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의 지방을 덜고

몸 만들기가 먼저 지방을 빼고 근육을 붙여나가는 과정이라면, 창업의 과정 역시 “욕심”이라는 지방이 차츰 빠지고 “열정”이라는 근육이 조금씩 붙어나가는 과정인 듯하다는 생각이 요사이 든다.

누구나 사업 초기에는 욕심에 이끌리게 마련이다. 이거 잘되서 대박나고 큰 돈 벌어야지, 이런 생각들. 나라고 예외는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운이 억세게 좋으면 마치 "열쇠를 휙 던졌는데 열쇠구멍으로 쏙 들어가듯" 비즈니스를 시작하자마자 대박이 날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초기 창업가들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기나긴 오르막길을 지루하게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욕심”만” 있는 사람이라면 이 단계에서 짜증이 나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아 짜증나, 내가 생각했던게 이런게 아닌데...” Shoedazzle을 처음 시작했을때 구매 주문을 충당하기 위해서 창업자들이 직접 LA 신발가게들을 돌면서 신발을 사고 돌아다녔다든지, Zocdoc의 첫 의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제발 만나만 달라고 창업자들이 로비에 몇시간씩 죽치고 앉아있었다든지, 이런 허슬링의 이야기들은 성공한 사람들의 미화된 스토리일뿐, 내가 하는 창업 초기의 하찮은 (unglamorous) 일들은 정말 없어보이고 짜증나는 일로 느껴지게 된다.

이러는 와중에 옆에서는 성공하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꾸 튀어나온다. 그들 역시 몇년간의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이겨낸 사람들이건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과정보다는 성공한 결과에만 주목하게 된다. 그러한 “성공한 모습”만을 욕심의 대상으로 간직하고, 그런 “뽀대와 간지의 허상” 외에는 다른 목표나 지지대가 드물었던 사람들일수록 의외로 쉽게 어려움이 하나라도 닥쳐오면 “이 길이 아니었나?” 라며 여정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고보면 욕심은 성공으로 사람을 이끄는 대단한 힘을 가졌지만, 마치 부스러지기 쉬운 과자처럼 그리 단단하지는 않은것 같다. 마치 모래알에 물이 부어져야 찰흙이 되고 비로소 뭉쳐질 수 있듯, “물”에 해당하는게 바로 열정인것 같다.

열정이라고 하니까 거창한 말 같지만, 여기서 내가 열정이라고 표현하는건 별게 아니라 그냥 이런거다. “어 이 일도 재밌네?” “지금 같이 일하는 사람들.. 나름 괜찮은 친구들인데? 좀더 쭉 같이 해볼만 한데?” “쫌만 해보다 보면 어느정도 답이 좀 나올만 한데?” 이런 것들..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욕심내는 대상이 설령 지금 당장 충족이 안되더라도, 과정 가운데서 나름 일하는 재미를 주고 이 길을 계속 갈수있게 해줄만한 여러가지 요소들인 거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멀게 있는 욕심과 내일 당장 이 일을 비교적 재미있게 계속 할수 있게 해주는 요소들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를 잘 찾는것 같다.

우매한 나는 아직도 욕심의 지방만이 심각하게 끼어있는것 같다. 올해는 욕심과 열정의 BMI 수치를 좀 맞추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