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라의 눈물

어제 저녁에 있었던 뉴욕 양키스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마지막 홈경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코끝이 찡해지는 큰 감동을 느끼게 해 주었다. 19년동안 한결같이 양키스의 간판 구원투수로 등판하던 그가, 90년대부터의 양키스 전성시대를 같이 이끌던 동료 앤디 페티트와 데릭 지터에게 양키 스타디움에서 마지막으로 공을 넘겨주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을까. 이 감동적인 장면을 전하면서, TV 해설가들은 마치 영화의 롱테이크 장면처럼 오랜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감동의 울림을 더해주었다.


누군가 남자의 눈물은 짧지만 굵다고 했던가? 이 장면처럼 그 말을 잘 표현하는 장면을 언뜻 생각하기 어렵다.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20년 세월에 걸친 삶이 주는 감동을 줄수 없다. 20년을 한결같이 같은 무대에 서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멋지게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서 짧지만 굵직한 눈물을 흘릴수 있는 삶. “연탄재 함부로 걷어차지 말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에겐가 뜨거워 본적이 있느냐”는 싯구처럼, 어차피 두고가야 할것들을 개미처럼 악착같이 모으는 삶보다, 삶이라는 드라마가 주는 순수한 감동과 하이라이트를 단 한번이라도 느낄수 있는 삶이 바로 축복된 삶이 아닌가 한다. 

오픈 코스: 스타트업 엔지니어링

코세라 (Coursera) 에는 미국 유명 대학에서 가르치는 수많은 오픈 강좌들이 등록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온라인 스타트업을 생각하는 "비 개발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코스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스 제목은 "스타트업 엔지니어링". 링크는 이곳을 참고.

실제 스탠포드 교수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최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각종 기술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코스다. 전통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스처럼 연산자의 정의, 변수 타입의 정의, 객체지향의 정의, 이런 식으로 깊게 들어가진 않지만, 터미널 프로그램에서 커맨드 라인 입력하기, 아마존 웹서비스 계정 만들기, 웹서버 다루기, 와이어프레임 (wireframe) 통한 mock-up 만들기, html/css/javascript등 웹 프론트엔드 기술, 모바일 앱 등 웹/모바일 스타트업에서 알고 있어야 하고 다루어야 하는 사항들에 대해서 아주 실제적으로 가르치는 코스다. 역시 창업하는 동네에 있는 스탠포드에서 가르치는 코스답게, 상당히 실제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는 듯. 

한 3년 안망하고 버틴다는 말의 의미

성공한 스타트업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3년 안망하고 살아남으니까 기회가 오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1. 초기 기업은 기본적으로 “거의 왠만하면 당연히 망하게 되어 있는” 기업이다. 그래서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는 리스크 팩터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리스크 팩터는 돈과 사람이다. 돈 떨어지면 당연히 망하는 거니까, 초기 기업일수록 돈이 떨어지는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초기부터 수익을 내면 좋겠지만 초기 기업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기에, 돈 떨어지는 리스크를 줄인다는 얘기는 결국 어떻게 해서든 펀딩받는데 성공해야 한다는 얘기. 그리고 몇명밖에 없는 초기 기업의 경우 그 몇명 중에서 한명이 회사를 나가거나 제 역할을 못해내면 회사가 휘청하거나 망할수도 있는 구조이기에, 가장 뛰어난 사람들로 팀을 꾸리는것 역시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다. 스타트업 CEO는 돈과 사람 리스크 팩터를 줄이는데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한다.

2. 근데 또 “살아남으니까 기회가 오더라”의 말을, “살아남기만 하면 무조건 기회가 온다”는 말로 오해하면 안될듯. 몇년간 살아 남아도 기회가 안 올수도.. 당연히 있다. 위의 말의 정확한 번역은 “몇년을 기다렸더니 그토록 원했던 서비스의 폭발적 성장 (growth)이 그제서야 오더라” 라는것.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은 “성장” 으로 정의된다. 즉 스타트업 == 성장인 건데, 성장이 없는 스타트업은 “용어의 부정” 수준이기에, 단순히 “망할 가능성이 큰”게 아니라 어쩌면 “망해야만 하는” 건지도 모른다. 즉 스타트업은 리스크 팩터를 줄이는게 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성장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 수비가 아니라 공격이 필요한 것. 급격한 성장을 하면 펀딩등 리스크 팩터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3. 근데 이러한 급격한 성장이란게 빨리 오면 빨리올수록 좋지만, 서비스 시작하자마자 큰 성장을 경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 계속적으로 시장의 반응을 보고 여러가지를 트라이 해보면서 시기 조절을 해야 한다. 어떤 회사의 경우 초기에 어떤 시그널이 분명히 나왔고, 사실 그럴때 치고 나가야 하는데, 그때 “조심하느라고”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초기에 시장에서 나오는 시그널도 없는데 혼자 리소스 태우면서 달려서 결국 반응도 못 얻어내고 힘만 뺀 나머지, 나중에 결정적 순간이 와도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3년 해보니깐 기회가 오더라”는 말은 3년간 계속 시장의 시그널을 체크해 가면서 이것저것 해보다 보니 어떤 시점에 드디어 반응이 오더라는 얘기지, 그냥 가만히 있는데 3년만 버티면 기회가 온다는 얘기는 아니다.

즉 정리하면..
- 기본적으로 리스크 없애야 하고,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돈과 사람, 그중에서도 돈
- 스타트업 == 성장. 성장 하려면 이것저것 해보고 체크해 가면서, 된다 싶을때 과감히 달려야 함
- 이렇게 리스크 줄이고 (수비), 성장 하는 과정 (공격)을 한 3년 하다보면 분명히 기회가 올거고,  이게 바로 “3년동안 안망하고 살아남으니깐 기회가 오더라” 라는 말의 의미. 

beGlobal 참관 - 느낀점

지난주 금요일에 열린 beGlobal 컨퍼런스에 패널로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우리나라 웹/모바일 스타트업들의 영어 피치 실력이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서 이곳의 피치 이벤트를 가끔 갈 기회가 있는데, 이번 beGlobal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피치 수준은 정말 전세계에서 모인 수준급 인재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데모데이의 발표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웹/모바일 스타트업 중에서, 이곳 실리콘밸리로 거의 본사를 넘기다시피 하면서 이스라엘 식의 “자국내 R&D 센터 - 미국내 마케팅/사업거점” 구도를 갖추고 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강력한 코어 비즈니스를 일구면서 동시에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극복할수 있는 역량을 둘다 갖춘 우리나라 스타트업 파운딩 팀이 드물었다는 이야기일수도 있는데, 몇년 사이에 그런 장벽이 거의 사라진 느낌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웹/모바일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파운더 계층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수 있는 젊은 인재들이고, 아마 향후 몇년 이내에 한국의 인터넷 벤처들이 실리콘밸리로 진출해서 성공 스토리를 쓰는 “Korean invasion” 사례가 최소한 몇개는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연관해서 한가지. 창업 기업의 파운더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량과 자질은 코딩 능력이나 마케팅 역량같은 어떤 특정한 한가지 스킬이 아니라 상대방을 공감시킬 수 있는 세일즈 능력이다. 사실 스타트업이라는게 초기에는 파운더(들)의 머릿속에 희미한 그림밖에 없는거고 그걸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를 비롯한 내부 팀을, 투자를 받기 위해서 투자가를, 트랙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이렇듯 초기 창업기업은 모든게 다 설득과 세일즈의 과정이고, 스타트업 피치라는건 바로 이런 세일즈 과정의 진수라고 볼수 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은 과장 좀 보태면 서비스 개발만큼이나 피치 연습을 하곤 한다.

스티브 잡스가 하늘이 보라색이라고 연설을 하면 그걸 들었던 사람들은 적어도 5분동안은 “하늘은 보라색인가보다” 라고 느낀다는 농담이 있는데, 굳이 그런 “현실 왜곡장” 스킬이 아니더라도 배경 상황을 설정하고 (”set the stage”),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은 결국 “스토리”라는 것을 명심), 듣는 사람들을 (투자가든 코파운더든 고객이든) 설득시키고 공감시키는 능력, 그게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