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지난 주말, TIDE 에서 주최한 제2회 스타트업 스프링보드 행사에서 스피킹 요청을 받았다. 벤처 행사에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할때 기대하는 것은 아마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하기, 창업의 성공 키워드, 이런 것들일테다. 근데 참가자들이 저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성공의 방정식을 계속해서 듣는것도 나름 주말에 공부하는 것마냥 고역이겠다 싶었다. 다행히 나는 성공의 스토리를 나눌게 없어서, 반대로 실패의 경험을 나누기로 했다. 나름 솔직하게 7가지 실패의 스토리를 나누었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

실패 스토리를 나누기 위해서 내 인생의 실패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근데 돌이켜 봐도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턴 아주 크게 소위 '개망신 수준'으로 실패한 예가 별로 없는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세상에 오기전에 비해서 이 세상을 아주 크게, 좋은 방향으로, 비가역적으로 바꾼 성공의 스토리 또한 없다 (방금 내가 말한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이기도 하다). 아이러닉하게도, 그게 바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실패의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나는 인생 살면서 큰 스케일의 일을 무모하게 시도한 경험 자체가 없었던 거다. 우리의 가장 큰 실패는, 어쩌면 크고 멋들어진 실패의 스토리가 없는 그 자체일수도 있다. 인생을 맹숭맹숭하게 살아왔다는 이야기일수도 있으므로.

미국의 어떤 성공한 이에게 인생의 교훈을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 얘기했다. 학생 시절, 학교에 다녀와서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가 늘 물었다고 한다. "넌 오늘 어떤 실패를 했니?" 그래서 그날 학교에서 실패했던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버지는 그자리에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축하해 주었다고 한다. 그 실패가 바로 너의 땅을 더 단단히 해 줄거야, 넌 아직 젊어, 그러니 더 실패해 봐, 이런 의미였으리라.

고백컨대 나는 아버지로써 우리 자녀들의 실패를 이렇게 축하해줄수 있는 용기가 아직은 없다. 정신 바짝 안차리면 한순간에 뒤쳐지는게 세상이고, 따라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라고 은연중에 보챌것 같다. 작은 부자는 사람이 내고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처럼, 작은 인재는 반에서 공부 1등해서 나오지만 정말 큰 인재는 그렇게 자잘한 것으로부터 나오는게 아닐것 같다. 그렇게 알면서도 실제로 우리 아이들의 실수를 축하해줄 수 있는 대인배 아빠가 되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