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Place vs. Tesla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전기차의 미래를 열어갈 거라고 기대를 모았던 업체는 테슬라가 아니라 Better Place였다. Better Place의 CEO였던 Shai Agassi는 다보스 포럼같은 자리에 늘 빠지지 않고 초청될 만큼 세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중 한명으로 추앙받았고, Better Place 라는 회사는 (지금도 흔치 않고 당시로는 거의 독보적이었던) 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받았었다.

Better Place는 전기자동차의 충전시간이 긴 문제를, 아예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획기적인 생각을 했던 회사였다. 마치 휴대폰 배터리가 거의 다 되었을때 충전 잭을 연결하는 대신, 배터리 자체를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갈아끼우면 몇십초 안에 다시 완전 충전상태로 돌아갈수 있는것처럼. 더 나아가 휴대폰 보조금 제도처럼 전기자동차도 몇년간 약정하면 기기는 무료로 주고 월별로 이용료를 받자는, 다소 급진적인 제안도 했었다. 아무튼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방식을 보여줬던 회사.

Better Place의 창업자 Shai Agassi가 청중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직접 들을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2009년 르 웹 컨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현실 왜곡장을 펼치는 사람중 하나였다. 배터리 교환식 전기자동차 이야기를 하면서는, "예전 프랑스의 삼총사 (three musketeers)가 잘한것중 하나가 뭐게? 먼 길을 떠날때 중간중간 쉬면서 말에게 물을 먹이는 대신, 준비된 말을 중간중간 배치해 놓고 아예 말을 갈아타고 갔었거든... " 뭐 이런식의 고사까지 인용하면서 청중을 흡인시켰다. 한마디로 "문과적 상상력"이 뚝뚝 묻어났던 사람.

하지만 Better Place는 결국 몇년전에 파산신청을 했고, 1조원 가까이 투자받은 돈은 허공에 날린 셈이 되었다. 반면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선봉에 서있는 회사가 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테슬라가 얼마전 시연한 기술중의 하나는, 바로 다름아닌 Better Place가 그렇게도 외쳐왔던, 수십초 안에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교환하는 기술이었다.

- 기술이나 시장이 준비되기 전에 먼저 달려가도 망할 가능성, 그렇다고 한발짝만 뒤져도 망할 가능성. 최적의 테크놀로지/마켓 윈도우는 굉장히 좁을수도.
- 똑똑하고 말 잘하는 사람보다 최후에 웃는 사람이 승자.
- 모든게 준비되기 전까지 hype만 일으키면 남 좋은 일 시킴.

* Better Place가 어떻게 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과정은 이 글에서 다루고 있다. 내용이 상당히 길므로 시간이 많으신 분들만 읽길. 근데 재밌음. (내가 좋아하는 저널리스트중 하나인 Max Chafkin이 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