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책들

멋진 글을 하나 보니, 아울러 떠오르는 생각.

(나는 크리스천이지만 이 글에서는 기독교적 내용은 배제하고 철학적인 내용만 포함..)

우리가 만일 아무것도 없는 암흑에서 와서, 아무것도 없는 암흑으로 돌아간다면, 생각해보면 인생만큼 허무한게 또 있는가? 니체의 허무주의도 이 문제에 대한 누구보다 깊은 사유에서 나온것 아닌가? 만일 우주 빅뱅의 대척점이 모든것, 심지어 정보마저도 소멸하는 블랙홀이라면, 인생에 의미를 굳이 부여하려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행위일수 있지 않는가? 굳이 그렇게 매크로한 스케일이 아니더라도, 수천년전 국경을 지키기 위한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나갔던 군사들이 있었지만, 만일 그 국경이 지금 와서는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면 그들의 죽음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인가?

얼마전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인생을 책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책에는 시작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가 있다. 책에게는, 그게 다다. “책의 입장”에서 보면 첫표지와 끝표시 바깥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책은 굳이 그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책이 집중하는건 책 안에서 펼쳐지는 자신의 스토리일 뿐이다.

어떤이의 인생이 길고 어떤이의 인생은 짧듯, 책도 그 길이가 천차만별이다. 어떤 책은 단 몇장에 불과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 아름다운 스토리를 담고 있다. 어떤 책은 처음에는 완만하고 지리하게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엄청난 불꽃이 점화되는 것처럼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그런 스토리의 주인공은 심지어 책이 마지막 페이지로 치닫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네 “책들”이 신경써야 하는것은 오직 첫표지와 마지막 표지 사이에서 펼쳐지는 우리의 스토리일 뿐이다. 인생은 어차피 놓고갈 것들 하나라도 움켜지는 소유가 아니라, 경험과 스토리다. 설령 책이 없어지더라도, 책 안에 있었던 스토리는 남을수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