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건 별로 없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교훈중 하나는 세상에 당연한 거라곤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면 지금은 자리가 안정되어 보인다 한들 그것이 계속 가리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스타트업 CEO라면 사람들이 지금 당장 그 프로젝트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계속해서 그러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리더라면 조직에 있는 사람을 누구도 당연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가 현재 조직에 있어주는 것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그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떠날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늘 잊지 않고 그가 필요한 것을 늘 뒤에서 생각하고 맞추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마음 써줌과 실천이 진정성이지, 입에 발린 말따위가 아니다.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지금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계속 아무런 심정의 변화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들이 예측도 못한 어떤 한 순간에 아찔한 일을 당할수도 있다.

세상에 아무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 You should not take anything for granted.

프로젝트 > 돈

스타트업을 하면서 큰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빨리 생각을 달리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확률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

대놓고 돈만 벌려고 한다면 다른 훨씬 더 좋고 빠른 길이 많을 것이다. 아는 사람중 하나는 중국에서 짝퉁 폴로 티셔츠를 1톤당 몇만원에 사와서, 우리나라 아파트 앞에서 트럭에서 한장에 5000원씩 받고 팔아서 떼돈 벌었다. 강남 한복판에서 팔아도 아줌마들이 말 로고만 제 위치에 제 크기대로 박혀만 있으면 무조건 사간다고 하더라.  (물론 불법 브랜드의 수입, 유통은 하면 절대로 안된다!!)

그가 테크크런치를 보고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느라 화이트보드에 밤새가면서 고민할까? 아닐 것이다.  요는, 돈을 벌고 싶으면 스타트업 하는것보다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나서는게 더 나은 방법일 거다.

그럼 만약 돈이 아니라면,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모티베이션은 뭘까? 나는 이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 중에 최고의 프로젝트가 되게끔 하는 것."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 이름이 들어간 프로젝트중에 누구나 들어도 그 이름을 아는,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친 프로젝트가 있었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 혼과 정열을 다 해서, 나의 혼이 입혀진 그 프로젝트가 세상에 임팩트를 끼치게 하는것. 그게 스타트업 최고의 모티베이션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런 모티베이션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만이 스타트업에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순수하고 "쟁이적인" 욕심을 가질수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의외로 많지 않다. 따라서 그들은 그들이 알든 모르든 간에, 일종의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서 이 재미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 그러는 과정 가운데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그러는 와중에 지식과 성격의 굳은살이 단단히 배어서 그 다음에는 더 큰 프로젝트도 너끈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세상에는 그런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회사? 어찌 될지 모른다. 특히 스타트업일수록 회사가 망하거나 없어질 확률이 다반사고, 또한 잘 된다 한들 다른 큰 기업의 일부로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 회사에 들어와서 나랑 같이 뼈를 묻자고 하는건 현실성 떨어지는 얘기다. 대기업에서도 뼈를 묻겠다는 사람 보기 힘든데 말이다.

"너 나랑 인생 같이 가자"는 보스기질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실은 그 뒷면에 오히려 자신감이 결여된 케이스가 많다. 이를테면 누가 나보고 "너는 내가 키워줄께, 인생 맡겨라" 그러면 나는 조용히 그를 연락처에서 영구히 삭제할 것이다. 어따 대고 나름 똑똑한 사람한테 인생을 송두리째 맡기라고 하는가? 나도 그걸 알기에 나는 그런 말을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못 하겠다. 재미있는 프로젝트 만들고 그것 한번 같이 해보자고 하는게 내가 생각할수 있는 유일한 꼬실라이제이션의 방법이다.

세상이 빨라질수록 기술과 서비스가 명멸하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젠 회사가 단위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단위다. 어차피 대기업에서도 사람들은 수시로 프로젝트 바꿔가면서 다닌다. 그래서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간에 중요한건 섹시하고 파급력있는 "프로젝트"가 중요한 거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프로젝트 중에 최고의 프로젝트가 되게끔 하는 것."

어떤가? 과거에 성공을 경험해 봤든 그렇지 않든 간에.. 생각만 해도 너무 가슴벅찬 일 아닌가?


블로그는 삶의 기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고 싶은건 아니다. 지난 주말, 존경했던 분의 추모 예배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분이 살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하고 나서 수개월간 암과 필사적으로 싸우며 썼던 소책자 형식의 글을 다 읽었다. 수십년간 살아온 삶의 관성이 이 한번의 경험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내 삶의 자전축이 2도 정도는 기울기가 바뀐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여기서 나누긴 힘든 성격의 것들이다.

죽음의 문턱에 갔었던, 그래서 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볼수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나서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살면서 남겼던 기록들. 어쩌면 우린 그런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마음의 굳은살이 더 박히고, 일상으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오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그렇게 사는 것은 분명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우린 우리 삶의 유한성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오히려 영원히 살것처럼 행동하는 모순을 지닌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마치 사흘 뒤에 떠날 호텔 방에 머무르면서도, 끊임없이 그 방을 치장하고 물건을 사다놓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비전과 진정성


오사마 빈 라덴과 부시의 전쟁은 일면 부시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것 처럼 보였지만, 결과론적으로 리더십을 더 공고히 했던 것은 빈 라덴쪽이었다. 그는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을 움직였고, 그 비전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과 편안함을 내던지고 군중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지만, 부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리더십에는 여러가지 색깔과 스타일이 있다. 카리스마형 리더만 있는게 아니고, 조용조용하고 심지어 쑥스러워 하기까지 하지만 내적으로는 누구보다 강한 신념체계와 강인한 성품을 가진 리더도 있다. 하지만 훌륭한 리더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자질은 비전과 진정성인것 같다.

요새 징가(Zynga) CEO 때문에 말이 많은 모양인데, 때로는 어떤 회사에 대해서 언론에서만 떠드는 경우도 있지만 징가에 실제로 다니는 아는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 징가의 상황은 언론에 나오는 그대로, 내지는 그 이상으로 사기가 안좋은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대표는 주가가 12불일때 자신의 지분 상당수를 팔아서 200억짜리 저택을 구매하는 와중에, 다른 직원들은 주가가 3불까지 미끄러지면서 자신의 장부상 가치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 억울한 사람들은 Quora에 이런 심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 반론을 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러고보면 Quora는 Q&A 서비스로의 본업 외에 무기명 게시판 역할도 감당하고 있는듯.

더군다나 작년에는 기존에 나누어 주었던 주식이 아까웠는지 주식만 받고 일을 제대로 안한 사람들은 주식을 다시 거두어 가야 한다는, 일견 논리적으로 들릴수도 있지만 실리콘밸리 문화에서는 좀체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해서 구설수에 오른적도 있었으니, 정작 남들에게 나눠준 주식은 아깝고 자기 주식은 고점에서 팔아도 되냐는 소리가 당연히 나올법 하다.

징가의 CEO는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고 한다. 그 형태는 바뀔 지언정, 인간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는 거고, 그 속성이 있는 한 "소셜 게임"의 니즈는 영원할 거라는게 지론. (물론 소셜게임에 대한 니즈는 영원할지 몰라도, 징가가 그 니즈를 채우기 위한 과정은 점점 더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힘들어지고 있다.) 뛰어난 비전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라면 이런 비전 못지않게 진정성도 가져야 하는데 혹시 그게 2%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Pleasant Surprise


배트맨에서 악당 베인 역할을 무게감있게 연기해낸 이가, 얼마전 로맨틱 코미디 "디스 민즈 워"에서 주연을 맡았던 탐 하디라는 것을 알기는 인터넷을 찾아보지 않고서는 힘들었다. 어차피 배트맨에서는 얼굴의 반이상을 가리고 나오기 때문에 누군지를 알기가 거의 불가능. :) 그리고 이렇게 찾아보다 보니, 그가 워리어 (2011) 에서도 근육질의 MMA 선수로 분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인셉션에도 출연했던 것은, 그 영화가 실은 배트맨 2.5였으니 그닥 놀랄일이 아니었던 거고. :)

왜 어떤 영화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짚어가다 보면 "아, 이 배우가 그때 그 영화에서 xx로 나왔던 바로 그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소소한 즐거움이 가끔 있지 않은가? 누군가 나에 대해서도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래봤자 별거 아닌 일이겠지만서도, 아, 이분이 바로 몇년전에 이런거 했던 분이구나? 이런것 말이다. 반면, 내가 나서서 "내가 몇년도에는 이런 일을 했었고.."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경계해야 할 일임을 다시금 새겨본다. 자기 얘기는 자기가 아니라 남이 해주어야 의미를 띄는 거니까.

점점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고, 따라서 우리는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으면 인생을 송두리째 걸지 않더라도 3년에서 5년 단위로 세상을 한번씩 깜짝깜짝 놀라게 해줄만한 일들을 해낼수 있는, 역사상 거의 최초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린 우리만의 인생 필모그래피를 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엊그제 그런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기사를 하나 봤다. 네이버에서 UI 부사장을 담당하던 조수용님이 멋진 식당을 냈다는 이야기. 직접 같이 부대껴가며 일을 해본적은 없지만, 웹 1.0 시절에 병특을 하던 넥스텔이란 회사에서 이분도 프로젝트를 했기에, 오며가며 일면식이 있는 분이다. 정말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감당하며 인생의 작품들을 하나하나씩 내어가는 모습이 정말이지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분이야말로, 만일 뒤늦게 식당 사장으로써의 조수용이란 사람만 알았던 사람이 뒤늦게 "아니, 이분이 네이버의 신사옥을 디자인하고 네이버 초록창을 만든 분이야?" 라는 신선한 놀라움을 갖게끔 만들수 있는 분이다. 하지만 이분만이 아닐 것이다. 우린 모두는 자기 인생의 3년, 5년 단위의 필모그래피를 쓸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구글 동창생 네트워크


구글이 캠퍼스, 카페테리아 등의 분위기를 통해 대학교를 나와서 입사한 직원들에게 마치 학교의 연장선인것처럼 편하게 회사를 다니게 해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물론 학교 경험치 제공의 종결자는, 졸업한 사람들을 위한 "얼럼나이 네트워크"일 것.

많이 알려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구글은 전직 구글 출신들의 근황도 공유하고 구인, 이벤트 소식등도 공유할 수 있는 얼럼나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얼마전 올림픽 기간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구글러 이야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재 VP를 하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학생"(?) 소개가 있는것까지, 어쩜 이렇게 MIT같은 좋은 학교의 얼럼나이 사이트랑 느낌이 비슷한지 모르겠다. (다른 얘기지만, 역시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 공부"만"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보다 더 인정받는듯. 구글러 한사람 한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말 공부 이외의 면에서 대단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많다.)



얼마전에는 최신 프로필 정보를 채운 사람들에게 최신형 넥서스 7 또는 Q 모델을 제공하는 캠페인까지 벌인 적이 있다.


퇴사자들을 위한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구글에 크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현재 구글에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과거에 다녔던 사람들까지 포함하는 더 큰 구글러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을 것이다. 하긴 엑스 구글러들끼리 회사를 만들고, 그런 회사중의 일부가 다시 구글에 의해서 인수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게 실리콘 밸리의 문화이기에, 이런 "동창생 네트워크"가 어쩌면 회사 입장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회사 나간 사람들이 어디서 뭐하는지를 좀더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구글이 쿨한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구글의 가장 큰 발명품은 어쩌면 서치엔진이 아니라, 이제 어느 대기업 못지않게 규모가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치 스타트업처럼 쿨하게 운영되는 그런 기업문화와 운영방식일지도 모른다. 수만명에게 공짜 점심을 매일 주는 회사는 사실 구글 이전에는 없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