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핑의 컬쳐

재미, 과감함, 쉬핑. 이 세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재미

가끔 타임라인을 보면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아이들의 공부 계획을 올린다.
거기에는 -- 초등학생에 불과한데 --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 써있기도 하다.
"김철수 넌 할수있어 아자아자!"

이걸 보며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초등학생일때부터 스스로를 다그치고 목표를 성취하려고 애쓴다. 아마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리라.

그런데 얼마전에 본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었다.
목표와 계획 지향적인 사람들이 생각만큼, 기대만큼 성취도가 높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
(짧은 비디오 토크였는데.. 링크를 못찾겠음)

분석인 즉슨, 목표와 계획이 우리들을 짓누르고 경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경험적으로 아는게...
목표에만 사로잡히면 부담감에만 시달리다가 밤새 머리만 아프고 공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반면 자기가 재미있는 일을 하면 밤새 시간 가는줄도 모른다. 어렸을 때, 베이직 프로그램 책 보면서, 프로그램 짜다가 밤 꼬박 샌 기억이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은가?

이러한 재미의 원칙은 커리어 선택에도 영향을 줄수 있다고 본다.
대학생 등 후배들이 이런 질문을 가끔 한다.
나는 인생의 목표가 ABC 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룰수 있는 DEF 를 지금 해야 할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는 뜬금없지만 무척 재미있을 수도 있는 XYZ가 놓여있다.
나는 XYZ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DEF를 해야 할 것인가?

나는 조그만 스타트업 하는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쪽에 국한된 아주 좁은 시각과 지식밖에는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케이스는 잘 모르겠고, 적어도 스타트업만 놓고 보자면...
전에는 두루뭉실하게 말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말할수 있다. 당연히 XYZ를 해야 한다고.
당신의 앞에 재미있는 일이 놓여있고, 차이를 만들어 낼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스타트업에 있어서는, 당신의 인생 철학과 모토와 아주 큰 상관이 없더라도 그것이 지금 당장 할수 있는 일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라면, 당장 모든걸 집어치우고 올라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재미있으니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아는 스타트업 팀 하나는 창업팀 둘다 HBS 출신이다. 그중 한명은 이제 20대 중후반에 불과한데, 벌써 자기들 친구들 중에는 매킨지 사상 최연소 파트너도 나오고 그러나보다.
반면 그들의 스타트업은 아직 안정기가 아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속된말로 개고생중.
그러나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스타트업 하는것을 인생의 하이라이트로 여긴다. 재미있어 한다. 물질적인 부와 명예가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경주를 얼마나 멋지게 뛰느냐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세상, 생각보다 넓다. 옆의 사람과 경쟁하는거 아니고, 자기 인생 완주하는거다.
(물론... HBS 라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안전판이 있어서 초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덧. 위의 이야기는 뒤집어 생각해 보면, 누구나 창업을 해선 안된다는 뜻일수도 있겠다. 정말 재미있는 일이 자기를 괴롭힐 때"에만" 스타트업을 해야 한다는 것...?

2. 과감함

재밌는 걸 발견했으면 "지금" 해야하고 과감해야 한다.

"재밌고 내가 좋아하는 일... 언젠가 해야지. 10년쯤 뒤에 좀더 안정되면.."
다 좋은데, 딱 한가지 문제가 있다. 정말 당신 앞에 10년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짜? 그럼 질병과 사고로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시는 분들은 우리와 다른 별에 사는 분들인가?

10년쯤 뒤에 안정되면... 그때부터는 자기 인생을 사는게 아니라 가족의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 학군 따라서 이사가야 하고 아이들 방학때 맞춰서 휴가 갈 계획 짜야 한다.

Dropbox의 CEO가 공동 창업자를 두시간만에 찾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그 친구가 코파운더가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야기 하자마자 40분인가 만에 그 친구가 당장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것. 결국 그는 MIT 졸업을 겨우 한학기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는 "미친짓"을 했지만, Dropbox의 CTO가 되었다.
성경에서도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를때, 제자들이 "하던 일을 즉시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생각이 아무런 결정을 못 하게 한다.

3. 쉬핑 (shipping)

재미있는 일에, 과감히 뛰어들었으면, 빨리 무언가를 보여줄 것.

세상은 당신이 어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얼마나 착실한 계획을 세우느냐에 따라서 당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 그걸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당신이 아주 조그마한 거라도 "하면" 그걸 가지고 사람들이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이런걸 구글에서는 "shipping의 컬쳐" 라고 부르는 것 같다. 쉬핑이라는 건 대략 "출시" 정도 될텐데, 세상이 자신의 서비스나 제품을 알수 있도록 뭔가를 내놓는 것을 말한다.
아주 작은거라도, 세상이 알기 위해선 당신이 그걸 만들어서 보여 줘야 한다.
말로 써놓으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뼛속 깊이 교훈으로 새겨야 할 말, 그걸 가르쳐준 구글이라는 회사가, 다시금 고맙다.

우리도, 처음에는 미국 사람들에게 웹툰이 뭔지 온갖 좋은 이야기를 다 해도 못 알아듣더니, 프로덕을 만들고 컨텐츠를 넣으니까 그제서야 조금씩 알아 들었다. (물론 아직도 갈길이 멀지만...)

얼마전에 워크샵에서 팀원들에게 이부분 특히 강조를 했다.
아무리 좋은 생각, 좋은 말, 다 필요없고 소용없다는 것. 밖에 있는 사람중에 누가 그런걸 알겠는가? 실제로 론치 하기 전까지는.
계획 짜놓고 전략 짜놓으면 마치 일 다 된것같고 세계 정복한것 같이 느껴지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했다.
근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 나 포함 -- 자기 계획이 주는 매력에 스스로 사로잡히고 만다.

+ + +

재미있는 일을 발견해서, 과감히 뛰어들고, 쉬핑 하는것.
이게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서 그나마 조그마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쉬핑의 컬쳐. 구글이 4년동안 나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선물이다.

말로 써놓으면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쉬핑의 컬쳐대로 당신이 지금 현재 살고 있는지는 또다른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