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크기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물어보는 질문중의 하나가 "현재 시장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이다. 하지만 이 질문의 가설은 모든 기업들이 이미 알려지고 존재하는 시장 "안에서" disruptor가 되려고 한다는 점인데, 점점 비즈니스 영역이 파괴되고 인터넷과 모바일에 의해 새로운 industry들이 탄생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일례로 bitcoin을 들어보자. 비트코인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될까? 아마 리서치 자료 등에서는 현재 거래액 규모 등을 통해 기껏해야 전세계 수천억원 규모라고 볼 것이다. 하지만 보는 관점을 달리해서 만일 비트코인이 전세계 경제 기반이 실물화폐 기반이 아니라 블록체인 알고리즘에 기반해서 밸류가 비트(bit) 형태로 저장되고 교환되는 거대한 움직임의 시발점이라고 본다면, 현재 알려진 비트코인 시장규모를 재는것 자체가 어쩌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음악과 영상등 미디어, 또는 음성통화(VoIP)가 비트 기반으로 바뀔때마다 거대한 산업들이 새로 생겨났는데 (예: 넷플릭스), "돈" 이라는것 자체가 비트 기반으로 바뀐다면 얼마나 큰 기회와 새로운 시장이 생길 것인가. (물론 비트코인이 기존 정부주도 화폐의 굳건한 아성에 밀려 꽤 오랜시간동안 니치 마켓에 머무를 가능성도 분명 있겠지만.)

에어비앤비나 우버를 생각해 보자. 만일 3-4년전에 처음 이러한 회사들을 접하고, 당시 알려진 시장 규모로만 이러한 회사들을 판단하려고 했다면 어땠을까? 우버의 경우 샌프란시스코에서 블랙 리무진 서비스를 모바일로 제공하던 회사였고, 당시 알려진 "하이엔드 리무진서비스"의 시장 규모로만 보았다면 (이를테면 현재 이용객수 곱하기 평균단가 등) 아마 그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은 시장 규모가 나왔을 것이다. 에어비엔비의 경우 자기집 방을 빌려준다는 컨셉 자체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제로라고 판단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버의 경우 "모빌리티 시장"이 전체 시장이 될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에어비엔비는 수십년간 존재하던 세계적 호텔 체인보다 더 많은 빈방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웹툰도 마찬가지. 기존에 존재하던 만화 시장이 아니라 "연재형 비주얼 스토리텔링" 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장르를 만들고 우리나라 인터넷 인구의 절반 가까운 "보통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형 서비스를 만들어 냈고, "미생" 같은 영화와 드라마, 또는 게임 등 수많은 파생 미디어 기회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웹툰이 만들어 낸 시장 규모는 몇년전에 존재하던 "국내 만화시장 규모"에 비해 훨씬더 큰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회사, 모든 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처음부터 우리는 거대한 규모의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하면 누가 그 말을 쉽게 믿을수 있겠는가. 결국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늘 이야기되는 "바둑의 한 집"을 장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한 집이 100집이 되고 바둑의 판세를 바꿀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사실 우버에도, 에어비엔비에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거고. 다만, 현재 알려진 시장 규모만 가지고 포텐셜을 100% 단정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