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지점


창업에 관심이 있는 대학교 졸업을 앞둔 후배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중 하나는,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벤처를 막바로 창업해야 하는지이다. 하지만 이 질문은 어쩌면 앞뒤가 바뀐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질문은 내가 좋아하고 정말 몰입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과연 있다면 어디에 존재하는지 일것이다.

보디빌딩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되는 것은 “몰입지점 (getting in the zone)” 이다. 한시간 내지는 두시간동안 훈련하는 도중, 정말 다른 생각 안하고 운동에만 완전히 빠져들어서 몰입지경이 되어 운동할때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다는 것.

우리 모두는 이러한 “몰입상태”를 경험할 때가 있다. 내 경우 어떤 것을 “만들때” 그런 상태에 들어가는 것 같다. 이를테면 컴퓨터 조립을 한다든지, 조립식 장난감을 만든다든지, 아니면 홈페이지 스킨을 매만진다든지 할때 등.

우리의 직업적인 일에서도, 내가 어떤 프로젝트를 할때 정말 내 자신을 잊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몰입하고 빠져들어서 할수 있는지를 알아보는게 먼저일 것이다.

살면서 그런 프로젝트를 발견하는 것만큼의 행운은 없다. 비단 결과물 뿐 아니라, 과정 가운데에서 몰입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직장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타들어가다 만 젖은 장작처럼 완전히 몰입해서 일하지 못한다.

만일 그런 프로젝트의 기회가 대기업에 있다면 대기업을 다닐 수도 있는 것이고, 기존에 존재하는 기업이 그런 기회를 주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창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이야기했다시피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하는일이 과연 맞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을때, 5일 연속으로 부정적인 대답이 나온다면 과감히 지금 하는 일을 접어야 한다.)

구글에 다니면서 구글+ 프로젝트의 초창기를 경험해 보니, 대기업에서도 충분히 "몰입해서" 스타트업처럼 일할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경험 이후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넓어진 것 같다. 스타트업이란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신나게 몰입해서 일할수 있는 프로젝트의 존재 자체를 일컫는 단어일 뿐이다. 그리고 일터에서 믿을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우리들의 직업적 여정은 결국 그런 몰입상태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