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우리 나이 또래는 초등학교때 컴퓨터 잡지에 나온 베이직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손으로 쳐가면서 밤을 새운 경험이 다들 있다. 몇번의 Syntax 에러 끝에 마지막으로 Run을 실행해서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의 그 기쁨이란!

나이가 들면서 가장 불행한 일 중 하나는, 열정 하나로 하얗게 밤을 지새울수 있는 짜릿한 경험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걸 해도 다 얼추 해본거라서 시큰둥해지는 것. 누군가 말하길, 나이들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 그거라고 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전략적으로 "인생 첫경험"들을 군데군데에 배치해 놔야 한다. 새 경험에 대한 동경과 영민함을 유지하는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

스타트업 어드바이저들을 위한 어드바이스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요새 어드바이저, 멘토 이렇게 불리는 분들도 많아지는 듯하다. 하다못해 나같은 사람도 몇군데 회사에 어드바이저로 이름이 들어가있는 것 같으니 말 다한 셈 (물론 요새 내코가 석자라 활동은 전혀 제로.) 그러한 분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몇가지 점들.

  • 어드바이저가 비즈니스에 대해서 창업자 만큼 알기는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조언을 하려고 하지 말것. 스스로 창업팀에게 "이분도 우리보다 뛰어난 생각까지는 못하는구나" 라고 지적 약점을 보이는 지름길이다. 아예 대놓고 그 분야는 당신들에 비해서 한참 모른다고 아예 깔고 시작할것. 
  • 어드바이저, 멘토는 계몽과 훈계와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색다른 관점과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창업팀은 문제를 가까이에서 매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색다른 앵글에서 보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서 얻은 경험이나 사례를 "이런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라고 소개하고 제안하는 것이 어드바이저의 주된 역할이다. (이런 면에서 어드바이저/멘토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시각 제공자" 정도가 맞는 표현일듯.) 만일 그렇게 공유할 만한 경험이나 사례, 통찰력이 없다면 애시당초 어드바이저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 함. 
  • 어드바이저/멘토라는 용어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이건 정말 적절치 못한 용어인듯) 자신이 마치 "위에 있다"는, 모종의 상하관계를 생각하고 있다면 잘못.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창업팀이 상하관계의 위에 있음. 스타트업에서 창업팀 빼면 뭐가 남겠는가. 
  • 그래도 명색이 어드바이저 인데, 자기가 한 말은 무조건 맞다는 것을 애써 증명하려고 하지 말것.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런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다. 똑똑한 사람은 논쟁에서 자기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 그만큼 자기는 논리적이고 영리하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똑똑한 사람은 논쟁과 대화의 목적은 결국 남의 힘까지도 내 힘으로 합쳐서 합의와 결론을 도출해 내고 일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는 걸 안다.
  •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 보다, 어떤 부분이 비는지를 알아보고 그 부분을 채워 주려고 자기도 팔 걷고 뛰어들려고 노력할 것. VC도 아니면서 VC 처럼 날카로운 질문과 지적질 하는것은 안그래도 창업팀은 바빠 죽겠는데 자신의 무지를 채우기 위해서 바쁜 창업팀의 시간을 뺏는 일밖에 안된다. 대부분의 창업팀은 회사에서 어떤 영역이 비어있는지를 정확히 알지만, 알면서도 리소스 부족으로 해결을 못하는 것. 따라서 "이부분 잘 해야 하는데"라는 뻔한 얘기는 도움이 안되고, "이부분은 내가 이렇게 도와줄 수 있다. 이건 내가 해보겠다" 고 나서주는 것만이 도움 되는일. "내가 이 회사 도와주고 있다"고 자신이 말하고 다닐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이부분은 절대 해결이 안되었는데 A 대표님이 나서서 해결해 주었다"고 자신을 홍보해줄 수 있도록 성과와 공헌을 만들것. 
  •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소개를 통해서 스타트업이 극적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게끔 도와줄 것. 원래 어드바이저의 가장 큰 밸류는 네트워크. 거꾸로 이야기해서 방대한 네트워크가 없는 사람은 어드바이저로써 가장 결정적인 자산이 없는 것이므로, 스타트업 어드바이저로써의 자질이 2% 부족한 셈. 

500 스타트업 어플리케이션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중 하나인 500 스타트업에서 2013년 첫번째 배치(batch) 어플리케이션을 받기 시작했다. 원래는 멘토 네트워크의 추천을 통해서만 지원을 받았던 방식이었으나, 얼마전부터 angelist를 통한 오픈 어플리케이션 역시 받고 있다. 사이트는 이곳에 있음.

한국 업체들도 얼마든지 응모 가능하다. 선정될 경우 큰 돈을 곧바로 투자받는 것은 아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전세계에서 온 다른 스타트업들과 함께 같은 공간을 쓰면서 3개월간 같이 일할 수 있고 (다만 공간에 대한 사용료는 업체측에서 내는 것으로 알고 있음), 500 스타트업의 브랜드를  소개자료에 쓸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데모 데이를 통해 시드 펀딩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참고로 500 스타트업에서 찾고 있는 회사의 조건은 이렇다고 한다. (귀찮아서 번역 생략).

Strong cross-functional team: A solid team is the foundation for all great companies. We usually look for a small cross-functional team with the combination of technical skills, design talent, marketing know-how (“Hacker, Hustler, Designer”). We look for smart, passionate people who work well together (and have known each other for a long time), and are driven to solve problems for a target customer group.

Investment themes: The following are our major investment themes. We’ve also included examples of 500 companies that fall under that theme. You’ll also find that many companies may fall under more than one theme:

Consumer & Commerce (ex. zozi, 9GAG, Ipsy)
SMB / SaaS (ex. LucidChart, Recurly, Crocodoc)
Family Tech (ex. ecomom, Kiwi Crate, Red Tricycle)
Education (ex. Udemy, MindSnacks, Chalkable)
Marketing / Distribution services (ex. Wildfire, FanBridge, Reachli)
Video Content & Infrastructure (ex. Zencoder, Virool, Vungle)
Language / International (ex. Gengo, Babelverse, Language Cloud)
Mobile / Tablet (ex. Elacarte, SearchMan, AppStack)
Financial Services / Payments (ex. Credit Karma, ReadyForZero, Simple)
Food Tech (ex. Kitchit, LoveWithFood)
Functional product that solves a problem for a specific target customer: We have a strong preference for companies whose products are launched and have demonstrated some usage validation (beyond just friends and family). The product should address a problem for a specific target customer and rely primarily on scalable methods of distribution, particularly using online platforms (search, social, mobile, local).

Real customers (and better yet, some revenue too): We don’t expect companies to have millions of customers or dollars in revenue, but showing promising traction that proves usage validation and that you’re approaching (or at) product market fit is key. At minimum, we want to see small but measurable usage - some customers, some revenue.

Simple revenue model: We prefer simple and straightforward revenue models. Examples include subscription, lead generation, transaction/SaaS, etc.

Capital-efficient businesses: We look for companies that can be operational with less than $1M in funding.
Rely primarily on internet-based, scalable distribution: We have a preference for companies that rely on scalable, online forms of distribution. So that might mean search via Google, social via Facebook and Twitter, mobile via Apple and Android, etc.

스바루 이야기

주말이니까 가벼운 포스트 하나.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자동차 브랜드 중에, 미국에서 비교적 수는 적지만 강력한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소위 "강소 브랜드" 스바루 (Subaru)가 있다. 얼마전에 Fortune에서 이 기사를 보고 나서 가볍게 블로그로 남기고 싶었다. 



스바루라는 브랜드는 후지 중공업 계열사인데, 도요타 자동차가 후지 중공업의 주요 주주중 하나라서, 스바루와 도요타는 먼 친척뻘쯤 되는 셈이다. (그래서 같은 모델을 공동 개발해서 다른 브랜드로 팔기도 한다.) 하지만 도요타가 한해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중 브랜드라면 스바루는 마치 애플처럼 몇가지 모델만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선택과 집중형" 브랜드다. 물론 그렇다고 애플처럼 디자인을 잘하는 건 아니고, 디자인에 있어서는 간혹 상당히 민망할 정도. 

기종만 선택과 집중을 하는게 아니라 기술적 차별성 역시 몇십년 전부터 주구장창 4륜구동과 박서 엔진 두가지로 줄기차게 밀어부치고 있다. 이 두가지를 무한 반복하다보니 이 브랜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절로 암기하게될 정도. 근데 또 이런 비디오를 보면 이 두가지가 상당히 설득력 있는 기술적 차별성인것 같기도 하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 역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된 이미지를 일관되게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스바루를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자동차를 산다기보다, 주말이면 Thule 캐리어에 캠핑용 물자를 싣고 애인과 애완견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하는 것에  더 가까운것 같다. 그리고 가끔 보다보면 그렇게 고가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백인 중산층 여피들에게 아주 잘 먹히는 브랜드가 있는데 (이를테면 Wholefoods나 Lululemon Atheletics 같은), 스바루가 딱 그 케이스인것 같다. 그 디자인에, 그것도 그렇게 썩 좋게 들리지도 않는 브랜드 어감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층을 형성한걸 보면 대단한것 같다. 역시 "선택과 집중"의 위력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