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클라우드

내가 모델로 삼는 회사중의 하나가 사운드클라우드. 배울점이 많은 회사인 듯하다. 단순히 컨텐츠만 제공하는 모델이 아니라 컨텐츠 저작자와 소비자 간에 끈끈한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모델. 시간이 다소 걸릴수 있겠지만 일단 어떤 한 미디어 영역을 중심으로 저작자와 소비자 간에 끈끈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진입장벽과 플랫폼으로써의 밸류가 생기게 되는듯.

얼마전 기사를 보니 전세계에서 3억 5천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거대 서비스라고 한다. 그동안 사운드클라우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것 같은데 이제부터 Native ads와 subscription plan등 유료화 정책을 시작할 예정인 듯. (사실 저정도 유저수가 되면 뭘 해도 돈이 되겠지만..)

또하나 눈여겨보게 되는 점은, 베를린 "이었기에" 가능한 서비스였고, 이제 베를린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는 것. 서비스 론칭도 밤 12시에 클럽에서 했다고 할만큼 (“In true Berlin fashion, we pushed the launch button from the middle of a dance floor at a club at midnight..") 팝아트의 중심지 베를린의 색깔을 살린 서비스였고, 베를린에서 시작했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서비스가 되었음. 우리도 "서울이기에 가능한" 특색있는 서비스들이 많을텐데, 서울뿐 아니라 글로벌 유저들을 많이 확보해서 "서울을 대표하는" 웹/모바일 서비스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되는 서비스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러닝, 어닝, 리터닝

얼마전 들은 좋은 이야기. 인생의 3분의 1은 배움 (learning), 다음 3분의 1은 벌기 (earning), 그 다음 3분의 1은 돌려주기 (returning) 라고.

사실 인류 사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장 좋은 것은 "리터닝"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의 대부분을 earning에 할애하고, learning 역시 earning을 극대화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earning을 더이상 하지 않아도 충분한데도, 죽기 직전까지 earning을 더 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반면 어떤 사람들은 learning과 earning을 끝마쳤거나, 아직 하고 있더라도 인생의 상당한 부분을 리터닝에 할애하고 있다. 가장 운좋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음.  

S메모 불편 사용기

갤럭시 S4에는 기본으로 내장된 "S 메모" 앱이 있다. 평소에 잘 쓰진 않지만 마치 윈도우의 메모장 앱처럼 오프라인에서도 구동시킬 수 있는 앱이라 몇번 중요한 메모를 한적이 있다.

클라우드 클리핑 용도로 주로 에버노트를 쓰는데, 왜냐하면 웹 클리핑 툴로 가장 좋은 것중 하나가 에버노트 크롬 브라우저 익스텐션이고, 그걸로 웹 컨텐츠를 클리핑하다보니 다른 컨텐츠들도 한 곳에 모으는게 편하기 때문에, 파워유저까지는 아니지만 에버노트를 꽤 자주 쓰는 편이다.

그래서 S메모 앱에서 작성한 메모도 파편화되는 것이 싫어서 에버노트로 보내려고 봤더니, 반갑게도 S 메모 앱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Export 메뉴가 Export to Google Drive와 Evernote 였다. 그런데 Export를 하고 에버노트로 가봤더니, 메모의 내용이 들어있는게 아니라 attachment 파일 형태로 저장이 되어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용자의 경우 에버노트를 드랍박스같은 파일 스토리지로 쓰는게 아니라 클라우드 기반의 메모 저장소로 쓸테고, 따라서 S 메모에서 에버노트로 Export를 하는 사용자의 기대치는 S 메모 내용이 에버노트 entry 중의 하나로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할텐데, 첨부 파일 형태로 저장되어 있는 것이 좀 의아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 파일을 클릭하면 열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끊긴 경험"이 되고 만다는 것. 폰에서도 해당 파일을 열수있는 앱이 없다고 나오고 (엥? S 메모에서 방금 export한 파일인데... 앱간 링크가 지원되지 않아서 그런가?) PC에서도 마찬가지. 결국 이 확장자 (.snb) 를 가진 파일을 열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글링 해보고 몇가지 프로그램 설치를 시도해 보았지만, 검색 결과도 일부 포럼같은데만 나왔고 거기서 추천하는 프로그램들은 이상한 맬웨어같은 프로그램이나 Python 스크립트 같은 것들이었다.

어찌어찌해서 삼성에서 제공하는 S Note PC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고 깔게 되었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snb 파일을 읽지 못했다(!) 즉 삼성에서 가장 많이 팔린 폰 모델인 갤럭시 S4에 기본 내장된 삼성 메모앱에서 저장한 파일을, 삼성이 자체 제공하는 PC 프로그램에서 읽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내려받기 사이트 역시 뭔가 세련되지 못한 용어들이 보인다. (설명 문구도 그렇고, S/W 라는 용어는 지극히 한국적인듯;;) 물론 S "메모" 앱과 S "노트" PC 어플리케이션의 차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1) .snb 파일 포맷을 열기 위한 수단중 하나로 이 어플리케이션이 검색되고 있고 2) 같은 제조사에서 지원하는 앱이라면 하위 호환성 (메모 > 노트) 역시 지원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


제조사가 기본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해서 소프트웨어에서도 어느정도 유저를 확보하고 시작하려는 것까지는 뭐라 할수 없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나 앱과의 데이터 익스체인지가 가능하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니, 이 경우에는 그것까지도 안바라고.. 삼성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PC 프로그램에서라도 파일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바랄 정도였으니.)

이런 경험 이후, 삼성 메모앱은 거의 안쓰게 되고, 매번 클라우드에 접속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에버노트를 구동시키고 메모를 하든가 아니면 삼성 메모앱을 쓰더라도 곧바로 내용 자체를 copy/paste 해서 메일로 스스로에게 보내게 되었다. 데이터 호환성을 제공하지 않으면 유저들이 그것 때문에 할수없이 그 앱만 쓰게 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앱 자체를 더 안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뜻한 자본주의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홈팀 브라질을 7:1로 이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큰 점수차로 독일이 이겼다고?" 라며 놀라워 할것이다. 하지만 만일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점수 차이보다 먼저 "지금 월드컵이 열리고 있었어?" 라고 질문할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나는 가끔 우리나라에 가면 느낀다. 일례로 뉴스 자체도 황당 그자체일때가 많지만 그 뉴스를 둘러싼 컨텍스트가 더 생경할 때가 있는것.

서울시 의원이라는 사람이 살인 청부를 맡겼다는 것보다 살인 청부라는 개념 자체가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우리나라는 누군가 돈만 치르면 쥐도새도 모르게 갈수도 있는 나라구나..), 코미디 프로그램이 소수자 비하를 노골적으로 하는데도 아무도 그 사실을 불편해 하지 않는 것이 놀랍다. 재난이 발생했을때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나라의 시스템이 전혀 없었던 문제가, 누군가의 아들을 도와준 민간인과 그들이 시켜먹은 배달음식으로 옮겨가는 과정도 놀랍기 그지없을 따름.

이처럼 팩트보다 팩트를 둘러싼 컨텍스트가 더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중 하나는 우리나라 사회에 공기처럼 만연되어 있지만 정작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는, 팽배하다 못해 곧 터질듯한 물질 만능주의.

잠시 한국에 다녀온 기간동안 두 개의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처가쪽 친척중 한분이 운전면허 시험장을 오랫동안 운영했는데 그 넓다란 부지에 아파트 수백세대를 짓게 되어서 떼돈을 벌게 되었다는 이야기. 또 하나는 -- 역시나 아파트 단지와 관련된 이야기지만 -- 이와 반대로, 어떤 분이 고만고만한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앞에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그 자녀가 겪게 되었던 이야기.

이분들 가정은 청소년 전도사로, 선교단체의 간사로 섬기는 젊은 부부. 충분히 직장생활을 잘 하고 남들처럼 돈을 잘 벌수 있었지만 소명을 받고 스스로 성직의 길을 걸으면서 가난하게 사는 길을 택한 분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으리으리한 건물을 짓는데만 관심이 가있어서 사회의 지탄을 받는 기독교인들도 있지만 이처럼 스스로 가난을 자처하면서 자신보다 남을 돕는 일에 더 관심이 있는, 깨어있는 젊은 그리스도인들도 분명 있다.

자그마한 빌라에 살 때만 해도 집은 작아도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면 되겠지 라고 생각을 했지만, 어느날 바로 길 앞으로 수천세대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었고, 길 하나 차이인지라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 배정되게 되었다. 문제는 대단지 아파트다보니 반에서 이집 아이 한명만 빌라에 살고 있었고,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그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던 것. 졸지에 이 아이는 이름 "누구누구" 에서, "빌라 사는 애"로 통하게 되었고, 눈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게 되었다고. 급기야 초등학교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쾌활하고 리더십 있던 이 아이는 정신적인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스트레스가 커지게 되었다. 수천세대나 되는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도 동호수만 들으면 그것을 평수로 곧바로 치환할 수 있는 연산력을 부모들은 물론 그들의 아이들도 가지고 있는 마당에 (평형대를 섞는 보안 기교정도는 가볍게 뚫어버림), 하물며 "빌라 사는 애"를 가만히 놔두었겠는가.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의 쾌활한 모습을 다시 회복하고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모든 일이 대학교 1학년도 아니고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일어났다는게 믿어지기 힘들었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자랄때가 어쩌면 더 좋았었구나. 수많은 정치인들이 선거때마다 목이 터져라 외쳤던 "따뜻한 자본주의"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가 가진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도, 그 어린 나이에 돌처럼 차갑게 굳은 마음을 기어이 안겨주고야 마는 비정한 자본주의뿐이 아닐까. 세월호 사건이 결코 남의 일이 될수 없듯, 이러한 이야기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될수 없다.

우리 사회시스템과 정치인들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지만, 이 모든것을 국가와 사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 역시 몇년전에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져도 대통령 탓, 한일전 축구를 져도 대통령 탓으로 돌리던 후진적 민주주의 행태로 후퇴하는 일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기부의 문화가 더 정착해야 한다고 본다. 세금 이슈 때문이든 어쨌든 간에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기부의 문화가 더 정착해 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펫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글을 읽으면 재미있는게, 가진 사람들이 더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어찌보면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역사상 어떤 사회도 극심한 빈부격차를 견디지 못했고, 결국 화난 농민들에 의한 혁명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 (그렇다면 부자로써 누리고 있는 지위가 보다 long term sustainable 해지기 위해서는 빈층이 너무 가난하면 안된다는 논리?) 논리가 어쨌든, 이유가 어쨌든 간에 가진 사람들이 못 가진 사람들을 더 도와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이 "따뜻한 자본주의"를 가져오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을 줄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