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단상


만일 당신이 40이라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대략 20년쯤 되었다는 거고, 그건 곧 고등학교 졸업후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의 절반만 가면 예전에만 해도 노인 소리를 듣던 나이인 50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얼마나 빨리 시간이 지나온지 알고 있다. 

10년, 금방 간다. 월드컵 두번 보고 나서 2년 뒤 열리는 올림픽 한번 보면 가는 시간이다. 또는 초등학생 조카가 대학교에 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조카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빠른지 안다. 애들 크는걸 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가는게 아니라 총알처럼 간다는걸 안다.

눈 깜빡할 사이 우리는 어느덧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인생을 발견할 것이다. 인생은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폐장시간이 다가온 놀이공원과 같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기에 매일 매순간 격정적으로 살아야 하는거고. 타다 말다가 하는 젖은 장작이 아닌, 폭죽처럼 연소하는 삶 말이다.

매일매일 파김치가 되는것보다 중요한건 한결같은 "방향"일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하루동안 할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동안 할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고 한다. 앞으로 10년동안, 아무리 작은거라도 좋으니 세상을 더 좋은곳으로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브랜드를 붙일수 있는 멋진일 단 하나라도 해야 하겠다고 또 다짐한다. 내가 잘났네, 네가 잘났네 하면서 자존심만 세우다가 10년 훌쩍 가는건 생각만 해도 너무 허망한 일이다. 

국가 vs. 도시

산호세 촌놈이 서울에 올때마다 그 세련됨과 문화적 풍요로움에 다시금 반하곤 한다. 역시 나는 전형적인 city person인듯.

글로벌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하는데 있어서 때로는 국가가 아닌 도시를 단위로 생각하는 것이 좋은 생각의 프레임을 제공해 준다.

지금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이러한 도시화의 비율은 점점 증가할 예정이어서 2030년에는 7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게다가 전세계 인구 또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두가지를 합해보면, 앞으로 거대 도시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리라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에너지, 물 등 지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도시화는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도시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각종 문제 (의료, 교육, 에너지, 교통, 주거...) 를 푸는 것은 21세기 최대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이는 비단 자원의 문제만은 아니고 여러가지 문화인류학적 문제들도 있다 (외로움, 노령화 문제, 등등).

그리고 각 도시들마다 점점 더 생활 양식과 수준이 비슷해져 가고 있다. 출장을 다녀보면 세계 어느 도시나 비슷해져 간다는 느낌도 때로는 받는다. 그래서 한 도시에서 성공한 모델은 다른 도시로 급속히 복사,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포스퀘어, 그루폰, AirBnB 같은 모델들은 모두다 한 도시에서 성공한 다음 다른 도시로 재빨리 전파된 케이스다.

따라서 서울에서 맨 처음 시작된 모델과 트렌드가 다른 도시로 퍼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면에서 아래 윤자영 대표의 말은 매우 inspirational함.



기업가는 문제를 푸는 사람들인데,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 중 많은 문제들이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서울의 문제들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만 중심해서 생각할 게 아니라, 서울 주변에만도 수십개 이상이 존재하는, 인구 수백만 이상의 메가 시티들로 프레임을 옮겨서 생각해 보자.


500 스타트업 이야기


500 스타트업은 Y 컴비네이터, 테크스타 등과 더불어 유명한 미국의 창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실리콘 밸리의 유명 슈퍼 엔젤인 데이브 맥클루어 (Dave McClure)와, 구글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틴 채 (Christine Tsai) 가 주로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1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500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거쳐간 바 있다.

출처:머니투데이 (아래 링크기사 참조)

나는 이 프로그램의 멘토로 참여하고 있고 몇군데 스타트업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서 도움을 주고 있다. 내가 멘토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10년에 서울에서 열렸던 긱스 온어 플레인 (Geeks on a Plane) 이라는 행사였다. 그때 행사를 호스팅하면서 데이브와 친분이 생겼고, 그해 겨울 파리에서 열렸던 Le Web 이라는 행사에서 다시 만나서 택시 안에서 멘토 자리를 제안받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 한국 IT를 세계에 좀더 잘 알려보자는 나름의 취지를 가지고 Web 2.0 Asia 라는 블로그도 꽤 열심히 썼었고 여러가지 세미나도 조직했었는데, 그런 행사중 하나가 긱스 온어 플레인이었다. 당시에는 별 기대치 없이 재미삼아 한 일들이고 어쩔땐 쓸데없이 내 시간 써가면서 일한다는 생각도 들때도 있었지만, 나중에 예상치 못한 소중한 인연이 맺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례로 그때 긱스온어 플레인과 동시에 열렸던 스타트업 위크엔드 서울 행사에서도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었고 지금까지 정말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500 스타트업이 다른 인큐베이터/액셀러에이터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미국 외의 회사들에도 문호가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500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가보면 유럽, 남미, 일본, 싱가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창업팀들이 같이 섞여서 일을 한다. 가장 최근 batch의 경우 거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 외에서 온 스타트업들이다.

이 외에도 몇가지 500에서 강조하는 점들이 있다.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UI를 많이 강조하는 편이다. 팀에 최소한 한명의 디자이너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500 스타트업에서 보는 이상적인 스타트업 팀의 최소 구조는 허슬러, 해커, 디자이너 (hustler, hacker, designer) 로써 사업을 개척하는 CEO 타입, 개발자, 디자이너이다. 그리고 디자이너스 펀드라는, UI 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들에게 주로 투자하는 펀드를 따로 두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또한 유저수나 매출 등 눈에 보이는 초기 성과(트랙션)을 강조하는데 이는 500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도 어느정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데이브 맥클루어는 일정 기준을 가진 스타트업에 골고루 투자하고 어떤 데에서 싹이 나는지를 보자는 “스프레이 앤 프레이 (spray and pray)” 방식이, 매건마다 신중히 검토하고 투자하는 전통적인 VC 투자방식보다 더 수익율이 좋다는 개인적 견해를 갖고 있다. 기존 VC가 1년에 많아봤자 십수건에서 수십건 투자를 한다면 500 스타트업은 1년에 수백건씩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투자 방식이 더 나은 리턴을 제공하는지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두고 봐야할 것이다.

500 스타트업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다른 프로그램처럼 오픈된 어플리케이션은 없고 멘토의 추천 (referral)이 유일한 방법이다. 멘토 네트워크를 통한 1차적인 사회적 검증을 거치자는 취지인듯. 개인적으로 한국인 멘토로써 실력있는 한국 스타트업을 500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소개할 기회를 늘 열심히 찾고 있다. 실리콘밸리 진출에 관심있는 창업팀은 500 스타트업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발된 회사들은 몇개월간 마운틴 뷰의 500 본사에서 같이 일하면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하고, 프로그램 말미에 데모 데이를 갖고 그동안의 개발 결과를 공유한다. 데모데이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의 꽃이라고 할 수 있고,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행사다. 데모데이 당일의 프리젠테이션은 왠만하면 크게 망치지 않는데, 이는 수십번에 걸쳐서 피치 연습을 한 결과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인큐베이터들은 하나같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만큼 데모데이의 피치를 중요시 여긴다. 우리나라에도 인큐베이션 프로그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것 같은데 피치 교육과 훈련이 정말 잘 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여기서 생략. beLaunch 컨퍼런스때 기회가 주어지면 더 이야기 해보고 싶고 (이 글은 beLaunch 참석차 한국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쓰고 있음), 또한 머니투데이 유병률 기자께서 잘 정리해주신 기사도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시장에서의 증명

"이 사업이 잘될 것이다" 라는데 대해서 별의별 복잡한 이론과 모델링을 들이대면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거 해보니 실제로 사용자들이 쓰더라, 라는 한 마디가 훨씬 더 파워풀하다.

물론 서비스나 제품이 아무것도 없는 초기에는 당연히 가설이 중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의 과정은 가설(hypothesis)을 세우고 그걸 증명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초기 가설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서 스타트업의 초기 자원투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있어서 초기 자원투자만큼 중요한게 없다. 마르지 않는 돈줄이 있지 않는 이상,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실험 딱 한번 해볼만큼의 리소스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총알이 딱 하나 들어있는 권총처럼. 

하지만 이처럼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애써 증명하려고 노력한다. A라는 시그널에 주목해야 하는데 B에 집중한다든지 등등. 자존심 내려놓고,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한다. 증명 (validation) 해야 하는 포인트는 시장과 사용자이지 자신의 자존심섞인 이론이 아니다.

가장 확실한 증명(validation)은 사용자(user) 들이 해당 서비스나 제품에 댓가를 지불하는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댓가는 돈 또는 시간이다. 돈을 내고 구매를 하든, 아니면 시간을 내서 사용해 주든. (특히 미디어 비즈니스에서는 사용자의 시간과 어텐션이 곧 화폐라고 할 수 있다.) 

컨버터블 노트


한국에서는 아직 컨버터블 노트가 투자 방식으로 널리 통용되지 않지만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는 초기 투자시에는 거의 대부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컨버터블 노트는 말 그대로 전환사채 비슷한 개념인데, 다만 전환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오픈형 전환사채"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컨버터블 노트는 투자가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계약이다. (따라서 상환 기간과 이자율이 명시되어 있다.) 다만 주 목적이  회사채처럼 나중에 이자를 쳐서 돈을 돌려받기보다는 이후에 이루어질 투자 라운드때 해당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다.

컨버터블 노트를 하는 주된 이유는 회사의 가치 (밸류에이션) 를 초기 상태에서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산정을 좀더 나중에 하자고 미루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설립된지 두달 된 회사에 투자가로써 1억원을 투자한다고 치자. 그 댓가로 얼마만큼의 지분을 획득해야 할 것인가? 이 대답은 결국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얼마냐로 연결되는데, 초기 기업일수록 기업가나 투자가나 그 회사의 가치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감정 상해가면서 싸울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돈 투자는 지금 하되, 회사 가치 및 그에 따른 지분가치는 나중에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이 시장에서 검증된 다음, 대형 VC (벤처 캐피털리스트) 들이 들어올때 그들이 산정해 주는 가치를 따르자는 것이다.

그 외에도 몇가지 컨버터블 노트를 하는 다른 이유들도 있다. 절차상의 간단함 (제대로 된 벤처 라운드를 하면 변호사 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에 이름), 각 투자가마다 다른 조건의 적용 가능성 (폴 그레엄은 이걸 "high resolution financing" 이라고 부름), 세금 이슈, 이사회 자리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점 등등. 하지만 컨버터블 노트를 하는 주된 이유는 초기기업 밸류에이션 산정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복잡한 내용이 많지만 (liquidation preference, participating vs. non-participating, 전환시 보통주 vs. 우선주 등등), 가장 중요한 요소는 valuation cap과 discount, 그 중에서도 특히 valuation cap이다.

캡은 말 그대로 뚜껑, 또는 상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컨버터블 노트는 회사에 빌려준 금액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밸류에이션 캡을 적용한다는 것은 나중에 회사 밸류에이션이 올라가더라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한 투자가들에 한해서는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는데 있어서 "마치" 회사 가치가 캡에서 정의된 금액인 것처럼 보자는 얘기와 유사하다. 그래서 밸류에이션 캡은 거의 밸류에이션과 유사하다고 볼수도 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A라는 회사에 투자가가 5천만원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투자 조건에 밸류에이션 캡을 50억원으로 정했다. 말 그대로 컨버터블 노트는 빌려준 금액이니까 현재 취득된 지분은 없다.

6개월 뒤, 회사가 잘 되서 한 벤처캐피털에서 회사에 200억원의 기업가치(pre-money valuation)로 투자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제 먼저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된 금액 (+ 이자도 포함되지만 계산 편의상 생략) 이 주식으로 전환될 타임이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50억원의 밸류에이션 캡이 있다는 이야기는 회사의 현재 산정된 밸류에이션이 200억이지만 먼저 들어온 투자가에 대해서는 "마치" 50억원인것처럼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다.

주당 단가와 취득 주식수로 계산하면 이해하기 쉽다. 회사의 발행 주식수를 100만주라고 해보자. 이제 VC에서 산정해준 회사의 밸류가 200억이므로, 이 시점에서 주당 단가는 2만원 (200억원 / 100만주) 이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만일 VC가 20억원을 투자하면, 주당 단가가 2만원이니까 10만주를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50억원의 밸류에이션 캡에 5천만원을 투자했던 투자가는 "마치" 회사 밸류가 50억원인것처럼 (즉 "마치" 주당 단가가 5천원인것처럼) 주식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주당가격 2만원에 들어오는 투자가에 비해서 동일한 투자금액 대비 4배 많은 (주당 2만원 대비 주당 5천원) 주식수를 획득하게 된다. 5천만원을 투자했던 투자가는 현재 주당단가인 2만원을 적용했을 때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 (2500주) 에 비해서 4배 많은 주식수인 10,000 주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면 현재 주당 가격이 2만원이니까, 주식으로 전환된 10,000주는 2억원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투자 원금 (5천만원) 에 비해 1억 5천만원 또는 300% (1억 5천만원 순수익 / 5천만원 투자금액) 의 장부상 순익을 거두는 셈이다.

또한 밸류에이션 캡 외에 discount라는 개념도 있다. 이를테면 20%의 디스카운트를 적용한다는 것은,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된 금액이 주식으로 전환될 때, 나중에 들어오는 투자가에 비해 20% 낮은 (디스카운트된) 주당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나중에 들어오는 VC가 주당 2만원에 들어온다면, 20%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면 주당 16,000 원이므로, 동일한 금액대비 25% 많은 수의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4천만원을 투자했을 때 주당가격 2만원은 2000주 획득, 주당가격 16000원은 2500주 획득). 따라서 먼저 들어온 투자가가 나중에 들어온 투자가에 비해서 25% 많은 주식 수를 획득하게 되고 대략 25% 장부상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밸류에이션 캡과 디스카운트는 보통 둘다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디스카운트 개념보다는 밸류에이션 캡이 더 중요한 개념이 된다. 위에서 보았듯 만일 50억원 밸류에이션 캡을 가진 회사가 2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VC 투자를 받을 경우 밸류에이션 캡에 따라서는 300% 장부상 이익이, 디스카운트에 따라서는 25% 장부상 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경우 밸류에이션 캡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때 산정되는 밸류에이션이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 밸류에이션 캡보다 디스카운트가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다음 투자 라운드라는게 없다면? 이를테면 컨버터블 노트에서 명기한 상환 기간 (보통 12-18개월) 이 지났는데도 "다음 투자 라운드" 가 없다면, 기본적으로 투자가가 빌려준 금액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고, 회사는 이자와 원금을 투자가에게 상환해 주어야 한다. 만일 이 시점에서 회사가 빌린 돈을 가지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매출과 현금흐름을 많이 창출했다면, 비록 다음 라운드 투자는 못 받았어도 원래 빌린돈을 이자와 함께 상환하면 된다. 만일 회사가 열심히 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투자가에게 "빌린" 돈을 다 소진했는데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를 못받은 경우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회사가 망해서 문을 닫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 매출이나 이익도 없고 돈도 다 떨어진데다 추가 투자도 못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통 실리콘 밸리에서는 실패한 투자로 보고 투자가가 마음을 정리한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손털고 물러나면 그만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보통 투자가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갖는 것이고 연대보증 개념으로 대표이사나 임원진에게까지 그 책임이 오진 않는다.) 그래서 잘 알다시피 실패한 경영자들이 얼마 안가서 다시 창업하고 심지어 투자도 새로 받기도 하고 그런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생각과 양심을 가진 기업가라면 그 상황까지 가기전에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해서 추가 투자 유치든 매출이든 회사 매각이든 별 방법을 다 할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기돈보다 자기를 믿고 투자해준 남의 돈을 훨씬 더 소중히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 참고로 테크크런치에 나온 글 (1, 2) 참고 바람. 단, 여기에는 몇가지 내가 알고있는것과 다른 사항들이 있기도 함. 이를테면 보통의 경우 주식 전환이 보통주로 되지 우선주 (preferred stock) 으로 되지는 않는 듯.

이메일 팁 몇개

생각난 김에 퀵하게 공유하고 싶은 이메일 팁 몇개.

1. 블로그 쓰고싶은 사람은 메일로 쓰기

전문 블로거가 아닌 이상 누구나 다 바쁘고 블로그 쓸시간 없다. 근데 소위 "지식 노동자"라면 누구나 하루에 이메일 수십개는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블로그를 이메일 쓰듯이 써볼것. 하루에 이메일을 서른개 쓴다면, 서른 한개를 쓰되 그중 하나가 블로그 포스트인 셈이다. 서른개 쓰나 서른 한개 쓰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

블로그 쓰는데 절대로 시간 너무 많이 허비하지 말것. 본업 못챙기는 우를 범하게 될수도 있으니. 그냥 메일 하나 쓰는 정도로 가볍게. (단, 개인적으로 비행기나 기차 안 등 인터넷이 오랫동안 안되는 환경에서는 좀더 길고 신중한 포스트를 쓰기 좋아함.) 그리고 덤으로 - 메일을 하도 많이 쓰다보니 개인적으로는 메일 쓰듯이 쓰면 UI도 익숙하고 해서 블로그 글도 더 빨리, 잘 써질때가 있다 :)

2. 받은 편지함보다 보낸 편지함을

종종 사람들은 Inbox 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내게 온 메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만 하고 거기서 그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주도하는 일이 제대로 되려면 내가 보낸 메일에 상대방이 대답 또는 액션을 취해 주어야 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 잘하는 사람들은 메일 보내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상대방이 그 일을 하는 것을 확인까지 한다.

나는 종종 내가 보낸 메일함을 쭉 보면서 상대방이 내가 요청한 걸 해주는지 체크해 볼때가 있다. Gmail 사용자의 경우에는 보낸 메일에도 star를 할수 있으니, 나는 종종 내가 보낸 메일에 star를 하고 하나의 starred item만 체크한다. 그리고 액션이 취해지지 않았으면 상대방에게 기분나쁘지 않게 ("Friendly ping" 하면서 때로 이모티콘 다수 발사) 다시한번 확인과 리마인드를 시킨다. 왜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해야 하는게 중요한지는 다음 포인트.

3. 절대 절대 상대방이 모든 메일을 읽을거라고 가정하지 말것

특히 바쁜 사람일수록 모든 메일을 다 읽고 반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게 어렵다. 나도 간혹 이메일 파산(bankruptcy)을 겪을때가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행여 반응하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respect를 가져야 한다. 당신이 이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상대방이 무조건 그 메일에 답변해야 한다고 가정해 버리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것 아닌가. 또한, 아예 메일을 보낼때 액션 중심으로 간략히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상대방의 시간을 respect 하는 방법중 하나.

4. 메일을 안 읽은 상태 (unread) 로 돌리지 말것

이건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unread 카운트가 있는것을 싫어하고 "inbox zero"를 만들고 싶어한다. 왠지 안 읽은 아이템이 있으면 뭔가 일이 안끝난것 같고 따라서 메일을 다시 체크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컴퓨터 앞에 있지 않을 경우, 휴대폰으로 메일을 주욱 읽어 나가면서 필요한 것만 star를 해놓는다. 대신 모든 이메일을 읽은 상태로 해놓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분들은 액션이 필요한 이메일은 다시 읽지 않은 상태로 돌려놓는 것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방법을 선호하진 않는다.

또하나의 실리콘밸리?

나라마다, 도시마다 제2의 실리콘밸리를 어떻게 하면 만들까 라는 고민을 한다. 이는 우리나라만 아니라 유럽이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그래서 실리콘 밸리의 성공요인이 뭔지 분석하고 그걸 다시 재현해 보려고 노력한다. 스탠포드 출신과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한 인력, 미국 총 벤처자본의 1/3이 몰린다는 자본, 미국이라는 단일 거대 시장, 모든 나라들이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참고하기에 가능한 전 세계로의 확장성, 좋은 날씨와 생활수준 (그러나 무지하게 비싸다는..!) 등등. 아마 실리콘밸리 성공요인에 대한 분석은 수백번도 더 되었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소를 뽑아내도 실리콘밸리 또하나 카피해서 만들수 있을까?  그건 아마 불가능하지 싶다. 여러가지 눈에 안보이는 요소들 (intangibles) 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형성된 이곳만의 문화라는 것은 다른곳으로 복제되기 힘들거라고 본다. 나도 이제 막 이곳 문화를 배워가는 입장에 불과하지만, 때로 이런건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여기서 살아보고 체험해 봐야 느낄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 듯. 

일례로 여기서는 스타트업 창업이 그냥 사회의 자연스런 일부다. 스탠포드앞 University Avenue에 가서 아무 카페에나 점심시간쯤 앉아있으면 사방에서 노트북 펼치고 피치(pitch) 하는 소리가 들린다. 농담삼아 비즈니스 하고 싶은데 아이템이 없으면 거기서 한시간만 앉아서 귀 기울이고 있으면 왠만큼 배울수 있다고 할 정도. 아마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광경이 펼쳐지는 빈도수도 여기보단 적을것 같고, 이런 광경을 보고 느끼는 느낌도 이곳 사람들과 다를것 같다. 

여기선 그러한 스타트업 문화를 완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가서 배우 지망생 마주친다고 해서 화들짝 놀랄 일도 아니거니와, 뉴욕에서 바바리 코트에 정장 입고 택시 잡아타려고 기다리는 뱅커 타입을 만난다고 해서 깜짝 놀라지도 않는 것처럼, 이동네 사람들 그냥 창업을 너무 당연히 여긴다.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startup entrepreneur라고 대답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social status가 이곳과 다른 곳은 확실히 다를것 같다. 또는, 직장 잘 다니는 사람이 어느날 창업한다고 하면 다른곳 같으면 너 제정신이냐 할수도 있겠지만, 여기선 그냥 "어 그래? 축하한다, 잘될꺼야" 이러고 넘어가는 수조차 있다. 이런 차이때문에 오히려 사람들도 창업에 대한 멘탈 부담이 덜한것 같고 그래서 더 창업을 많이 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는게 아닐까?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앞으로 5년뒤에 뭐할것 같냐고 물으면 대부분 "글쎄, 뭔가 창업이나 내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통 성공의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고, 그래서 상당히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하다. 일견 경쟁관계처럼 보이는 회사 사람들도 (겉으로만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자주 만나서 정보 교환도 하고 서로 도움도 주고받고 그런다. 사람들 소개해 주는 문화도 한국만큼 앞뒤 재는것 같지는 않고, 때로는 요청한것 이상으로 나서서 남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다. 

뭐 이곳 사람들이라고 해서 천성이 거룩해서 그럴것 같진 않고^^ 뭔가 론 콘웨이나 리드 호프만처럼 무조건 한 10년 남들 도와주다보니 자기도 어느덧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우뚝 선 그런 사례들을 알고 있어서 그럴게다. 그리고 여기도 사람 사는 사회니까 다들 각자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거고, 엔젤 투자가가 선뜻 10만불 수표 그자리에서 끊어주더라, 이런 이야기는 그렇게 해서 대박낸 사례가 전에 있었으니까 자기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것 아니겠나.  

아무튼 어찌 되었든 간에 실리콘밸리에는 그렇게 남들에게 도움받고 그걸 또 돌려주는 소위 "pay it forward"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되어 있는것 같다. 그와 연관되서, 멘토 네트워크가 참 잘 형성되어 있는것 같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스티브 잡스를 멘토링해 주었고 스티브 잡스가 마크 주커버그를 멘토링해 주었다는 스토리들도 있고. 비슷한 인종이나 배경을 갖춘 사람들끼리 서로 끌어주는게 당연시 되기도 한다. 인도계 네트워크는 이곳에서 절대 무시 못하고, 인도사람들이 차린 회사에서 미국 비자를 다른 인도사람들에게 발급해 주는 일이 흔하다. 그리고 구글에서도 세르게이 브린과 맥스 레브친은 둘다 우크라이나 유태인 출신이라서 서로 꼭 붙어다니더라. 거기에 대해서 문화적 배경이 서로 비슷한 팀이 코어가 되서 일할때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거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밸리에서 한인 네트워크가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창업쪽) 

암튼 이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문화들은 다른 곳으로 복제되기 힘들것 같고 따라서 제2의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는 것은 힘들지 않나 싶다. 마치 PC를 이긴건 더 나은 PC가 아니라 아이패드와 모바일 기기였던 것처럼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실리콘밸리보다 더 나은,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게 더 나은 전략일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서울만의 강점과 문화적 배경을 최대한 살리는게 좋은 전략일 거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뉴욕에서 배울 점이 무척 많은것 같다. 광고와 패션, 금융과 출판의 중심인 뉴욕은 그러한 백그라운드를 최대한 살려서 지금은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커다란 벤처 허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코넬-테크니온 뉴욕 캠퍼스 계획을 보면 스탠포드가 실리콘밸리에서 했던 역할 이상이 기대될 정도. 아무튼 여러면에서 뉴욕이야말로 서울이 배우고 벤치마킹할 점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이 글은 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 감사

아들이 새벽에 깨서 무서운 꾸었다고 아빠 품을 파고든다. 제 나이에 무서운 꿈이래봤자 티라노사우루스가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그런 꿈이었겠지. 그래, 나도 예전에 어렸을 때 무서운 꿈 꾸었고 엄마 품을 파고들던 기억이 난다.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났다. 아들에겐 아직 그런 경험이 없지만 나는 자라면서 적어도 두번은 확실하게 죽을 고비를 넘겼었다. 한번은 깊은 재래식 화장실에 빠질뻔 했고 (thank God I didn't die that way!), 또 한번은 도로로 뛰어나갔는데 정말 영화에서 보듯 택시가 끼익 서더니 바로 코앞에서 멈춘 적이 있다. 포니1 택시 앞 범퍼에 발라져 있던 검은 고무? 같은걸 바로 앞에서 본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세번째 인생 사는것 아닌가. 그냥 정말 모든게 다 원래는 없었어야 할 것들인데 보너스로 주어진 거고, 따라서 다 감사하다고 받아야 할 것들이다. 아침에 향긋한 커피 한잔 사서 마시면서, 이것조차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잠시 생각에 빠졌었다. 나이들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모든게 다 그저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던데.. 첫사랑의 짜릿함, 첫번째 먹은 음식의 맛, 첫번째 갔던 야구장의 잔디 냄새, 첫번째 탔던 비행기 안에서의 느낌. 이런것들이 점점 적어지면서 뭘 해도 그저그런 상태가 된다는 것. 이걸 경계하고 감정과 감사의 예리함을 잃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리라.

물론 이렇게 덤 인생을 사는데도 일 안풀린다고 조급해 하고 신경쓰기 일쑤니, 역시 사람은 물에 빠졌을때 다르고 나와서 다르다. 

MBA적 사고방식

올해 HBS에 입학해서 이번 가을학기부터 들어가는 한국계 미국인 여자 후배가 커리어 조언을 구했다. MBA도 붙었지만, 문제는 스타트업 경험도 하고 싶다는 것.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데서 인턴십을 하는게 좋겠냐, 아니면 졸업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스타트업에 가서 일을 하는게 좋겠냐, 몇가지 옵션을 가지고 와서 물어봤다.

나는 "아마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말도 안되게 이상한 조언을 줄테니 내 말을 귀담아 듣지는 말라"는 경고 하에, 나같으면 아마 HBS를 한학기만 다니고 때려치고 창업을 할거 같다고 얘기를 했다. 등록금의 1/4 만 내고서도 레주메에 들어갈 수 있는 이력 한줄과 하버드라는 브랜드, 그리고 alumni 이메일 주소를 가질수 있고, 게다가 운이 좋으면 평생지기 친구들도 몇명 사귈수 있으니, 얼마나 남는 장사냐, 뭣하러 학비를 전액 내느냐는 설명과 함께. 그 말이 끝나고 약 10초간 어색한 정적과 함께 각자 식사모드가 이어지게 된것은 물론.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일이다. 나는 얼마전까지 내가 MBA에 가지 않았던 것을 인생의 큰 후회로 여기고 있었다. GMAT 점수도 운좋게도 좋았고 (역시 한국사람은 실력과 상관없이 시험공부에 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음), 다니던 회사에서 스폰서 기회도 찾아왔었는데 왜 MBA를 안했었나.

하지만 요즘 생각은 조금은 다른것 같다. MBA에 가는대신 선택했던 벤처의 경험에 후회는 커녕, 정말 그런 선택을 나도 모르게 할수 있게 했던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길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범인인 장본인인 노정석 대표에게도 너무 고맙다.

얼마전에 MBA출신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앞으로 2-3년 자금과 인력 운용계획이 어떻게 되냐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2-3년계획이라고?? 나는 지금 당장 3개월 뒤에 회사가 안 망하도록 하는게 발등에 떨어진 불인데!" 물론 2년뒤, 5년뒤의 꿈이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그런 꿈이 너무 강렬하고 비현실적이어서 문제일 지경. 하지만 2년뒤의 자세하고 세밀한 계획은 솔직히 말하면 별로 없다.

MBA들과 이야기 해보면 가끔 그들의 "MBA적 사고방식" 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드러날 때가 있다. 그들은 종종 핵심을 잘 파고드는 질문을 한다. 이 시장의 총 대상 크기는 얼마지요? 경쟁자들이 따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있는데, 거기에 대한 대비는 무엇인가요? A라는 업종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MBA 케이스 스터디때 배웠어요), 그때 이러이러한 사례도 있었지요. 이 업종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나요? 내 생각에 이건 이래서 안될것 같아요.

물론 당연히 맞는 질문들이고, 생각하는 방식에 도움을 준다. 여기서 MBA적 사고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금도 세상을 거대하게 바꾸어가고 있는 MBA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지 부시를 포함해서 (이건 농담^^)

다만, 요새 들어서 개인적으로 생각이 조금 바뀐걸 얘기하고 싶은거다. 나는 요새 왜 젊은시절에 더 미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젠 세상을 진정으로 바꾸어 가는 사람들은 살짝 미친 사람들, 깨는 인간들인걸 안다. 사업도 모든걸 다 따져서 답이 나와야 하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모바일 결제시장, 전기자동차 시장을 앞서서 개척해 가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트위터와 페이팔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 시장에 경험이 전혀 없고, 그래서 겁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결제 시장과 전기차 시장에서 혹독하게 고생을 경험했고, 그래서 그 시장이 안될 이유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분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분들은 그동안 데인게 있어서라도 그 시장에 다시금 돈키호테처럼 뛰어들기 힘들 거라는 것을 안다.

나는 교수출신 아버지에게서, 박사학위 받는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알고 자랐다. 형이 학부에서 생물학 공부를 한다음, 경영대학원에 가려고 하자 아버지는 그런 돈버는 학문은 학문 축에도 못 끼인다고 몇달동안 형을 나무란 적이 있다. 말 잘듣는 둘째아들이었던 나는 정해진 코스를 쫓아가는 모범생으로 자랐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서 세상에 나와보니 세상은 미친 사람들이 바꾸어 가더라. 마크 주커버그나 스티브 잡스가 과연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한 사람들은 그런 "똘아이"들이 너무도 이기적으로 만들어 놓은 편협된 세상의 패러다임을 마치 태고적부터 있어왔던 진리인 양 받아들이고 그 비전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밤을 새가며 일한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더라.

평생 살아온 가닥이 있어서, 나는 완전한 삐딱선은 어쩌면 평생 타지 못할것 같다. 누군가 일본인들이 영화 "철도원"에 공감하는 이유가, 그들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빈 역에서 경례를 하는 직업 윤리가 답답하다는 걸 내심 알지만 일본인인 이상 그 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평한걸 본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해서 한국에서 정규 고등교육을 마친 우리 한국인들도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한국인들만의 어떤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대 초반에 더 미친짓들을 많이 하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 그리고 나의 자녀들을 정해진 코스를 걸어가게끔 교육시키는게 아닌가 우려한다.

만일 이 글을 어디선가 20대 초반의 사람이 읽는다면 더 늦기전에 미친짓 좀 더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스펙에 대한 꿈보다 제대로 똘아이가 되서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것 하나 만들고, 세상을 굵직하게 바꾸는 꿈을 꾸라고 말하고 싶다.

또다시 사회 초년병 시기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커리어를 올라가는 과정은 문을 열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이를테면 탑10 MBA 과정을 나온다는 것은 또다른 문을 하나 여는 셈. 그렇게 문을 하나씩 하나씩 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게 우리의 커리어인데, 그 커리어의 종결점은 뭘까? 그건 바로 자신의 꿈과 재능과 포텐셜을 100% 살리는 것 아닐까? 그렇게 보면 초등학교밖에 안나온 정주영 회장같은 분은 MBA도 없고 박사도 없지만 막바로 거대한 철문 하나 열어제끼고 마지막 퀘스트의 방으로 곧바로 걸어 들어가신 케이스일 것이다.

세상에는 누구에게나 뻔히 보이는, 그래서 그 문으로 들어가려고 박터진 경쟁이 일어나는 문이 있는가 하면, 미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조그마한 문도 있다. 그들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서 혼자 그 방의 주인이 되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당신 앞에는 지금 어떤 문들이 놓여있는가? 

인생 = sum (경험1, 경험2, ... 경험n)

늘 언젠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2년전에 실리콘밸리로 넘어오는 큰 결정을 했었지만, 실제로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그것도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창업을 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새들어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가방 하나 싸서 어디로든 떠날수 있는 "싱글들"이다.)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앞뒤 재느라 결단을 못하고 남 밑에서 밤 새가며 열심히 일한다더니, 그건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였다. (그렇다고 내가 똑똑한 사람이란 얘기는 아니고.. 앞뒤 재는건 많다. 컴퓨터 키보드 하나 살때도 얼마나 시간낭비하며 리서치를 하는지..)

창업을 마음먹었을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나이 생각이었다. "내 나이가 도대체 몇인데 새파랗게 젊은 친구들과 부대끼고 맨땅에 헤딩해 가면서 소위 말하는 '쌩벤처'를 하나..." 한국이든 미국이든 아직까지는 편하게 월급 받으며 다닐수도 있는 나이인데. (물론, 그것도 몇년 지나면 장담 못하지만.) 그냥 나이들면서 자동적으로 하게 될줄 알았던 결혼, 육아, 교육이 실은 누구나 매일매일 그들만의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요즘인데, 하물며 그것도 모자라 20대들도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스타트업의 세계로 이 나이에 뛰어든다는 건 가히 "미친X" 소리를 들을만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럴때 마음을 굳힐 수 있었던 이유는 20대때,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 누군가에게 들었던 한 마디였다. 바로, "인생은 경험"이라는 것. 가끔, 별것 아니게 스치듯 들었던 이야기가 인생의 뼈대를 형성할 정도로 기억에 박힌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사회 초년병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들은 별것 아닌것같은 이야기들도 그렇게 남더라.

경험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컨텐츠를 쌓고 싶다. 나는 언젠가 한국에 돌아갈 거고, 그 전에라도 늘 한국과 미국을 연결해 가면서 일을 할 것이다. 한국에 있는 후배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나만의 "실리콘 밸리 컨텐츠"를 갖추고 싶다.

실리콘 밸리에서 거의 2년 가까이 살았지만, 동네만 이지역에 살았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직장과 집을 오가는 삶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누가 실리콘 밸리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디가 햄버거가 맛있고 골프 부킹이 싼지 이런 따위의 생활 밀착형 이야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점점 학위나 레쥬메가 아닌 "어떤 컨텐츠를 갖추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올 것인데, 그러한 컨텐츠는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가급적 거창한 말같은건 삼가고 진짜로 내가 경험한 것만 말하고 쓰고 싶다. 겸손 떠는게 아니라, 이를테면 세상에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뭔가 말했는데 실제로는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있었던 것, 이런 경험 몇번 해보니 일부러라도 겸손한 척을 해야겠더라.

이곳 실리콘 밸리에서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해보려 한다. 티셔츠 입고 돌아다니면서 젊은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서 일도 해보고, 창업 액셀러레이터 이런 프로그램에 지원도 해보고... 누군가는 나이에 안맞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뿐인 인생 점잖게 폼만 재면서 살다가 가면 안되지 않겠나. 특히 한국 사람들 나이들면 "나이먹었으니 이젠 이렇게 살아야지" 라면서 중년/노년의 라이프스타일에 스스로 갇혀 지내기 쉬운데, 그럴수록 노출될 수 있는 경험의 가짓수가 적어지는건 아닐까.

앞으로 내가 할 경험에 스스로 설레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