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ipe 이야기

Stripe는 웹 서비스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받을수 있도록 해주는 결제 처리 모듈을 제공하는 회사. 얼마전 애플페이에 들어가면서 더 큰 유명세를 탔지만 한 3-4년전부터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결제는 Stripe 붙이면 된다. 가장 개발자 친화적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거의 디폴트 솔루션으로 사용되고 있었음.

아일랜드 출신의 형제가 창업한 회사인데, 이 형제들이 보통 똑똑한게 아닌듯. 고등학교때 아일랜드 전국 과학상을 수상. 각기 하버드와 MIT 에 진학해서 미국으로 온 형제들은 학교 재학중에 보스턴에서 Auctomatic이라는 회사를 세워서 창업한지 1년도 안되어 5백만불에 매각. 학교 졸업도 안한 채로 Stripe을 두번째로 창업해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음.

잠깐 새는 얘기지만.. 요새 실리콘밸리에 고비용으로 인한 버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모든게 "연쇄효과" 때문. 집값과 생활비와 물가가 비싸다보니 급여를 많이 주어야 하고 그러려니 회사들이 투자를 많이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높은 투자 받은 회사들은 인재들을 경쟁적으로 데려오기 위해서 더 많은 급여를 주고, 이렇게 높은 연봉을 받는 인재들은 한달에 3-4천불짜리 원베드룸 아파트에 기꺼이 들어가고 6불짜리 커피를 마시고 그러다보니 물가가 더욱 비싸지고... 뭐 이런 사이클.

하지만 Stripe 창업자들같은 이들이 이동네로 계속 모여드는 현상이 계속 유지된다면 고비용 버블구조가 당분간 계속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듬. 전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인재들이 아예 이곳으로 와서 창업을 시작하든가 아니면 다른 동네에서 창업을 했더라도 싹수가 보이면 투자가나 주위에서 "너네가 next Facebook, next Dropbox가 될수 있다"고 실리콘밸리로 가도록 부추기고 가만 놔두질 않는 분위기니.

책 소개: Creativity, Inc.

최근에 출퇴근 시간에 기차에서 읽은책. 스티브 잡스가 화려하게 복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기점이 되었던 회사, Pixar. 이 책은 Pixar에 대한 이야기다.

픽사는 창의적인 컨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컨텐츠를 만들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어떻게 하면 조직이 창의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낼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컴퍼니 빌딩"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 토이스토리 2를 몇년에 걸쳐서 제작하고 있던 도중, 서버에 저장되어 있던 토이스토리 2 그래픽 파일이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몽땅 날라간 적이 있었다고. 백업 파일도 없는 상태에서 그래픽 파일의 90%가 그냥 영구 삭제된 거다.

시쳇말로 완벽한 멘붕 상황. 그러던 차에, 육아 휴직을 쓰느라 집에서 작업을 했던 사람이 자기집 PC에 파일들이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불현듯 하게 되었고, 픽사 간부들이 모두 그 집으로 차를 몰고 가서 신주단지 모시듯 그 PC를 회사로 가져와서 다행히 파일의 상당수를 복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토이스토리 2는 세상의 빛을 볼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 놀랍게도 -- 누가 영구 삭제 커맨드 라인을 실수로 날렸는지에 대해서 조사하고 punish 하지 않았다는게 이야기의 핵심. 문제가 생겼을때 그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자체에 대해서 다같이 집중하는 문화, 실수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용인하는 문화, 이런 문화가 창의적인 회사를 만드는 한가지 요인이라는 얘기.

아무튼 - 특히 크리에이티브쪽 일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일독을 권한다. 

아이폰 발표 노트

다들 한마디씩 하니깐 나도 캘트레인 출근길에 끄적끄적..

  • 애플은 여러가지 제품을 만들지만 실제로는 "아이폰 회사"로 보면 됨. 아이폰이 전체 매출에서 60%, 전체 이익에서 70% 가량 차지. 따라서 아이폰 발표내용은 애플 워치 이런것과 비교해서 중요성 면에서 견줄 바가 못될 정도로 중요. 심지어 아이패드도 전혀 언급 없었고 iTV는 몇년째 소문만 무성. 애플은 앞으로도 아이폰 하나에 회사의 역량을 초집중할 가능성 있고 이건 안드로이드 진영에 좋은 소식이 아닐듯 (애플이 여기저기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정신 못차려줘야 좋은 소식일텐데..) 
  • 다들 아이폰 6와 아이폰 6+에 주목하지만 삼성등 경쟁사가 더 주목해 봐야하는 부분은 이번 발표와 함께 애플이 아이폰 5S, 아이폰 5C라는 강력한 저가폰 모델 라인업을 갖추었다는 사실일 수도. 
  • 핸드폰 시장이 재미있는게 프리미엄 제품이 2년 주기로 저가 제품으로 변한다는 것. 자동차 시장으로 치자면, 똑같은 BMW 5 시리즈 새차가 2년 뒤에는 3시리즈 가격에, 그 2년 뒤에는 1시리즈 가격에 팔리는 셈. 다들 애플이 저가폰 모델에 뛰어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으나 애플은 열심히 프리미엄 제품만 만드는데 자연스럽게 시간차를 두고 그 모델들이 저가모델로 풀리는 사이클.  
  • 이번 이벤트를 통해 삼성에게 가장 큰 위협요소로 확인된 점은 팀 쿡이 CEO로써 건재하다는 점일듯. 2년 전만 해도 잡스의 사망과 함께 애플이 리더십 부재에 시달릴것이라는 추측들이 많았으나, 잡스 없이도 애플이 어쩌면 예전보다도 더 잘 돌아간다는 걸 보여준 이벤트.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뒹굴든 말든 시장 흐름에 맞게 큰 화면 아이폰을 내놓았고, 잡스가 단순히 스마트 기기만 발표한게 아니라 이를 통해서 음악과 미디어 산업을 통째로 바꾼것처럼 팀 쿡과 그의 팀 역시 뱅킹과 헬스등 "산업"을 바꾸기 위한 선 굵은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 
  • 애플에서 새로운 발표를 하면 서울에서는 일부 테크 써클에 있는 사람들만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반응을 보이는데, 샌프란에서는 진짜로 모든 사람들이 다 애플 얘기만 하고 있음. gym 가서 운동하는데도 옆에서 그얘기;; 
  • 삼성에서는 진짜 얼마나 억울할까? 애플이 이번에 발표한 것들중 많은 것들이 삼성이 몇년전에 발표한 것들인데. 충분히 이해가 감. 그런데 그것 자체에 서운해 할게 아니라 그것 자체가 -- 즉 뭘 해도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수 있는 브랜드 파워 -- 핵심인걸 놓치면 안될듯. 똑같은 일을 내가 하면 아무도 안 알아주지만 어느 누군가가 하면 정말 멋지다고 세상이 열광하고 칭찬을 하는건 어차피 인간사에서 비일비재한 일. 억울해 할게 아니라 현상을 직시하고 거기에 맞춘 전략 필요. 
  • 모바일 페이먼트는 일본, 한국 등에서 수년전부터 쓰이던 것인데 애플이 이제서야 잘 포장해서 내놓고 있음. 확실히 미국이 일부 분야에서는 느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아시아에서 "유용하다고" 검증된 모델을 미국에서 -- 미국애들이 잘하는 구라빨 마케팅과 함께 잘 포장해서 -- 뭔가 "판타스틱한" 모델로 선보이면 무식한(?) 미국인들에게 먹힐수 있다는 걸 보여줌

20대가 지나고 나서야 배운 열한가지 교훈..?

얼마전에 누군가 나한테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20대가 지나고 나니 배울수 있었던 11가지 일들" 이런 글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20대때, 내가 가장 하고싶었던 건 좋은 차를 타는 거였다.
지금은 나름대로 좋은 차를 탄다. 하지만 지금 하고싶은건 20대로 돌아가는 거다.

이런게 인생이다.
20대때 갈망하고 열망하는 그 모든 꿈들보다, 당신이 20대라는 사실 그 자체가 천배는 더 찬란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걸 모르고 지나간다. 마치 방석 밑에 보물을 깔고 앉아있는걸 모르고 남의 것만 바라보듯이..

20대에 해야 할 일 "열한가지", 이런 리스트 자체가 함정인 것 같다.
자신의 주관적 경험의 잣대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선택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내 생각에 20대가 해야 할 일은 딱 한가지. 시간은 가고, 지금 지나면 20대는 죽을때까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뼛속깊이 이해하는 것, 그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걸 깊숙히 자각한 어떤 20대는, 30-40대에 사회 지도층의 자리에 가 있기 위해서 지금부터 열심히 한 분야에 매진할 거고.
어떤 20대는 후회하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미친짓들을 할 거고.
어떤 20대는 젊을때만이 할수 있는 뜨거운 사랑을 하기 위해 자기에게 딱 맞는 이성을 찾아다닐 거다.

삶에 정답은 없고, 따라서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한다는 데도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다기보단 정답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표현이 맞겠다. 사람에 따라서 위의 모든게 다 정답일 수 있다.
다만, "시간은 가고, 20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뼛속깊이 이해한" 상태에서 주관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똑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방황하고, 열심히 연애하더라도,
남들 따라가느라 바빠서 그렇게 하는 것, 20대가 다지 오지 않는다는 인생의 잔인한 진리를 절박하게 깨닫지 못하고 하는 것..
그건 그냥... 쉽게 말해서 자신의 젊음에 대한 범죄라고 본다.

당신은 언제까지 20대가 아니다.
그리고 30대가 되면, 어... 하다보면 어느새 40대로 접어든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쁘게 일하다가 결혼하고 아이 둘 낳고 둘째가 어느정도 말하기 시작하면 40이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들이 부정과 슬픔의 기간을 견뎌내면, 그제서야 삶이라는 것에 대해 눈꺼풀이 열리고 선명하게 본다고 한다.
자신이 그토록 움켜쥐려고 했던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마치 3일 뒤에 체크아웃 해야 하는 호텔 방을 열심히 꾸미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듯이.
시한부가 되어서야만 인생의 참 의미를 진짜로 깨달을 수 있는 우리 삶의 아이러니..
근데 우리 모두는 사실 시한부다. 인생 전체로도 그렇지만, 20대 시한부, 30대 시한부, 40대 시한부이기도 하다. (global 시한부, local 시한부?^^)

20대들이, 내가 "20대 시한부"임을 깨닫는 moment of clarity의 순간을 갖기를 기원해 드린다.
우리에게 기억할 것은 열한가지 리스트가 아니라 그거 딱 한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쩌면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길은 이미 있는데, 단지 우리 눈에 안보이는 것 뿐일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