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에 서서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가 뻔히 볼수 있는 거리에서 물에 잠기어 가야만 했던, 정말 말도 안되는 대재앙이 발생했던 날 전후. 소셜 미디어는 한바탕 난리가 나고 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무성하게 퍼져 나가고, 전보다 더욱 핏발선 독설들이 오간다. 거의 모든 이들은, 거의 모든 글에 대한 해석을, 덮어놓고 자신의 가치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만 사용하는 듯하다. 

부모가 된 이후로, 마치 심장이 약한 사람이 공포영화의 장면을 제대로 두눈뜨고 보지 못하듯 이런 사건을 제대로 날것으로 대하기가 어렵다. 죽은 희생자가 엄마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문자, 이런 기사는 도무지 클릭해서 열 엄두가 안난다. 소셜 미디어는 평소에도 잘 안하지만 이런 기막힌 사건 앞에는 실어증처럼 말이 턱 막히고 만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시상을 떠올렸는지 그새 시를 한수 써서 올렸다고 한다. 역시 사람들은... 정말이지 달라도 너무 다르다. ;;; 

편을 떠나서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분개하고 지탄했던 부분은 충분한 대피 지시도 없이 먼저 빠져나간 선장, 앞뒤 분간 못했던 일부 언론, 등등이었다. 반면 한 젊은 교사는 자신이 충분히 목숨을 건질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교사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살리다가 본인은 명을 달리하고야 말았다. 

또한 같은날, 류현진 선수는 “세월”이라는 문구를 라커룸에 걸어놓고 3승을 거두었고, 추신수는 이적후 첫 홈런을 쳤다. 그 두 선수라고 왜 마음이 안 아팠겠고 아이들 생각이 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그들의 자리에 서 있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을 다하는 것, 그 차이. 수백명의 목숨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차이... 

우리는 이런 어처구니없고 말도 안되는 사태에 대해서 충분히 분노해야 하고 충분히 문제제기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고 난 뒤에는? 금방 끓었다 그보다 더 금방 식어버리는, 몇년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둥 모든걸 망각하고 마는 냄비 근성을 또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주어진 자리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나부터 공무원들에게 “아 지금 일처리 제대로 하실려구요? 빨리빨리 해줘야죠..” 라고 넌지시 말하지 않아야 한다. 바로 나부터 혹여 회사가, 팀이 어려워질때 팀원들보다 나 자신을 먼저 돌보고 싹 빠져나올 생각 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나부터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나의 이익으로 어떻게 삼을까 조잡하게 잔머리 굴리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나도 상황이 닥치기 전에 100% 위와같이 행동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렇게 실제로 작은 노력이라도 할때 우리나라가 조금 더 선진국스러워지고 일본처럼 짜임새있는 사회가 점차 될수 있지 않을까? 

(저마다 다들 한마디씩 하는거 정말 싫어서 이럴땐 침묵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나중에 내 블로그를 보고 이 날짜에 글이 없는것도 이상할것 같아서. 일단 퍼블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