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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국에 아주 잠깐 갔더니 내 블로그를 언급해 주시는 분이 많았다. 내가 글을 잘 써서는 절대로 아닐 것이고, 아마 블로그를 통해서 내가 평소에 어떤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인지를 어렴풋이 아는 상태에서 나를 만나서 그런 것일테다. 반대로 나도 블로그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래서 누구랑 이야기할때 “그때 블로그에서 쓰셨다시피 이런이런거 있다고 하셨는데..” 이러면 곧바로 그와 나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처럼 블로그는 페이스북에 비해서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검색에 나오는, 어느정도 수명 있는 (”Shelf life”가 있는), 또 어느정도 특정 토픽과 테마의 일관성을 띈 컨텐츠를 생산함으로써 자신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수 있는 것이다.

근데 내가 주변 지인들에게 블로깅을 권장하는 데에는 다분히 이기적인 이유도 있는 듯하다. 2010년에 미국에 넘어오고 나서, 나는 지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했고, 따라서 온라인 상에서 그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근데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너무 힘들었다.

우선 컨텐츠가 너무 많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은 아이들 사진도 올릴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친구 신청하시는 분들중에 잘 아는 분이 아니면 안 받고 있는데, 그래도 친구가 750명 가까이 되다 보니 매일 750명이 생산하는 컨텐츠가 내 피드에 쌓이게 된다. 미국시간으로 아침에 페이스북을 열면 시차 때문에 한국에 있는 피드 중에서 “잠못 이루는 밤”, “아직도 대박불금 노는중” 이런 소위 “심야 포스팅”이 눈에 많이 띄었다. 어차피 페이스북 들어가서는 잠깐 위에 있는것만 훑어보고 나가기 때문에, 어떤 날은 그런 심야 포스팅만 보다가 나가는 때도 많았다. 이게 굳이 정신적으로 좋은 건 아니었던것 같다 :) 이 외에는 페이스북이 트렌딩 알고리즘에 의해 위로 올려주는 컨텐츠가 상위에 많이 보이는데, 이런 컨텐츠 중에는 (상당수 내가 이미 봤던) 뉴스링크 공유나 웃긴사진 공유 등이 많았다.

물론 페이스북에도 좋은 글, 생각깊은 글 많다. 근데 그런 글 하나를 발견하려면 헤치고 나가야 하는 적들(?)이 너무 많다. 이미 본 기사/비디오 공유, 별 의미없는 인천공항 체크인 (큼지막한 지도와 함께), 중간중간 뜨는 브랜드 피드들, 큰 의미없는 상태 업데이트 (”나른한 오후 - 빨리 주말이 왔으면 - at OOO coffee” 류의..) 페이스북 피드는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소리들이 다 뒤섞여 나오는 장터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업데이트를 컨텐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보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내 Friends 리스트에 들어가서 거기 나오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새 탭으로 열고 그들의 피드를 보고 나오는 나름 창의적인 페이스북 이용행태를 보이기도 하는데, 당연히 편리한 이용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진지하고 긴 글이 가끔 페이스북에 공유되어서 깨알같은 텍스트로 보이는게 똑같은 글이라도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 멋진 잡지를 읽는 느낌과 메모장에 8포인트 폰트로 빼곡히 적은걸 읽는 느낌은 분명히 다르지 않나? 그리고 페이스북에 쓴 좋은 글은 어느정도 널리 퍼지긴 하겠지만, 다음날이면 잊혀질 가능성이 많다.

아무튼. 말로 설명하기는 꽤나 힘든데... 아직도 나는 주변 사람들의 진솔한 생각의 스트림을, 나머지 오만 잡다한 소리들과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 읽고 싶다. 뭔가, 카페에 앉아서 한 10-20분 쓸데없는 chit chat 하고 나서 그제서야 나올수 있는 “요즘 뭔생각 하고 사는지", 그런 "사는 얘기들” 말이다.

그래서 Medium 같은 서비스도 나오나보다. 암튼 현재로써는 블로그가 가장 좋은 툴중의 하나인것 같다. 지인들이 가끔 그들의 진솔한 생각들과 좋은 정보들을 자기 블로그에 정제된 좋은 글로 올려줬으면 좋겠다. 그보다 더 나은 서비스가 나올때까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