에 놓칠수밖에 없는 것도 분명히 너무 많다. 여기에 대해서는 "바빠도 중요한 것은 놓치지 말고 살자" 따위의 뻔한 말밖에는 과연 해답이 없는걸까.. 시한부 선고 등의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삶의 속도를 '뜀'에서 '걸음'으로 늦추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모두다 한번 돌아볼수 있는 그러한 시간이 과연 우리에겐 어떻게 하면 주어질수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문다.

그는 결국 7월에 하늘나라에 가셨고, 대신 책을 하나 남겼다. 책이라고 하기에는 분량이 짧아서 기껏해야 소책자 분량인데, 그 이유는 챕터만 잡아놓고 완성을 채 못하고 가셨기 때문이다. 마치지 못한 챕터의 흔적조차 고스란히 남겨져 있어서, 마치 터만 잡혀있고 완성되지 못한 집처럼 더 생생한 안타까움을 준다.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는, 삶의 자전축을 조금은 기울일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다. 단식을 하면 몸이 리셋되듯이, 이 글을 읽고 난뒤 한 1주일간은 정말이지 생각과 우선순위가 리셋상태로 머물러 있었던것 같다. 물론 글쓴이가 내가 너무나 잘 알던 지인이어서 이야기들이 더 생생히 하나하나 박혀들어왔을 수도 있겠다.

참고로 말하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간중간 일반적인 이야기들도 더러 나오지만, 실은 이 책은 "기독교 신앙 서적"이라고 봐야 할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이 없는 분은 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된다. 단 여기에 대해서 필자는 아예 서론에서 "If you don't [already know the Lord], go seek Him immediately; you don't know what incredible gift you're missing." 이라고 썼다. 믿음의 강요가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축복을 나누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참고로 이분은 내가 지금까지 알던 분중 가장 최고의 엘리트고 석학중 한 분이고, 확실한 자기 경험없이 기존에 존재하는 문화라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분은 절대로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분의 신앙적 체험의 고백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아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파워풀하게 다가온다.

책은 영어로 되어 있다. 시간이 있었으면 번역을 했었을 거다. 아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컨텐츠가 전달될 수 있도록, 언젠가 시간을 내서 번역을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우선 원문부터 나눈다. 가을 낙엽이 뒹굴면서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그래서 삶이 더 아름다울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요즘, 가신 그분을 다시한번 추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