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오늘은 우리 아들 프리스쿨의 성탄 행사 발표일. 부랴부랴 도착을 해보니, 벌써 아이들이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다. 밖에서부터 듣자하니 수십명의 아이들 중 유독 어떤 한 아이가 노래 가사를 "고성방가" 수준으로 너무 크게 따라 부르고 있어서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봤더니, 바로 다름아닌 우리 아들이었다. 창피하면서도 흐뭇한 기분. 

오늘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극도의 행복과 불행을 무심하게 동시에 던짐으로써, 인간사의 부침 정도는 큰 바다의 잔 파도만큼이나 부질없다는 듯한 차가운 관조적 성격을 드러내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인듯 싶다. 미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사고중 하나로 기록될 사고가 난 오늘, 하필 아침 뉴스에서 그걸 보고 나서 아들의 프리스쿨 행사를 참관하러 가는 기분은 평소와는 달랐다. 우리 아들은 부모가 데리러 가면 저 멀리서부터 함박웃음을 띄고 정말 행복해 하면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걸로 학교에서 유명하다. 선생님들도 자기들이 나중에 아이를 낳아서 학교를 보내면,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왔을때 Isaac처럼 저렇게 행복하게 뛰어나왔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하물며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만 늦게 나와도 애가 타는게 부모 마음인데, 부랴부랴 총기사고 소식을 듣고 학교에 도착해서, 다른 아이들이 하나씩 나와서 부모 품에 안기는걸 보고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자신의 아이들은 부모 품에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소식을 들은 스무 가정 남짓한 부모들의 마음은 과연, 과연... 어땠을까. 

성탄 행사, 노래가 끝나고 이어진 스토리 타임. 아들과 눈이 마주쳤다. 방금전 노래 아주 세게 한거, 정말 최고였어. 윙크와 엄지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우리 아들도 눈이 마주치고는 씩 웃어준다. 같이 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눈가가 너무나도 뜨거워졌다. 그저, 살아가 주고 있다는 것, 잘 자라고 있어 주는것, 너무 고맙다. 아빠가 그동안 그런걸 그저 당연히 여겼다면, 그게 무엇보다도 제일 미안하다. 너의 존재는 우연도, 당연도 아닌데. 미안하고,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