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석에 대한 단상

얼마전 마카다미아 회항으로 비행기 일등석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었는데..

1. 개인적으로 비즈니스석은 몇번 타본적 있어도 일등석은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 일등석을 감당할 돈도 없지만, 돈이 아무리 많다 한들 도무지 내 머리로는 일등석이 경제적으로 make sense 하질 않는다. 한국-미국 왕복편 기준으로 이코노미석은 기껏해야 150만원 선일텐데, 일등석은 800-1000만원 정도 하는걸로 알고 있다. 겨우 12시간정도 비행하면서 소형 중고차 한대 가격을 써가며 굳이 일등석을 타야 하는 경제적 가치가 과연 있을까? 일등석을 타고 가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자리 밑에서 금이 살살 자라나?

2. 반면 JYP 박진영씨는 비행기를 탈 때는 무조건 일등석을 탄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곡에 대한 영감이 잘 떠오르고, 그때 딱 그시점에 작곡을 하려면 각종 기기들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일등석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 물론 누군가는 시니컬하게 "회사돈 비용으로 떨궈서 잘 쓰려고 별 좋은 핑계 다 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만일 진짜로 가수 박진영의 명곡들이 주로 비행기 일등석 안에서 쓰여진거고, 여기서 나온 곡이 수억, 수십억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일등석은 비싼 건가 그렇지 않은 건가? 

경험 제공 오프라인 커머스

향후 몇년동안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메가 트렌드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모바일/센서/IoT로 실물 세상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됨으로써, 온라인과 모바일이 오프라인까지 장악하는, 바로 그 변화일 것이다. 너무나 큰 변화인 나머지 장님이 코끼리 어디를 만지냐에 따라서 코끼리를 다 다르게 표현할수밖에 없듯, 뭔가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그냥 "코끼리" 라고 부르는게 낫겠다. 누군가는 빅 데이터라고, 누군가는 모바일이라고, 누군가는 IoT라고, 누군가는 O2O 라고 말하는 것들이 실은 다 같은 코끼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4년 한해는 이 코끼리가 세상에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한 해였다. Uber, Airbnb, 수많은 O2O의 시도들은 저 너머에서 어렴풋이 형체를 갖추기 시작하는 거대한 코끼리의 형체를 엿보게 해 주었다.

이 코끼리가 어마어마한 힘으로 세상의 여러 부분을 휘젓고 짓밟고 다닐 것이고 이로 인해서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예외없이 큰 변화를 겪을 텐데, 그 분야중 하나는 당연히 오프라인 상거래 분야일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몇배에서 몇십배 규모에 달하는 오프라인 상거래 자체가 근본부터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이미 우리가 피부로 접하고 있다시피 commoditize된 상품을 쌓아놓고 판매만 하는 오프라인 상점과 체인들은 아주 빠른 시간안에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고 이미 상당수가 몰락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커머스가 없어질까? 인류 역사가 있는한 오프라인 커머스는 없어지기 힘들지 않을까? 특히 -- 물론 "Matrix"가 나온다면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 아직까지 "경험" 이라는 것은 온라인으로 bit 형태로 전달될수 없다. 미용실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머리를 자르는 것, 찜질방에서 식혜를 먹으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 음식 전문가로부터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실습으로 만든 음식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것 등등..은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경험 상품" 이다. 전자상거래의 시대에서 오프라인 커머스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경험"이고, 기존에는 상품을 판다고 생각했던 오프라인 상점들도 경험을 팔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큰 사업기회는 어쩌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커머스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쇼핑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그 수많은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서기가 과연 쉬운가? 반대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커머스를 제공한다면, 오프라인 커머스가 바닥부터 변화하는 시점에 맞추어 재미있는 기회를 잡을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먹거리 프랜차이즈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서점도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감사한 일?

스트롱 벤처스의 저녁 모임에 나갔는데, lunar new year (구정) 을 맞아서 2014년에 감사했던 일을 하나씩 말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생각끝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페이스북 앱을 폰에서 지운게 감사한 일중 하나라고 얘기했다. 좌중 살짝 웃음. 그리고 난 곧바로 덧붙이길, 실은 내가 농담조로 말한 데는 더 깊은 의미가 있다는걸 알아달라고...

사실 페이스북이 "자랑하는 공간"이라는 부분이 큰데, 솔직히 2014년동안 자랑할게 별로 없었다. 펀딩 클로징하고나서 팀하고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서 열심히 제품 만들고 일하는 벤처인에게 뭘 그리 자랑할게 많겠나.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게 너무 감사했다. 딴생각 별로 안하고 "maker mode"로 돌아가서 열심히 팀하고 진짜 "일" 한것, 너무 감사한거 아닌가? 자랑할게 별로 없었고, 그래서 페이스북에 쓸게 별로 없었던 그게, 오히려 감사했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내가 "방 안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것 같다. 나도 나이를 먹나보다. 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으면 거기서 어떻게 하면 가장 쿨하고 잘나고 돋보이는 인간일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런 강박에서 어느정도는 벗어난 듯하다. 이제 조금은 -- 아직도 멀었지만 -- 사람들의 이야기를, 눈을 맞추고 들어줄 줄 안다. 내가 방 안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지도 당연히 않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잘난 사람들 많이 만나봤는데, 그렇게 잘난 사람들도 다 알고보면 뒤에서 하는 고민들 많고, 행여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날 자기가 그렇게 아등바등 이루어 놓은것들 다 놓고 홀연 떠나더라. 인간은 암만 이야기 해봤자 자기가 겪지 않으면 절대 알수 없는 무지한 존재인데,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한둘 떠나봐야 그제서야 이런걸 깨닫는것 같고, 이 나이가 되보니 주변에 내가 "1촌"으로 알던 사람들중에 황망히 떠나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생긴다.

완전 심한 비약일수 있지만, 이런것들이 (나이 먹음 => 조금더 철듬 => 내가 가장 잘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남) 페이스북을 안하게 된것과 무관하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페이스북을 완전 안하진 않고.. 가끔 들어가서 주로 사람들의 좋은 일에 같이 공감해 주고 나온다. 

아무튼.. 이 글을 혹시 읽는 분이 계시다면. 2014년, 감사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 그리고, 페이스북으로부터의 자유를 경험하기 바란다. 나는 페이스북 안티가 아니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라는건 엄밀히 말하면 페이스북이라는 앱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고, 늘 자신에 대해서 자랑해야 하고 늘 당신이 여러사람 모인 곳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어야 하는.. 그 강박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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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개인적인 페이스북 경험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메시징 이외에 거의 쓰지 않은지가 꽤 된듯 하다. 일단 모바일 앱을 지웠음. 모바일 앱을 깔아놓으니까 시간날때마다 페이스북만 하게 되는것 같아서 지웠더니, 페이스북을 쓰는 빈도수가 90% 가까이 줄었다. 이는 페이스북 모바일 앱이 얼마나 사용 중독성이 높은, 즉 재방문이나 engagement 지표의 측면에서 볼때 극강으로 잘만든 앱인지를 보여주는 반증^^. 그러나 메신저는 이메일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계속 사용한다. (메시징을 별도 앱으로 만들어준 페이스북에 감사!)

언젠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글들 중에서 별로 영양가가 없는, 삶에 도움이 크게 안되는 글들의 빈도가 (원래부터도 높았지만) 너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밑도끝도없는 자랑질, 자극적 제목의 기사 (그러나 들어가보면 별 내용도 없는데 PV를 높여주기 위해서 계속 페이지를 넘겨줘야 하는 listicle류의 기사들..), 비판적인 기사와 그 밑에 덧붙여진 냉소적 커멘트와 댓글들... 대부분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뉴스피드를 쭉 보고 나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대강 얄팍하게 알게는 되지만, 나의 기분이나 정서적 상태가 좋아졌던것 같진 않다. 왜 내 시간 들여서 내 기분이나 정서적 상태에 반드시 보탬되지 않을수도 있는걸 해야 하나?

페이스북을 불특정 다수와의 열린 소셜 내지는 자기 브랜딩/PR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페이스북은 지인들, 친구들과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오고 난 뒤에 페이스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지인들과의 관계맺음이라는 긍정적 가치보다, 위에서 말한 다른 부정적 가치들이 더 많아졌던것 같다.

그것이 온라인에서 가능할지는 결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오랜만의 커피 모임"의 온라인 버전(?)이다. 우린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커피 한잔, 맥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 하는것. 힘든일은 서로 격려도 하고, 재미있는 일도 나누고.. 뭔가 그제서야 사람 사는것 같고 정서적으로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 그런 모임들.

그렇다고 밴드처럼 사람들 일일이 넣었다 뺐다 하면서 그룹을 만드는건 귀찮고.. 컨텐츠 생산이 너무 쉬우면 쓰잘데기 없는 컨텐츠들이 늘어날테지만, 그렇다고 medium.com 수준의 컨텐츠 생산을 누구에게나 요구할 수는 없는거고.. 그렇다고 커피 한잔씩 들고 구글+ 행아웃을 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오랜만의 커피 모임"이라는게 온라인에서 과연 말이 되는 건지조차 모르겠지만, 그런게 있다면 엄청 열심히 쓸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이 소셜은 다 잡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니치가 아직도 남아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서비스 사용성 지표에 대한 기준들

요새 이쪽 동네에서 자주 나오고 있는 이야기가 서비스 사용성 지표에 대한 고찰이다. 소위 "vanity metrics" -- 우리말로 하자면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지표들 -- 이라고 할만한 것들, 이를테면 방문자, 페이지뷰, 회원수, 앱 다운로드수.. 이런 절대 지표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Medium.com 창업자인 Ev William의 글을 보면, 기존의 페이지뷰 모델이 서비스의 한 면만을 보여주는 제한된 지표라는걸 지적하고 있다. 페이지뷰라는 것이 과거의 디스플레이 배너광고 모델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인데, 사실 디스플레이 광고가 옛날 모델일 뿐더러 대부분 서비스의 경우 더이상 매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사용자들이 서비스와 얼마나 밀접하게 engage 하고 있는지, 코어 사용자들이 얼마나 충성도있게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용자들이 그러한 코어 유저로 유입/전환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서비스에 들어온 사용자들이 얼마나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할 용의가 있는지, 이런 지표들이 단순히 겉에 보여주기 위한 metric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

세상의 서비스들은 모두 다르고 따라서 각 서비스마다 저마다 중요한 metric이 따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각 서비스는 각각의 서비스에 가장 맞는, 해당 서비스만의 특성에 따라서 서비스 활동성을 가장 정확히 잴수 있는 유니크한 지표를 고민하고 정의해서, 외부 발표든 내부 목표 설정이든 그 지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감. 

잘 하려면, 먼저 그것을 하라.


(에덴하우스라는 요양시절에 걸려있는 슬로건인)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라" (의역) 라는 슬로건은, 데이빗 카 (David Carr)가 다른 저널리스트들에게 했던 유명한 조언을 생각하게 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글이 써질때까지 타이핑을 해라." 인생을 어떻게 살지 모른다면, 열심히 삶을 살아내어 가라.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른다면, 열심히 타이핑을 하라.  
That slogan – “The answer to life is learning to live” – struck me as many journalists passed around one of Carr’s most famous pieces of advice:
Keep typing until it turns into writing
There it is: the Eden House slogan applied to journalism. If you don’t know how to live, just get busy learning how to live. If you don’t know what to write, just get busy typing.

Via

미국 10대들의 SNS에 대한 최근 반응

미국의 소셜 서비스에 대한 각종 "인더스트리 글"은 많지만,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특히 10대 유저가 자신과 친구들이 느끼는 바를 정리한 포스트는 많지 않은듯.

그런 의미에서 소셜 서비스에 대해서 미국의 실제 10대 유저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보고 싶은 분들은 이 글을 보면 도움이 될듯. 물론 유저 한명의 생각일 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것.

정리: 
  • 페이스북: 10대들에게는 죽은 서비스 
  • 인스타그램: 10대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쓰는 서비스 
  • 트위터: 안씀 
  • 스냅챗: 가장 부담없이 쓰는 서비스. 사진이 지워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그런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씀 
  • 텀블러: 실명기반이 아니기에 온라인 아이덴티티를 만들려는 사람들에게 인기 
  • Yik Yak (익명기반 모바일 메시지 보드): 학교 관련된 익명메시지 많이 씀. Secret 얘기가 많지만 주변에 실제로 쓰는사람 못봤음 
  • 왓츠앱: 유럽이나 기타 지역에서 많이 쓰고 미국 내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에 밀리는듯 (실제로 왓츠앱은 유럽에서 전체모바일 유저 대비 사용율이 90%에 이르는 나라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10-20%대에 머무는 듯) 
  • 유튜브: 많이 씀 
  • 등등..