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이 모닝 쿼터백

먼데이 모닝 쿼터백. 풋볼 경기가 주로 열리는 일요일이 지나고 나서,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해서는 지난 경기에서 뭐가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기라면 그때 저기에 공을 던졌을 거라는 열변을 토하는 스포츠 광을 일컫는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을 제대로 던질수 있기는 커녕 풋볼 선수들 사이에 세워놓기 민망할 정도의 피지컬을 지닌 분들이다. 그래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라는 표현은 약간의 비하, 자조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타임라인을 보면 정말 정확한 정치적 분석들이 너무 많다.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사태때에는 전국민이 줄기세포 연구자가 되고, 월드컵때는 전국민이 축구 전략 분석가가 되고, 선거철에는 전국민이 정치 분석가가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글이 너무 많고, 종종 그 비평의 정확도와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처럼 한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전체적인 현상 자체가 좀 생경해 보일때가 있다. 마치 국민 모두가 정치라는 게임에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것은 마치 스스로 매트릭스 속의 무지몽매한 좀비로 살자는 일일수도 있어서 경계해야 한다. 만일 우리 가운데 깨어있고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일제시대나 독재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늘 깨어 있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요 몇달동안 정치가 마치 모든 국민들에게 매일밤 열리는 한일전 같은게 된건 아닌가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전평이 때로는 너무 극단적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다, 일제 치하로 다시 들어가는 셈이다 라는 등의 단언은 미래의 고민을 앞당겨서 기정 사실화해서 하는 거라서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크게 의미없는 일이고, 사람은 자신이 믿는 신념체계에 갇혀서 모든 현상을 그 신념체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해석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분들에게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간에 실제로 나라가 망해가는 것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망하긴커녕 지금 한창 뜨고 있는 경쟁력있는 나라에 더 가까워서, 이제 나라 망했다는 소리는 크게 공감이 안간다.) 그리고 상대방은 무조건 개념이 없다, 이땅에 나처럼 개념있는 사람의 수가 부족한게 슬프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적어도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열린 태도는 아니다.

특정 후보가 당선된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나라의 극단적 분열의 모습이다. 만일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어느쪽 절반이냐의 차이만 있을뿐 여전히 반쪽 진영의 불만과 분열은 존재할 것이다. 사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우리나라의 진정한 분열은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있는 분열인데, 저쪽은 분열의 기미가 없고 오히려 우리가 확실한 분열을 보이고 있는게 신기하다. 하지만 물론 달라진 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삼국 시대때도 북쪽 지도는 하나였는데 남쪽이 두개로 갈라지지 않았던가.

암튼 요며칠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냥 끄적여 본다. 정리해 보면 뭐 뻔한 얘기겠지만 나 하고 있는것부터 잘하자는 거다. 말이라는건 끝도 없어서, 심지어 스티브 잡스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한 블로거 간에도 팽팽한 설전을 충분히 펼칠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설전이 펼쳐졌을 때, 궁극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그 블로거에게 "그런데 넌 인생에서 지금까지 어떤 대단한 걸 만들었니?" 라고 물어봤을때 그걸로 적어도 관전하는 네티즌 사이에서는 게임이 끝나는 걸 봤다. 결국 말보다 뭘 했느냐가 중요한 거고, 현실에 대한 엄청난 비판은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그래서 넌 한게 뭔데?" 라는 질문을 했을때 그에 대한 답이 없이 우물쭈물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이 쉽게 병신취급할 정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당신도 한껏 배만 나온 먼데이 모닝 쿼터백일 수도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