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새해에 블로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1. 재미있다. 믿기 힘들면 한달만 해보시길. 개인적으로 돈 안들면서 정신을 맑게 해주는 행위로 손세차와 글쓰기가 있다고 생각함. 블로깅, 자기 만족때문에 하는게 8할쯤 될거다. 
2. 정보를 전달해서 세상에 공헌할 수 있다. 정보 홍수의 시대건만, 아직도 세상에는 좋은 컨텐츠가 (특히 한글로 된, 독특한 분야의 컨텐츠) 너무 적다. 위키피디어가 가장 약한 나라중 하나가 한국이다. 일례로, "컨버터블 노트"를 보자. 실리콘밸리 초기 벤처투자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믿을수 없겠지만 한글로 된 컨텐츠는 내가 얼마전에 정리했던 블로그 포스트가 거의 유일하게 구글에서 검색되고 있다. 
3. 자신의 브랜드를 가질수 있다. 나도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되고 만나게 된 사람들, 또한 내 블로그를 통해서 나를 알게 되신 분들이 굉장히 많다. 
4. 지인들에게 자기가 무슨 생각 하고 사는지를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찌끄리는것"보다 좀더 휘발되지 않고, 예쁜 사이트에 기록에 남는 방법으로. 

새해에는 더 많은 분들이 블로깅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안하시는데, "김창원처럼 하면" 쉽다. 요체는 부담을 줄이는 것. 참고로 나의 새해 블로깅 다짐은 이렇다. 상당부분이 현재 내가 하고있는 것. 

1. 굳이 안써도 되면 안쓴다. 바빠도 안쓴다. 혹시 쓰게 되면 간단한 메일 하나 쓰듯이 가볍게. 부담이 없어야 블로깅  오래, 길게 할수 있다는 생각. 어차피 시간도 없고. 
2. 가급적 아침 또는 새벽에 일어나서 간략히 기록.
3. "생각"보다는 "정보". 정보의 공유와 기록화가 블로깅의 주 목적. 실리콘밸리에서 내가 살아가면서 겪고 있는 경험들 공유. 
4. 그러나 떠오르는 생각들 중에 공유하고 싶은게 있으면 수필처럼 부담없이 공유. 어차피 내 공간이니 내 마음대로 :) 
5. 주변의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블로그 권장. 특히 재미있는 얘기거리 많은거 내가 뻔히 아는 사람들 (당신, 당신, 그리고 당신! :-) 
6. 여유가 좀 생기면... 가끔 제대로 된 글 써서 매체에 기고하는것 시도. 아마 우리 회사와 관련된/회사에 도움되는 글에 국한될 듯 (

미국에서 비자 받아서 창업하기


실리콘밸리에서 곧바로 창업하고 싶다는 우리나라 젊은 창업팀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그럴만한 팀의 역량과 기술, 아이디어가 있는지가 우선 관건이겠지만, 그런 부분이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하에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아마 체류의 이슈일 것이다.

미국에 "취업"으로 비자를 받아서 들어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흔한 케이스지만 (흔히 말하는 취업비자인 H1 비자와 주재원비자라고 불리는 L1 비자가 대표적), 창업팀의 경우 H1이나 L1을 스스로 내줄만한 형편을 갖춘 회사가 아직 존재하지 않기에 이게 쉽지 않다. 게다가 H1 비자의 경우 1년에 한번만 4월에 신청할 수 있으며, 게다가 경기에 따라 경쟁이 매우 치열해서 일례로 올해 (2012년)의 경우 2달만에 모든 H1 비자가 소진된 바 있다. 그리고 비용 또한 변호사에 따라서 한명당 3-4천불 이상 들수 있기에 이것도 창업팀에게 쉬운 부담은 아니다.

그래서 원래 비즈니스 활동을 하면 안되는 F1 비자를 받아서 미국에 체류하면서 일종의 편법으로 저녁때 서비스를 만들면서 다음 단계를 모색하든가 (사실 급여를 받지 않으면 경제활동이라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낮에 어학원에 다녀와서 저녁에 코딩을 한다 한들, 법적으로 뭐라 할 근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음), 아니면 한국에서 투자를 받아서 그걸 다시 미국에 투자하면서 투자비자 (E2)를 통해서 미국에 들어오든가,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래 그림에는 나오지 않지만, 미국에 있는 학교를 졸업하면 주어지는 OPT (일종의 트레이닝 퍼밋같은 것) 를 이용해서 1년반 동안 체류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도 많은것 같고, 요새는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전공으로 미국 학교에서 석사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영주권이 굉장히 잘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은것 같다. 그래서 어떤 분은 미국에서 석사 공부 하면서, 밤에 코딩하고, 졸업과 동시에 창업을 해서 1석 2조를 (학위도 획득하고, 학교에서 팀도 만나고, 창업도 하는) 노리는 분들도 봤다.

미국에서 창업팀을 지원하기 위해 스타트업 비자 등의 이야기들이 활발히 나오고 있지만 그게 법으로 실제 발현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 참고로 내 경우에는 구글을 통해서 영주권을 받고 나온 케이스인데, 이처럼 미국 기업에 취업을 해서 그걸 통해서 영주권을 받는 경우 또한 많은것 같다.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을수 있기에, 지금 창업을 하고자 모인 팀에게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케이스는 아니다. 하여간 쉽지 않은 일인데, 여기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에 많이 있으니 해당있는 분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을 많이 해보시길 바란다. 한국 사이트만 너무 볼것이 아니라 quora 같은데에도 많은 정보가 있으니 찾아볼 만하다.



행복은 만드는게 아니라 의미있는 일을 할때 얻어지는것

누구나 행복해 지고 싶은 연말이다.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하루동안 행복한 일을 만들어 보라고 시켰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하루동안 의미있는 일을 해보라고 시켰더니, 두번째 그룹 - 즉 의미있는 일을 했던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더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의미있는 일을 향해 나아가면서, 주변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는것, 그게 바로 행복의 요체다. 3분짜리 비디오니까 보는데 부담이 없을듯.

비즈니스와 믿음의 영역


얼마전에 만난 캐나다 친구를 통해 500px.com 이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이 회사는 캐나다 회사임 - 특이하게도 캐나다에 iStockphoto등 사진관련된 회사들이 많음). 사진 작가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스탁 포토그래피를 판매해서 돈을 벌기도 하는 사이트다. 이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사진 작가 커뮤니티 사이트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은 이 사이트가 처음 생긴건 2003년. 하지만 처음 5-6년간은 트래픽도 안 나오고 작가들의 가입도 저조한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2003년에 창업자의 개인 블로그 프로젝트로 시작한 이 사이트는 2009년에 이르러서 입소문만으로 1000명의 유저를 모으게 된다. 즉 1000명 유저가 모여지기까지 6년이 걸린 셈. 하지만 그 이후, 유명 작가들이 몇명 가입하는 등의 몇가지 티핑 포인트를 경험한 다음, 이후 3년간은 급격한 성장을 해서 올해 11월 현재 150만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비슷한 예로 엊그제 어도비에 우리돈 1,500억원에 인수된 Behance를 들수 있다. 아티스트들의 재능을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플랫폼 서비스인데, 이 회사도 2006년에 창업해서 6년의 업력을 가진 회사다. 처음 6년간은 외부 펀딩도 받지 않고 스스로 부트스트랩 하면서 운영해 나가다가, 올 초에 이르러서야 처음 650만불의 투자를 처음 받았다. (따라서 이번 엑싯은 투자가들에게도 단기간에 큰 리턴을 준 셈이다. )

물론 출시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박을 치는 비즈니스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우) 비즈니스가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위와 같은 회사들을 보면 5-6년간 회사를 어떻게 해든 운영해 온 끈기가 대단하고, 과연 나라면 그게 가능할지 솔직히 자신있게 대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분명 5-6년간 사이트를 끈기있게 운영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자들에게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뛰어난 인재들이었고, 레쥬메도 갖추고 있었을 테니, 그동안 수많은 러브콜도 받았을 테다. 따라서 5-6년동안 소위 "밥이 끓지 않았음에도 밥솥 뚜껑을 열지 않고 계속 불을 지필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비전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즈니스든, 운동이든 필연적으로 한계 구간이 올수 있다. 이때 전략도, 발빠른 피벗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때서부터는 믿음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거다. 믿음은 자신이 만드는게 아니다. 즉 현실의 조건은 무시한채 혼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것과는 살짝 다르다. 자기들은 분명히 보고있는게 있는데, 그게 아직 세상에 안온것, 그 비전에 대한 확신이 찾아오고 그것에 이끌려 가는거다. 그 비전이 없으면서 자기만 믿고 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여기 사람들은 "head buried in the sand" 라든지 "Don't bullshit to yourself" 뭐 이런말을 하더라. 하지만 당신에게 분명한 비전이 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필연적으로 믿음의 영역으로 진입할 거라는 것을 미리 기억하고 흔들리지 말길 바란다.

두려움 비즈니스

12월 21일 다행히 세상이 끝나지 않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알려진 대로 정작 마야인들은 12월 21일에 세상이 끝날 거라고 애당초 예측한 적이 없다. 마야인 스토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해서 하나의 인더스트리를 창출해낸 것은 비즈니스맨들의 역할이었다. 결국 지구 종말에 대비해서 대피소를 구매한 사람들은 아마 주말 별장으로 사용해야 할 판. 뭐 물론 어차피 부자들이 대부분이라서, 보험금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듯.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두려움의 심리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비즈니스가 많다. 해충 사진을 한껏 혐오스럽게 보여주는 해충 박멸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 사실 보험도 어찌보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두려워한 심리를 적극 활용한 비즈니스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흔히 비타민 비즈니스가 아니라 진통제 (페인킬러)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두려움 역시 하나의 페인일 수도 있고, 따라서 두려움에 기댄 비즈니스 역시 그러한 진통제 비즈니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다보니 언론은 매일같이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입시킨다. 살을 빼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거라는 두려움, 대머리가 되면 여자들에게 매력이 떨어질 거라는 두려움, 총을 비치해 놓지 않으면 누군가 총을 들고 가족에게 겨누었을때 방어책이 전혀 없을 거라는 두려움. (총기사고의 확률은 총기를 소지한 가정에서 훨씬 높다고 함.) 날마다 미디어가 주는 두려움에 대한 노출 역시 "피폭"의 한 종류가 아닐까 한다.

그러고보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사람의 두려움에 기대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트위터 같은것도 딱히 어떤 문제를 푸는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그것이 주는 재미가 있었고, 그걸 즐기다보니 이제는 트위터가 없으면 오히려 그게 문제가 되게끔 만들어 놓았다. 즉 세상엔 페인킬러 비즈니스와 비타민 비즈니스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고통을 줄여주는게 아니라 재미를 주는 "사탕 비즈니스" 뭐 이런 모델도 존재하는 셈이다. (update: 게임/엔터테인먼트계에 계신 분들, 각종 규제다 뭐다 나오지만 당당히 어깨 펴시길. 적어도 재미를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있지도 않은 공포를 만들어 내서 사람들에게 삥 뜯는 비즈니스보다는 나은 셈이니.) 

먼데이 모닝 쿼터백

먼데이 모닝 쿼터백. 풋볼 경기가 주로 열리는 일요일이 지나고 나서,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해서는 지난 경기에서 뭐가 잘되었고 잘못되었는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기라면 그때 저기에 공을 던졌을 거라는 열변을 토하는 스포츠 광을 일컫는다. 물론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공을 제대로 던질수 있기는 커녕 풋볼 선수들 사이에 세워놓기 민망할 정도의 피지컬을 지닌 분들이다. 그래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라는 표현은 약간의 비하, 자조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타임라인을 보면 정말 정확한 정치적 분석들이 너무 많다.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사태때에는 전국민이 줄기세포 연구자가 되고, 월드컵때는 전국민이 축구 전략 분석가가 되고, 선거철에는 전국민이 정치 분석가가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좋은 글이 너무 많고, 종종 그 비평의 정확도와 수준이 결코 낮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처럼 한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는 사람에게는 전체적인 현상 자체가 좀 생경해 보일때가 있다. 마치 국민 모두가 정치라는 게임에서 먼데이 모닝 쿼터백이 된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 관심을 끄고 자기 앞가림만 하려는것은 마치 스스로 매트릭스 속의 무지몽매한 좀비로 살자는 일일수도 있어서 경계해야 한다. 만일 우리 가운데 깨어있고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일제시대나 독재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늘 깨어 있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요 몇달동안 정치가 마치 모든 국민들에게 매일밤 열리는 한일전 같은게 된건 아닌가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관전평이 때로는 너무 극단적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망했다, 일제 치하로 다시 들어가는 셈이다 라는 등의 단언은 미래의 고민을 앞당겨서 기정 사실화해서 하는 거라서 적어도 현재 시점에선 크게 의미없는 일이고, 사람은 자신이 믿는 신념체계에 갇혀서 모든 현상을 그 신념체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해석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분들에게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간에 실제로 나라가 망해가는 것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밖에서 보는 우리나라는 망하긴커녕 지금 한창 뜨고 있는 경쟁력있는 나라에 더 가까워서, 이제 나라 망했다는 소리는 크게 공감이 안간다.) 그리고 상대방은 무조건 개념이 없다, 이땅에 나처럼 개념있는 사람의 수가 부족한게 슬프다,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것" 역시, 누군가의 말처럼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적어도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열린 태도는 아니다.

특정 후보가 당선된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우리나라의 극단적 분열의 모습이다. 만일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어느쪽 절반이냐의 차이만 있을뿐 여전히 반쪽 진영의 불만과 분열은 존재할 것이다. 사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우리나라의 진정한 분열은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있는 분열인데, 저쪽은 분열의 기미가 없고 오히려 우리가 확실한 분열을 보이고 있는게 신기하다. 하지만 물론 달라진 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삼국 시대때도 북쪽 지도는 하나였는데 남쪽이 두개로 갈라지지 않았던가.

암튼 요며칠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어서 그냥 끄적여 본다. 정리해 보면 뭐 뻔한 얘기겠지만 나 하고 있는것부터 잘하자는 거다. 말이라는건 끝도 없어서, 심지어 스티브 잡스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한 블로거 간에도 팽팽한 설전을 충분히 펼칠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설전이 펼쳐졌을 때, 궁극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그 블로거에게 "그런데 넌 인생에서 지금까지 어떤 대단한 걸 만들었니?" 라고 물어봤을때 그걸로 적어도 관전하는 네티즌 사이에서는 게임이 끝나는 걸 봤다. 결국 말보다 뭘 했느냐가 중요한 거고, 현실에 대한 엄청난 비판은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그래서 넌 한게 뭔데?" 라는 질문을 했을때 그에 대한 답이 없이 우물쭈물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TV에 나오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이 쉽게 병신취급할 정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당신도 한껏 배만 나온 먼데이 모닝 쿼터백일 수도 있다는 거다.

아들

오늘은 우리 아들 프리스쿨의 성탄 행사 발표일. 부랴부랴 도착을 해보니, 벌써 아이들이 공연을 시작하고 있었다. 밖에서부터 듣자하니 수십명의 아이들 중 유독 어떤 한 아이가 노래 가사를 "고성방가" 수준으로 너무 크게 따라 부르고 있어서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봤더니, 바로 다름아닌 우리 아들이었다. 창피하면서도 흐뭇한 기분. 

오늘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 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극도의 행복과 불행을 무심하게 동시에 던짐으로써, 인간사의 부침 정도는 큰 바다의 잔 파도만큼이나 부질없다는 듯한 차가운 관조적 성격을 드러내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인듯 싶다. 미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사고중 하나로 기록될 사고가 난 오늘, 하필 아침 뉴스에서 그걸 보고 나서 아들의 프리스쿨 행사를 참관하러 가는 기분은 평소와는 달랐다. 우리 아들은 부모가 데리러 가면 저 멀리서부터 함박웃음을 띄고 정말 행복해 하면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걸로 학교에서 유명하다. 선생님들도 자기들이 나중에 아이를 낳아서 학교를 보내면,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왔을때 Isaac처럼 저렇게 행복하게 뛰어나왔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하물며 아이가 학교에서 조금만 늦게 나와도 애가 타는게 부모 마음인데, 부랴부랴 총기사고 소식을 듣고 학교에 도착해서, 다른 아이들이 하나씩 나와서 부모 품에 안기는걸 보고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자신의 아이들은 부모 품에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소식을 들은 스무 가정 남짓한 부모들의 마음은 과연, 과연... 어땠을까. 

성탄 행사, 노래가 끝나고 이어진 스토리 타임. 아들과 눈이 마주쳤다. 방금전 노래 아주 세게 한거, 정말 최고였어. 윙크와 엄지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우리 아들도 눈이 마주치고는 씩 웃어준다. 같이 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눈가가 너무나도 뜨거워졌다. 그저, 살아가 주고 있다는 것, 잘 자라고 있어 주는것, 너무 고맙다. 아빠가 그동안 그런걸 그저 당연히 여겼다면, 그게 무엇보다도 제일 미안하다. 너의 존재는 우연도, 당연도 아닌데. 미안하고, 많이 사랑한다. 


우울증

얼마전에 국내 모 수입차 기업의 대표께서 우울중으로 자살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이야기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도 다 고민이나 문제 한두가지씩은 있나보다. ("지금 나 부르는 건희?" <= 이건 농담..)

살다보면 동의는 못하지만 얼핏 이해는 가는 일들이 가끔 있다. 내겐 우울증이 그렇다.

한번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던 도중, 간호사가 주사를 하나 놓아 주면서 이 주사를 맞으면 기분이 약간 우울해 질수도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살면서 우울증은 커녕 비슷한것도 한번도 겪어본적이 없었기에, 전혀 걱정 마시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주사를 맞고 나서 얼마가 지나자, 미약하긴 하지만 뭔가 4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하여튼 뭔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 드는걸 느꼈다. 아마도 그러한 화학 작용이 감성의 영역을 주로 건드렸고 이성의 영역은 건드리지 못했는지, 아차 싶은 생각과 함께 그냥 이럴때는 눈감고 자는게 상책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이후로 그 주사를 놓을 때면 그냥 억지로라도 잠을 자버렸다.

그일 이후로 우울증이라는 것은 화학적 밸런스가 무너지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정상인과 우울증 환자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을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지는 것 등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하거나 동조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 이후로 적어도 덮어놓고 우울증 걸린 사람들은 다른 나라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원래부터 그런 사람 등으로 도매급으로 넘겨버리진 않게 되었다.

아무튼 혹시라도 우울증 기질을 갖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것이 실은 화학적 밸런스라든지 기타 자기가 몰랐던 다른 이유에서 올수도 있다는 걸 알고, 그 문제를 주변사람에게 오픈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를 권한다. 때로 자살하는 분들을 보면, 결국 파고들다 보면 주변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던게 결정적인 원인이었을 때가 많고,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